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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Oct 21. 2024

네가 말했지.

기다림을 배우라고

무심하게 바라본 베란다 창 밖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저녁놀이 곱게 펼쳐져 있었다.

휴일 저녁 이렇게 편안하게 저녁 하늘을 바라본 게 꽤 오래전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생활에 쫓겨 잊고 있었는지 아니면 저녁놀을 보며 생각할 어떤 열정이 식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눈에 들어온 저 저녁놀은 평화롭고 온갖 잡념을 잊게 해 줬다.

 

시간은 참  바쁘게 흘러간다. 그 빠름에 적응할 틈도 주지 않고서 말이다.

돌아보면 이 시간은 여유롭기보다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세상의 온갖 소리에도 긴장하곤 했었다.

그런데 높다란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저녁놀은 지쳐 있는 내 맘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지난여름의 열기는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뜨거웠었다. 그런데 이제는 지치고 힘겨웠던 열기가 사그라지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자연은 늘 말없이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뭔지 모를 긴장감에 초조해할 때면 바람이 불어와 내 살갗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부드러움에 다시 힘을 내어 좋은 생각을 하게 되고 용기를 갖게 해 주었다.


그리고 너무 들떠 있을 때에는 비가 찾아와 긴 인내심을 나에게 가르쳐 준다.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물에 땅바닥이 패이는 것을 보면 느껴지는 게 없느냐고

금방 저 땅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는 거처럼 조용히 시간의 흐름을 배우라고.


저녁놀이 사라지면 깜깜한 밤이 오고 그 밤이 지나가면 생기가 도는 아침이 오는 거처럼

나의 삶에도 수없이 변화가 반복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나 실망보다는 살아 숨 쉬는 이 밝음이 있기에 희망을 꿈꾸게 된다.

늘 '희망'은 나와 함께 동행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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