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바이러스(happy virus)는 미소(微笑, smile)
저번 주만 해도 화단의 영산홍이 부분 부분 활짝 피어 가던 걸음을 멈추게 했다. 다음주면 다 피겠구나 싶었다. 화단 형태가 위에서 보면 하트형이라 다 피면 옛날 연애시절 기분 내며 남편이랑 예쁜 사진 한 장 찍어 앨범에 꽂아야겠다 잔뜩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벌써 꽃잎 색마저 밉게 바래 바라보는 이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했다.
지난 월요일은 '여름이 시작된다'는 24절기 중 하나인 입하(立夏)였다. 기온이 올라갈 만도 하지만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들을 쳐다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올봄에는 제대로 벚꽃구경 한 번 못 가고 봄을 떠나보냈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장녀였던 친구는 막내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 신혼 첫날부터 맏며느리 노릇을 한다고. 자식들 중 누구 하나 어머니를 모시려고 하지 않아 친구 남편이 모시고 살게 되었는데 치매까지 앓고 계셔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란다.
이런 시집살이 때문에 맘이 상한 친구는 <아들이 효자이면 며느리가 힘들다며 너도 옆 사람 힘들지 않게 잘해.>라며 나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가 웃음으로 얼버무렸지만 결혼하고 내게도 시집이 시아버님이 생기니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나 역시 혼자 계신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함께 생활했으니 결혼도 안 한 남편이 사위 노릇에 아들 노릇까지 하였으니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사자성어가 생겼나 보다.
얼마 전 아버님이 한 달 넘게 병원에 입원하셨었다. 평일에는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주말 오후에 아버님을 뵈러 병원에 들리곤 했는데, 그 날은 병문안 온 조카 가족들이랑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게 되었다.
웃음기 하나 없이 경직되어 있는 낯선 얼굴이 거울 속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나 놀라 속으로 '저 얼굴이 나야? 정말 내 얼굴이야!' 하고 외쳤다. 식사를 마치고 조카 가족들이랑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서도 거울 속의 표정 없이 싸늘한 내 얼굴이 자꾸 생각났다.
결혼 전에는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을 제법 들으며 살았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다고 이렇게까지 표정이 일그러져 있는지 순간 겁이 났다. 나의 바람은 70세, 80세가 되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예쁜 표정을 간직하는 거였는데....... 망했다. 민낯의 내 얼굴이 너무나 낯설었다.
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남자 친구'에서 진혁을 찾아온 수현에게 <수현 씨! 그렇게 웃으면서 살아요.>라고 진혁이 한 말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활짝 웃던 수현의 얼굴이 참 예뻤는데. '남자 친구'를 보는 내내 진혁의 말이 가슴속에서 맴돌았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있는 작은 거울을 쳐다봤다. 표정관리를 위해 갖다 놓은 거지만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게 다반사였다. 옛날의 나는 낙천적이고 흥이 많아 남자로 태어났으면 분명히 '한량'이 되었을 거라던 친구의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웃으면 복이 들어온다는데 정말로 웃으면 복이 들어오려나. 괜히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는데 이왕이면 웃으며 사는 게 좋겠다 싶었다. 까르르 넘어갈 듯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같지는 않겠지만 웃다 보면 거울 속의 내 얼굴이 남처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테지. 탤런트 서민정도 수없이 웃는 연습을 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부터 나도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