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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n 20. 2024

히어로(hero) 시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해요.

초록초록

온 세상이 푸르게 푸르게 짙어져 가는 5월의 끝에서

우리 모두는 설레는 맘을 웃음으로 누르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짧은 기간 함께 근무했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이 결코 짧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마치 긴 세월을 함께 한 가족을 만나러 가는 느낌이었다. 그럴 만큼 아주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한 사람'을 지금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기 때문이다.  

 

마치 사각으로 만든 상자처럼 느껴지는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자 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초록초록한 산의 나무들이었다. 어느새 저렇게 울창해졌을까!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풍경이 멋진 산속 카페 '소소루'에 도착했다. 넓은 테라스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의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페를 향해 걸어가는 일행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카페에 도착할 때쯤 경찰 제복이 아닌 영국 신사 한 분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를 바라보는 신사의 얼굴에는 몇 개월 만에 다시 만난 반가움인지 미소가 가득했다.  

 

현역으로 더 바쁘게 뛰어야 할 나이인데 6월 말이면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신다. 그러나 짧은 순간 개인적으로는 더 괜찮은 선택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청장님은 우리와 함께 지낼 때나 지금 이렇게 만나도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먼저 다가와 장난기가 묻어있는 눈웃음을 보내며 여유롭게 인사말을 건네시는 저 여유, 정말 닮고 싶다.


서로 인사를 건네는 동안 충남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준호 과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휴무라 그런가 색 바랜 청바지에 티를 입은 모습이 더욱 어려 보였다. 요즘 자전거 라이딩에 쏙 빠졌다더니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건강미가 흘러넘쳤다.


소윤이만 도착하지 못한 채 우리는 예약한 룸으로 들어갔다. 유리창 너머에는 푸르름이 가득했다. 이따금 이름 모를 산새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우리가 부러운 듯 재잘거리다 사라지곤 했다. 우리의 웃음소리가 너무 행복했나 보다. 준비한 음식들이 하나하나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소윤이까지 도착했다. 오늘 이 시간은 우리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청장님의 계획이었지만 우리가 '퇴임 축하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청장님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주기 위한 만남'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청장님만 까마득히 모르고 계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청장님은 하루하루 정말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고 계셨다. 아무도 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뛰고 계셨다. 기부천사였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말 매력이 넘치는 사람냄새 가득한 분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하시는 청장님의 얼굴에 빛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 모두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축하해 드렸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퇴임식 없이 떠나는 좋다. 퇴임식을 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이젠 이곳은 정말 끝이다라고 만인이 인정하는 건데 그럼 맘을 추스리기 위해 한동안 시간이 필요할 같다. 그러나 이렇게 조용히 나가면 내 맘은 계속 진행형인 가운데 그냥 하나의 일을 다시 시작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란 말씀이셨다. 역시 12월이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기에 절대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씀이셨다.


지난번처럼 오후 휴무하길 잘했다. 서로 할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시간은 3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계신 분이라 잠시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룸을 나가셨다. 현미가 먼저 계산하길 잘했다. 역시 계산하러 가셨던 거다. 청장님이 룸으로 돌아오셨다.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둘러보며 "아니 누가 먼저 계산했지? 어떤 여자가 했다는데......"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참을 웃었다. 정말 만나면 만날수록 계속 뵙고 싶은 분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의 얼굴은 행복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또 언제 뵐지 모르겠지만 아마 곧 다시 봬야 할 거 같다.


- 청장님 늘 감사합니다. 청장님과 함께 한 시간 잊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저 역시 사람냄새 가득한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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