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
지금의 초등학교라는 명칭이 나 때는 국민학교였다. 나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첫 번째 유혹의 관문인 떡볶이 집과 마주치곤 했다. 허술하게 기울어진 기둥에 비닐포장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위태로워 보이는 분식집. 이 집에서는 짭조름한 어묵 꼬치 냄새와 함께 달큰한 떡볶이 향이 어우러져 아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포장마차 분식집 안에 들어서면 긴 나무 의자에 빼곡히 앉은 아이들이 재잘거렸다. 기다란 군만두와
삼각 식빵 그리고 야채, 오징어, 김말이 등 다양한 튀김이 쉴 새 없이 뜨거운 기름 솥에서 노란 옷을 입고 나온다. 기름솥 앞에 앉은 아이들은 떡볶이와 함께 바삭한 튀김과 뜨거운 어묵을 호호 식혀가며 간장 종지에 찍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분식집의 음식 냄새가 40년은 지났을 법한데, 불현듯 그 향기가 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면 나는 어느새 국민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가게 앞을 서성이며 유혹에 빠져버리는 모습이 마치 현실처럼 다가온다.
이처럼 순간의 향기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신비롭고, 그와 함께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스며드는 향수에 젖게 된다. 그때 그 음식 냄새가 살아나, 내 코끝에서 춤을 추며.
그리고 하굣길, 문방구 진열대의 바비인형과 당시에도 오래된 교회, 그리고 그 옆 달동네로 이어지는 셀 수 없이 높은 돌계단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억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진다.
내 어린 시절은 동전 몇 개로 떡볶이, 순대, 튀김을 사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하나에 이천 원쯤 하는 도넛이나 꽈배기가, 그때는 천 원 한 장으로 10개를 살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500원이 지금의 오천 원처럼 느껴졌던 나날들은, 세월의 흐름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오늘은 분식집의 향기가 나를 찾아왔지만, 이렇게 잊혀진 줄 알았던 추억의 향기가 내게는 마음속 깊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월을 낚아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