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입니다>, 진민영
단지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건, 무엇을 좋아하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도 아니고, 틀리지도 않았다. 다르다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영화 ‘족구왕’의 대사다.
- <내향인입니다>, 진민영
엊그제 만난 동생은 내가 언젠가부터 성격이 변했다고 했다. 군대에 가기 전에 봤던 누나는 어린 자기 생각에도 멋있을 정도로 강하고 활달했는데 군대에 다녀와서 보니 예전보다 여리고 조용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그러면서 덧붙인다.
“나는 이게 진짜 누나 성격이란 걸 안다? 그렇지만 때로는 누나가 좀 더 어울리고, 좀 더 기지개를 켰음 좋겠어.”
내 동생은 요즘 말로 하면 ‘인싸’다.
동생이 보는 나는 학창시절 열심히 춤추고 다녔던 말괄량이다. 어딜 가나 자신 있었고 어디에도 뒤지지 않고 앞줄에 있으려 노력하는. 동생 말대로 내 성격은 바뀌었다, 아주 많이. 나도 안다. 하지만 사람의 성향은 변하기도 하고 뒤늦게 드러나기도 하는 법. 지금의 나는 내향인이다.
‘내향적’이라는 말은 흔히 ‘내성적’이라는 말과 동일시되고 ‘소심함’이나 ‘뒤처짐’과 같은 의미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 부끄러운 건 참을 수 있어도 남에게 지는 건 참을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항상 남들과 비교당하며 남들보다 앞서가기를 강요받는다. 사회는 우리에게 무리 속의 한 사람보다는 무리를 이끄는 한 사람이 되라고 권하고, 생각이 들면 곧장 표현하며 먼저 다가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가르친다.
어떤 내향인에게는 이런 생각이 매우 불편하고, 때로 폭력적이다. 어떤 내향인은 생각을 하면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기까지 어느정도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내향인은 천천히 다가가고 진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깊이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외향인은 안개꽃에 둘러싸인 단 한 송이의 장미가 되고 싶어하는 반면, 어떤 내향인은 장미를 아름답게 만드는 안개꽃이 되고 싶어 한다. 물론 알다시피 장미나 안개꽃은 모두 아름답다.
내향인도 얼마든지 사교적이고 밝고 또 어울림에 거리낌이 없기도 하다. 단지, 그 성향의 차이는 혼자를 받아들이는 태도로 구분된다.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는지가 내향성을 결정한다. 자극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직선적인 외향인과 달리 내향인은 자극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 사고체계도 곡선적이라 감정과 변화에 적응하고 받아들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말수가 적고 생각이 많고 자극에 민감한 점 모두 내향인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 <내향인입니다>, 진민영
동생의 말을 잠자코 듣다가 말했다.
“사실 말이야. 나는 옛날부터 반장 같은 걸 좋아하지 않았어. 근데도 떠밀려서 참 많이 했지. 지금도 나는 나서기가 싫어. 나는 혼자 일하는 게 좋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서는 꼭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그게 나였더라고. 나중에야 알았어. 나는 지금 좋아. 나는 내향적이야. 지금 아주 행복해.”
내가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이거나 동생은 나를 사랑한다. 동생의 외향적인 면이 신기하고 놀라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입고싶은 옷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빛이 많은 곳보다 적은 곳을 좋아한다. 물론 불빛이 많은 곳과 적은 곳 모두 멋진 공간일 것이다. 나는 내향인이고 그 점에 아주 당당하다. 혼자여서, 조용해서, 예민해서 아름다운 내향인.
나는 당신의 내향인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