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본다는 것.

두 겹, 세 겹 계속 들어가는 생각의 Layer

나는 눈치를 많이 본다.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고, 느낌을 보고,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그 분위기를 살핀다. 이렇게 계속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사실 좋지는 않다고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한테 말해도 좋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갑자기 동일한 이야기를 할 때 다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눈치를 살핀다는 것은 생각의 layer를 깊숙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나는 사과를 좋아해]라고 했을 때, 그저 사과를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끝날 수도 있는 반면에, 한 단계를 더 들어가면,
[나는 왜 사과를 좋아하는 걸까?] 그리고 또 더 내려가면 
[어렸을 때 사과에 좋은 기억이 있어] 그리고, 또 더 내려가면
[엄마가 웃으면서 사과를 줬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라고 까지도 내려가는 것이다. 


이게 사람들 간의 사이에 눈치 보는 부분으로 적용하면 이렇게 된다. 
[저 사람이 나한테 꾸중을 했어]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걸까?]
[난 뭘 했을 가?]
[나는 저 사람에게 뭘 원하고, 저 사람은 내게 뭘 원하는 걸까?]
[내가 저 사람에게 이걸 원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이걸 저 사람에게 원하게 된 이유는 왜일까?]
[나는 저 사람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일까?]
[그 관계에 있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좋은 점들은 무엇일까?]
[그 얻을 수 있는 점들은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질까?]
[나는 왜 이 가치를 얻고 싶어 하는 걸까?]


등등 한 가지 상황에 있어서 계속해서 내려가서 탐구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하면, 내가 원하는 게 뭐고, 왜 그걸 원하게 된 것일지까지도. 


나는 사실 이렇게 깊이 생각하는 나 자신이 싫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기분이 다운된다. 


하지만 이걸 다른 사람에게 얼마 전부터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들은 내게 [그건 사실 좋은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생각의 깊이가 있다는 것은 본질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일 거라고. 
그 본질을 여러 번 그리고 계속 깊이 들어가다 보면 생각이 깊어진다고, 그리고 그것이 결국 내 내면의 발전이라고.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은 나를 탐구하고 싶어서라고. 나를 탐구하면 세상을 탐구할 수 있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