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석금 May 16. 2024

매일 옷만 고른다.

패셔니스타는 아니고

낮이고

밤이고

시간이 될 때마다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 맘에 드는 옷을 골라 장바구니 가득 채우곤 한다.

시간이 흐르고 입어야 할 시기를 놓쳐버리면 장바구니를 비우곤 하였다.

성격상 심플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골라 한때는 '유니폼 찾느냐'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어쩌랴 그런 옷이 맘에 드는 것을


어느 날 레이스가 날개옷처럼 가득 달린 블라우스가 맘에 들어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바로 구입했다.

도착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조금만 늦어도 못 입고 걸어둘 때도 있어 일찍 결제를 하고 배송 요청을 하였다. 얼마 후 퇴근하니 남편이 받아놓은 택배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대감에 옷도 갈아입지 않고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그림으로 본 옷과 좀 달라 보였다.

반짝이는 투명비닐 속에서 블라우스를 꺼내 입고 거울 앞에 서는 순간 남편과 난 웃고 말았다.

'이거만 입고 밖으로 나가기에는 좀 난해한데.......'


그 후로 아무리 예뻐도 몇 날 며칠 눈에 밟혀도 화려한 옷을 고르지 않았다.

입어보지도 않고 구입한 후 후회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말했다.

"반품하던지 해. 그리고 앞으로는 직접 매장에 가서 입어보고 사는 게 좋겠어."라고.


그래서일까!

꼭 구입하고 싶더라도 옷을 고른 후에는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그 사이트에 접속해  장바구니를 열어 하나하나 살펴본다.  내 장바구니에는 예쁜 옷들로 가득할 때가 많다. 그러나 구입할 때는 단순하면서도 나를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단순하고 심플한 옷들을 선택한다.


얼마 전 휴일에 옷장을 정리했다.

작년에 입지 않았던 옷들은 올해도 입을 가능성이 없기에 고른 후 수거함에 넣고 들어왔다. 홀쭉해진 옷장의 빈 곳들을 보니 괜스레 설렘이 가득 밀려왔다.


저녁에 퇴근하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그동안 장바구니에 가득 골라 넣었던 블라우스니 바지 등을 살펴봐야겠다. 패셔니스타는 아니지만 나름 나 자신을 잘 드러내는 옷들을 입어왔다 자부한다.


아침햇살이 가득한 이 아침에 난 또 장바구니 하나 들고 옷을 고르고 있다.

어떤 신상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을 높이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