무심결의 탈퇴가 가져온 15년의 직장생활 이력의 리셋
시작은 그랬다.
오늘따라 왠지 safari의 '유출된 암호' 노티가 이유 없이 거슬렸다.
분명 오래된 알림이고, 거의 쓰지도 않는 사이트들이라 내버려 둬도 되는데 오늘따라 왠지 손을 대고 싶었다.
삶을 사는 교훈이지만, 안 하던 짓을 하면 결국 사건 사고가 생긴다.
그게 좋은 일이던, 당황스러운 일이던.. 그렇다.
지루하고 따분한 의미 없는 회의시간.
( 아무리 효율화를 한다고 해도 비효율적인 회의는 늘 끊이지 않는다. )
구석자리에서 한쪽에서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들을 하나둘 탈퇴했다.
그러다 눈에 뜨인 것이 '알바몬'이었다. 하필 왜 눈에 띄었을까.
알바, 대학시절에 정말 열심히 했다.
심지어, 첫 직장의 월급이 너무 적어 첫 회사를 다닐 때도 주말 알바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르바이트할 일은 없지 않을까. 그렇게 무심결에 탈퇴 버튼을 눌렀다.
그 이후에 헤드헌터의 제안을 확인하러 서비스에 접속하니 이게 웬걸?
잡코리아가 탈되되어있었다.
이유를 알고 보니 두 서비스가 패밀리 사이트라 그렇다고
다시 탈퇴 화면 찾아보니 그래 쓰여있는 거 맞긴 하다. ( 못 본 내가 잘못이다. )
적어도 알바몬 탈퇴하면 잡코리아 데이터 날아간다는 얼럿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 생각 없이 사이트를 탈퇴하는 사람에게 저 텍스트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계정을 복구해달라고 민원을 넣어봤다.
안된다는 칼 같은 답변, 혹시나 유선으로 문의했는데도 똑같은 결과였다.
이 서비스 참 냉정하기도 하다. 분명 탈퇴하자마자 데이터를 삭제하지는 않을 텐데.
계정 복구도 해주지 않는다. ( 이건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고객을 유치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다시 계정을 복구해달라는 고객의 니즈를 받아주지 않는다. )
"가입은 편하게, 탈퇴는 어렵게"라는 기본적인 회원 모집의 원칙 따위는 없는 듯하다.
결론적으로, 15년간 사용하던 잡코리아를 탈퇴하게 되었고
15년간의 이력서, 지원한 이력, 오퍼 받은 이력 등 모든 데이터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
프로이직러로써 자부심도 있었고, 그만큼 잡코리아는 중요한 서비스였는데,
( 프로이직러를 이직이나 많이 하는 나쁜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적어도 나는 그 이직의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브런치 북을 만들 정도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
하루아침에 그렇게 잡코리아 비회원이 되었다
사실 다시 가입하면 그만이기도 한데, 회원가입페이지를 볼 때마다 공허함과 막막함이 몰려왔다.
15년간의 취업과 이직의 과정이 사라진 것만 같은, 마치 내 직장생활이 리셋된 것만 같은
마치, 그냥 이직 그만두고 쉬어 라고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첫 직장 취직하고 이제 잡코리아 볼일 없어하면서도
몇 년마다 이력서를 다시 올리게 되던 추억들 까지도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차피 요새는 '네카라쿠배당토'처럼 잘 나가고 좋은 회사는 정해져 있고,
각자 회사 사이트에 채용 메뉴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퍼 받는 것보다 직접 찾아보는 경우가 많으니
잡포털 가입이 의미가 있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이력서를 다시 등록하는 것이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까지는
'GOOD BYE~ 잡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