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어쩜 그리 모르실까.

by 금다요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아침부터 우리 집 인터폰이 울렸다. <꽃배달 왔습니다.> 퀵서비스 청년의 외침이 들려왔다. 문을 열자 빨간색, 분홍색, 색색의 카네이션이 예쁘게 꽂혀 있는 꽃바구니가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꽃바구니를 힐끔 쳐다보고 청년과 눈을 맞췄다. 청년은 웃으며 <따님께서 어버이날이라고 꽃바구니를 배달시켰네요.>라고 말하고는 내 손에 들려준 채 뒤돌아서 걸어갔다.


청년은 모르지만 사실은 내가 어제 미리 주문한 꽃바구니였다. 병원에 한 달 넘게 입원하셨다 퇴원한 아버님의 기분을 달래 드릴까 준비한 막내아들과 막내며느리의 어버이날 선물이었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복도로 나오며 남편한테 퀵서비스 청년의 말을 전했다. 남편은 씁쓸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누가 꽃을 보내겠어!>라며 앞서 계단을 내려갔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결혼할 때 이미 아이는 기대하기 어려운 나이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누가 카네이션을 보내 주겠는가!


약간은 우울한 맘으로 아버님이 계신 형님댁으로 갔다. 오래전 어버이날만 되면 거리에서 카네이션을 파는 젊은이들도 많았었는데. 라디오에서는 어버이날 노래도 흔하게 들려오고 지금은 듣기가 어려워졌다.


평소 길을 걷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 보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행사장에 가시는지 무리를 지어 걸어가고 계셨다. 환하게 웃으며 활기차게 걸어가는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거웠던 내 기분도 풀렸다.




형님 댁에 도착하여 아버님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꽃바구니를 놓으며 어버이날이라고 하자 <오늘이 어버이날이구나.> 하셨다. 금방 어두워지는 아버님의 표정을 보니 큰 아주버니를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전화라도 걸어 목소리라도 들으면 좋으시련만 왜 전화도 못하고 기다리고만 계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막내딸 막내아들이 정성껏 모셔도 아버님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큰 아주버니만 계신가 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며느리인 나도 섭섭한데 형님과 남편은 얼마나 섭섭할까 싶었다. '큰아들'한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나 보다. 엄마 역시 살아계실 때 말끝에는 꼭 '큰오빠'였으니까. 부모님과의 '첫정'이 들었기 때문인가 생각해본다.


family-2610205__480.jpg 픽사 베이 - 갓 태어난 아기, 가족, 유아


오늘은 어버이날이기 전에 아버님 병원 정기검진일이라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어갔다. 그냥 집에나 갔으면 좋겠다는 표정이셨지만 차에서 내려 몇 걸음만 걸으면 되는 거리였기에 식당으로 모셨다. 자리에 앉으셨어도 맘이 불편하셨는지 휴대폰이나 챙겨 올걸 그랬다고 한마디 하셨다. 그나마 어려워하는 막내며느리가 있어서 참고 계시는 눈치였다.


얼굴 한 번 보이지도 전화 한 번 하지도 않는 아들이 뭐 그리 예쁘다고 저리도 기다리고 계실까 싶었다. 부모와 자식은 천륜으로 맺어져 있다고 하는데 '큰아들'한테는 특별한 뭔가가 더 있나 싶었다. 혹시 옛날부터 장남이 제사를 주관하는 제주(祭主)의 자격이 주어져서 그런가 싶다. 혼자만의 생각이다.


창밖으로 하상도로(河上道路)가 보였다. 가로수의 잎도 무성하고 색도 짙어진 거 같다. 달려가는 차들의 행렬이 오늘따라 한가롭게 느껴졌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오늘같이 아버님을 모시고 밖에서 식사할 수 있을지. 내일도 모레도 우리 아버님은 말없이 기다리실 거다. 전화해주기를 찾아 주기를 아버님의 그리움이 제발 '큰 아드님'께 전해지길 바란다.


letters-1390463__480.jpg 픽사 베이 - 편지봉투 고대의 올리기.




어머님 마음

양주동 작시/이흥렬 작곡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엔 온 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