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박상영
베트남에 휴가를 왔다. 지도를 찾아 로컬에서 핫하다는 카페에 왔다.
전통적인 베트남의 정서와는 하나도 맞는 게 없어 보이는 전형적인 서구 스타일의 로스터리 카페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며 어쩌면 이것도 다 트루먼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가 베트남이 아니라 서울이래도, 일본이래도, 미국이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베트남에서 미국인 척하는 모습으로 모든 것이 정교하게 디자인 된 이 낯선 공간에서 재즈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한 입을 마실 때마다 탄산수로 입을 헹궈낸다. 그리고 읽기가 너무 괴롭지만 읽을 수밖에 없고 읽고 나면 알 수 없는 분노와 힘든 감정과 슬픔과 애정이 차올라 종잇장을 좀 구겨버리고 싶어지는 박상영을 굳이굳이 오늘 같은 휴가 마지막 날 집어 읽는다. 미제의 산물같은 자본주의적 공간에서 미제의 산물이라는 퀴어를 읽으며. 미제도 아니고 베트남제도 아니고 중국제도 일본제도, 그렇다고 한국제라고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나를 생각하며. 뭔가 닮긴 닮았는데 뭐가 닮았는지 표현하지도 못하면서, 아무튼간에 나는 여기 속하진 않는다는 걸 느끼며.
맴, 위 클로즈 앳 텐, 을 들으며 신데렐라도 아니지만 이제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구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