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었다더니 TV를 켜자 아침뉴스에서는 강한 바람 때문에 아파트 외벽이 뜯겨 나갔고 저지대 침수가 우려된다는 기사였다.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놓아서 그런지 아침인데도 집안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요즘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에어컨 리모컨을 드는 일이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에어컨을 켤 때는 먼저 창문과 문을 열은 후 에어컨을 강하게 켜면 밤새 고여있던 방안 공기를 환기시킬 수도 있고 열기도 식힐 수 있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금방 굵은 빗방울이 베란다 안으로 들어와 빗물이 고였다. 이렇게 장대비가 오는데도 날은 습하고 더웠다.
출근해 보니 세종지역은 더 거세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오실 손님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서울에서 세종까지 직접 운전할 생각을 하니 부담이 되었다. 다 같은 생각이었는지 동혁 주임이 걱정 어린 얼굴로 들어왔다. 잠시 비 내리는 창밖을 쳐다보는가 싶더니
"행정관님!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괜찮으실까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전화 한 번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네. 제가 지금 전화드려볼게요."
행동이 얼마나 민첩했는지 8시도 안 된 거 같은데 '대전에서 볼일이 있어 벌써 서울에서 출발하셨다.'는 동혁 주임의 답변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확인한 단톡방에도 소윤 행정관의 염려 어린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늘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민첩함과 배려심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점심때가 가까워지니 잠시인지 아님 더 굵은 장대비를 내리려 준비를 하고 있는 건지 비가 그치고 하늘에는 하얀 구름까지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속으로 안도하며 사무실을 나와 약속한 식당으로 갔다. 좋아하면서도 어려운 청장님 옆 좌석을 피해 구석진자리를 선택하는 현미 행정관의 멋쩍은 웃음이 너무도 귀여웠다. 결국 청장님 옆 의자는 내 차지가 되었다. 오늘도 맘껏 음식맛을 느껴보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저번 '소소루' 멤버였던 충남청 준호 과장님이 쉬는 날이라며 밝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무더운 날씨에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청바지를 입었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이어서 며칠 전 6급으로 승진한 효 계장이 도착하고 소윤 행정관까지 급하게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청장님이 밝은 얼굴로 동혁 주임과 안으로 들어오셨다. 요즘 운동을 많이 하시나. 얼마 전에 뵀을 때보다는 살이 많이 빠지신 거 같았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우리 앞에 생소한 인도 음식들이 차려졌다. 효 행정관이 6급으로 승진했다는 경석 경감의 말에 힘찬 박수로 축하를 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좋은 일에 함께 즐거워하며 맘껏 축하를 해주는 이들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 우리 한국 사람들이 모임을 그렇게 좋아하나 보다. 그냥 말없이 앉아서 서로의 얼굴만 바라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옮겨지는 사람들. 세상은 이런 관계들로 인해 살맛 나는 세상이 되는가 싶다.
부속실 근무자인 소윤 행정관과 시어머니 병원 가는 날이라 조퇴한다는 현미 행정관을 따라 전보다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업무가 밀려있어 아쉬운 맘을 애써 누르며 무거운 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래도 경석 경감의 제안으로 사진 한 장은 남겼다. 얼마나 다행인가. 일찍 일어나야 하는 아쉬움을 사진을 보며 달랠 수 있으니.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계속 그 자리가 떠올랐다. 얼마쯤 시간이 흐르고 동혁 주임이 청장님이 선물한 마스크팩을 들고 들어왔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마스크 팩이라니 얼굴 피부가 너무 고와져 다음번에는 못 알아보시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이번 주말에는 꼭 이 마스크 팩을 사용해야겠다.
잘 올라가셨죠?
다음번에는 꼭 긴 시간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선한 영향력에 대하여 그리고 좋은 기운에 대하여 많은 얘기 들려주세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은 햇볕이 따가울 정도로 날이 화창하다. 오후부터 비소식이 있지만 지금은 너무나 뜨거워 돌아가는 선풍기에 몸을 맡기고 있다. 모두들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