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바다

커튼이 걷히면.

by 금다요

그가 말한 '제이'는 해안 가까이 낮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고급 호텔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위를 향해 움직였지만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음이 없었다. 그의 등 뒤로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밤하늘을 이 땅 위로 옮겨놓은 거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우리가 내린 곳은 호텔라운지였다. 이른 시간 때문인지 손님은 연인처럼 보이는 창 옆 테이블 두 팀뿐이었다. 입구 옆에는 혼자 온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기다 갈 수 있도록 롱바가 있었다.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던 웨이터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니 그에게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별실로 안내했다.


넓은 창을 통해 보이는 맞은편 도시의 야경과 밤바다. 구름 사이로 숨었던 달이 모습을 드러내자 별들이 반기듯 밝은 빛을 더하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고통스러웠던 지난 시간 속에서도 나를 버티게 해 주었던 이 밤의 시간. 이곳에 내려오니 이들이 나에게 들려줄 게 많은지 부산하고 수다스러웠다. 창밖을 바라보며 내가 웃자 그가 생각이 많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우리를 안내했던 웨이터가 와인잔과 과일 접시가 담긴 쟁반을 들고 들어와 테이블에 내려놓은 후 밖으로 나갔다. 그는 일어나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어요?"

"여기 내려오니 공기가 맑아서인지 유난히 별들이 반짝여요. 정말 잘 따라왔다 생각했어요."

"당신도 느꼈군요. 옛날에 여기서 머물 때 저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며 버틴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곳에 내려오면 울컥할 때가 많아요."

그도 나처럼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을 버티었구나 싶었다. 그는 한 팔로 나의 어깨를 감싸며 다른 손으로 와인잔을 들었다.

"오늘따라 당신이 예뻐 죽겠는데 어쩌지? 정말 고마워요. 나도 우리 가족도 당신이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는 나의 이마에 입맞춤을 한 후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나는 과일 조각을 들어 그에게 내밀자 그가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기 입을 가리켰다. 순간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대자 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예상치 못했다며 즐거워했다. 갑자기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당신을 어떡하지? 한순간도 당신과 떨어져 있기 싫은데."

그는 다시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웃었다. 그는 내가 입에 넣어준 과일 조각을 오물거리며 내 어깨에 기댔다.

"날씨도 좋지 않은데 운전하느라 고생했어요. 내일 일찍 움직여야 된다며. 그만 일어날까요?"

"그럴까요. 앞으로 날은 많으니 오늘의 아쉬움을 남기며 일어나죠. 잠깐만 야경 감상하고 있어요."

그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휴대폰이 울렸다. 정민이었다.

"윤설! 아직도 바다야?"

"음. 바다야."

"갑자기 바다는 왜 간 거야? 낮에 네가 바다라는 말에 놀랐잖아."

"자료가 필요해서 둘러볼 겸 내려왔어."

"자료? 무슨 자료...... 혹시 너 작업 다시 하는 거야?"

"음. 은둔생활 끝내야지."

"그래. 윤설 정말 잘 생각했어."

"올라가서 전화할게."

"그래. 조심해서 올라오고."

정민과 통화를 마치자 그가 돌아왔다.

"일어날까요?"

그는 말없이 내 얼굴을 보며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라운지를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목례를 한 후 룸키를 건넸다.

"아침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나의 손을 잡고 긴 복도를 걸어 어느 룸 앞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라운지처럼 창이 넓고 그림을 펼쳐놓은 거처럼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