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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Aug 20. 2024

과연 풀 수 있을까!

행복의 나라 

세상은 뜨겁다 못해 타들어가는 듯한 열기로 가득했다.  

예약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집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오고 가는 사람 하나 없이 한산하기만 했다.

이따금 아파트 옆 버스 정류장으로 버스가 진입하는 거만 보일뿐 세상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가끔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바람도 불고 시간도 흐르고 있는데 망설여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가야 할 영화관 앞이 차량의 통행이 많은 곳이라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서기로 했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저 뜨거운 태양의 눈치를 살피며 걸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주차비를 내고서라도 차로 움직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에 차로 움직였다. 


영화관으로 들어가자 벌써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기도 했지만 박흥주 대령과 그의 변론을 맡았던  태윤기 변호사의 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던가보다. 


지난해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되었을 때도 이 영화관을 찾았었다. 

이번 '행복의 나라' 역시 그 시대를 담고 있어 어떻게 그 시대를 표현했을까 꼭 보고 싶었다. 

평소 '나의 아저씨'를 통해 그리고 영화 '기생충' 등 많은 작품을 통해서 이선균 배우의 연기를 좋아했다.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행복의 나라'가 개봉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개봉일을 기다렸다 남편과 영화관을 찾게 된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자 그 시대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이선균 배우의 얼굴이 나타났다. 너무 반가워 소리내어 인사하면 금방이라도 웃으며 스크린에서 뛰어나올 거만 같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선균 배우는 삶과 죽음 앞에 선 박태주 대령이 되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함께 이 영화에 참여한 누군가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이선균 배우는 박태주 대령을 200% 표현해냈다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영화는 끝났지만 이번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마지막으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왜 그 시대의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지 모르겠다. 


결국 오늘도 난 숙제를 가득 안고 집으로 향하는 학생처럼 풀죽은 모습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남편도 말없이 앞을 향해 운전만 하고 있었다. 

"한번 더 볼까요?"

"그래. 시간내서 한번 더 보러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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