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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 코난 Dec 27. 2015

제주도민들은 어떤 맛집에 갈까?

서울 사는 제주 여자가 고향 가서 먹은 것들 (2015.12.23-27)

오랜만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어릴 적엔 고향이 '제주'라면 (대학 재학 시절부터 서울에 거주)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영 내키진 않았습니다. 휴양지이긴 하지만 제겐 엄마의 잔소리가 기다리는 곳이기에 늘 고향에 가는 마음은 설렘 반, 귀찮음 반 이랬던  듯합니다. 그러다 직장에 들어가고 '휴가'라는 말이 너무나 즐겁게 여겨지기 시작할 때 즈음 고향에 간다는 설렘이 더 커졌고, 서울 거주 시간이 길어지며 이제 거의 제가 제주도에서 산 날과 서울에서 산 날이 비슷해지는 시기가 되어가니 그 '설렘'이 엄청납니다.


제가 고향이 '제주'라면 사람들이 많이 묻습니다.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도  뜬금없이 연락을 하며, 제주도에 여행을 가는데 맛집을 추천해 달랍니다. 한 7년 전 까지만 해도 그런 부탁이 너무 귀찮아서, 블로그에 써놓고 쭉 긁어서 보내준 적도 있고 일부러 전화번호들을 핸드폰에 메모해놨다가 문자도 보내주고 그랬습니다. 이젠 소셜미디어가 너무 발달해서 그런지 점점 그런 부탁은 줄어듭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보다는 소셜미디어가 훨씬 제주 맛집을 잘 아는  듯합니다. 제가 마포구 살지만 마포구 맛집을 모두 가보지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인데, 그래도 여전히 묻는 사람은 종종 있습니다.


파워블로거가 득세하면서 포털의 검색도 신뢰도가 많이 높지는 않기에 사람들은 짧은 제주 여행의 극치를 달리고자 늘 맛집을 검색하고, 짧은 순간 분석을 합니다. 진짜인가 아닌가?

늘 보면 "현지인이 찾는 맛집"이라는 문구가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데요, 현지인인 저희 부모님과 함께 간 식당들의 흔적을 남깁니다. '맛'은 있었으나, '맛집'이라고 명명한다면 호불호가 있겠죠?


이번 방문의 흔적들 2015년 12월 23-27일

#1. 우리네 보쌈 (제주시 연동 064-725-0081)

제주도식 보쌈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큰딸을 위해 엄마가 시켜준 곳입니다. 참 배달은 안되고 직접 가서 먹거나 주문 후 픽업을 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흔히 먹는 보쌈, 족발집과는 다른, 같은 반찬이라도 맛이 다른! 또는 맛볼 수 없는  맛깔스러운 반찬에 반했습니다. 엄마가 보쌈을 '족발'로 착각해서 시켰으나 제주식 쫀득한 아강발도 맛보고 추천하고 싶은 집입니다.

우리네 보쌈

#2. 데미안 돈가스 ( 한경면 조수리)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여동생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제주 진짜 토박이 남동생에게 다양한 돈가스 가게 중 엄선해  추천받은 곳입니다. 가서 보니 11시-4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서울에서 돈가스 가게를 하던 부부가 제주에 정착해서 운영 중인 좀 부러운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곳이었습니다. 딱 5개의 테이블과 단 한 종류의 돈가스 정식만을 판매합니다. 전복죽-샐러드-돈가스-후식 이렇게 12000원이고, 모든 음식(돈가스를 포함)은 리필이 됩니다. 후식도 상당히 버라이어티 한데, 단 커피는 그다지 맛이 없더군요. 귤차는 매우 달았음 :)

돈가스는 역시 고기가 좋아서 인지 실했습니다. 제주시에서는 좀 먼 곳이라 그 근처에서 관광을 하거나 숙박을 할때 돈가스를 매우 먹고 싶다면 찾아갈 만 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제주시 시내 중심가에서 찾아갈 필요는.. 제주시에도 돈가스 맛집은 여럿이니까요.

