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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Mar 19. 2024

목소리를 들려줘

당신의 스트레스를 왜 나에게

2024년 푸른빛을 띤 청룡의 해라고 만나는 이들마다 서로에게 행복을 기원해 주는 모습이 남다르게

느껴지더니 출근하자마자 열어본 나의 문서함에는 각 기관에서 보낸 공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올해는 좀 시간적 여유를 누리겠지'라고 바라던 나의 기대감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담당 업무상 전화 통화할 일이 많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가느다란 선을 타고 내 귀에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면

제일 먼저 그 목소리가 주는 느낌을 파악한다.

고음인가

저음인가

맑으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맘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렇게 다 목소리가 좋게 들리지 않을 때도 많다.  

그날 나의 컨디션에 따라 들려오는 목소리의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청으로 들어오기 전 경찰서에서도 지금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시간을 보니 업무 시작하려면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무심코 받은 전화는 집회 장소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 주민의 소음신고 전화였다.


처음 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분하면서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따지듯 조목조목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답변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한참을 이해시키려 노력했지만 전화 특성상 완벽하게 이해시키기란 정말 어려운 시간이었다.  

결국 자기 화를 못 이기겠는지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날 오후의 기분은 정말 엉망이었다.

상대방의 얘기는 전혀 들으려 하지도 않으면서 쏟아내는 그녀의 말들은 나의 기분을 생채기 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무슨 답변을 했는지 나의 답변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하느라 두통이 밀려왔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내 귓가에는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규정, 규정 타령 하지 마시라.'는.......


정말 전화 통화 시의 예절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말하지 않으니 목소리 하나로만 판단하게 되는데.

전화 통화 시 자신의 품격을 높여 주었으면 좋겠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라는.


오늘은 또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되려는지 기대가 된다.

이러다 목소리 관련 연구를 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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