음식은 계속 리필~
부러운 11-4의 삶?

#3. 알래스카 인 제주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

크리스마스날 제주 칠성로에 쇼핑을 하러 나갔다가 주차에 실패하고 바다나 구경하러 가자고 드라이브를 하다 들어간 곳입니다. 동생은 스타벅스에 가고 싶어 했지만 아기가 있었기 때문에 좀 조용한 카페를 가고 싶었습니다. 해안도로가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은데 이 곳은 프랜차이즈 같지는 않았습니다.도로가에서 약 2-3m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손님도 많지 않아 여유있게 대화나누며 카페를 즐기기에 딱 좋을 듯. 날씨 좋을 땐 옥상에 마련된 벤치에서 조용히 운치 있게 바다를 바라볼 수 있을 듯 하고, 제주우유로 만든 진한 맛의 아이스크림이 중점 메뉴인 곳이었습니다. 아주 리치한 밀크 맛 아이스크림류가 추천할 만 합니다.

화이트 톤의 내부가 조용하고~ 좋았다는
2층 창가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

#4. 국수 만찬 (제주시 연동)

고기국수가 엄청 먹고 싶었습니다. 보통 제주에 가면 산방식당 밀면을 먹으러 자주 가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제주식 고기국수가 엄청 먹고 싶었다는. 울 집에서 5분 거리에 부모님이 잘 가시는 국수집이 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로  지난주에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다고... 맛집이긴 한데, 그렇게 한 시간씩 줄 서서 먹을 필요가 있냐는 게 제주도 사람들 마음이라... 여하튼 그 앞을 제주도에 있는 동안 한 5번은 지나간  듯한데, 아침 10시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의 줄이 끊기지 않더군요! 미디어의 힘이란~

이번엔 실패! 언젠간 가겠지~ 그맛이 그맛이지만, 여튼.. 최근 확장하셨다던데 더 하셔야 할 듯!

그래서 대신 간 곳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국수 만찬입니다. 제 고향 동네는 도청, 경찰청 등등 공공기관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라 주택가에 하나씩 식당들이 있는 데요, 위의 장수물 식당도 그렇고 이곳 국수만찬도 그렇고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간간하게 먹는 제겐 약간 간이 센 듯했으나 그 본연의 맛은 참 좋았고 무엇보다도 가격 대비 그리고 다른 국수가게 대비도 엄청나게 많은 양! 곱빼기가 아닌가 싶은 6000원짜리 엄청난 고기 국수였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고기가 줄지 않아--;;

위에서 찍어서 많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엄청난 높이의 그릇!
다양한 구성, 그리고 저렴한 가격:)

#5. 그리고 돌잔치 음식

남동생 첫 딸이 돌이라 특별히 기간 맞춰 찾은 고향이었습니다. 제주도의 잔치들의 기본적인 찬들이랍니다. 삶은 돼지고기(흔히 돔베고기라고도 하는)와 순대 그리고 떡을 내옵니다. 결혼식 잔치 땐 두부와 회 등이 추가되지요. 이번엔 갈비탕과 아래 찬이 메인이었습니다:) 갈비탕에 엄청나게 많은 갈비가 들어 있어 놀랐다는. 제주도 가서 갈비탕 찾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 가시고 싶다면 여기 추천! (제주시 노형동 제주살레)

먹다가 찍어서 고기랑 떡이랑 비었다 ㅎㅎ 회무침과 톳 무침도 제주식
어마무시한 양을 자랑했던 갈비탕

제주도 가면 뭘 먹을까 저도 늘 고민입니다. 검색하다 어디 맛집이 있다고 하면 저도 북마크 해놓고 가봐야지 합니다. ㅎㅎ 제주도 다녀오거나 제주가 생각날 때 가끔 제주 흔적을 남기고자 합니다.

더 많은 먹은 것들이 있으나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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