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과 새드 엔딩

잠 못 드는 밤

by 금다요

20대, 30대까지는 몰랐다. 40대로 접어들며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빠르게 다가오는 노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해피 엔딩(happy ending)'과 '새드 엔딩(sad ending)'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아무래도 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하여 너무 생각이 많은가 보다. 생각난 김에 더 해 보려고 한다.




픽사 베이 - 카네이션 꽃


# 해피 엔딩(happy ending)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기타 등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남편과 나의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이다. 이렇듯 의미가 있는 날도 많지만 계절적으로도 피는 꽃들의 종류도 많고 산과 들의 푸르름이 짙어지는 것을 보면 5월은 생동감 넘치는 젊은이처럼 느껴진다. 아침에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할 때였다. 도로 옆으로 탐스럽게 피어있는 이팝나무와 조팝나무의 꽃들을 바라보다 내가 웃어버리자 남편이 힐끔 쳐다봤다.

<며칠 전 브런치에 '당신 매력에 빠져드네요.' 제하로 글을 올리는데 저 꽃 이름이 영 떠오르질 않는 거예요.>

<어쩐지. 이팝나무만 적었길래 왜 그랬나 싶었어. 생각이 안 나서 그랬구나.>

<네. 그런데 갑자기 저 꽃 이름이 생각나는 거 있죠! 조팝나무.....>


'브런치'에서 활동하면서부터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남편이 읽은 후 어떤 부분은 '와 닿게 써야 한다.' 또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신이 업무상 하는 일을 너무 자세하게 세밀한 부분까지 써버리면 읽다 지루해 그냥 넘길 수 있어.'라며 신랄하게 평(評)을 해준다.


때로는 살짝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 부분을 수정하면 글이 더 매끄럽고 마음에 와 닿을 때가 많았다. 남편의 관심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을 해주니 날개를 달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서로를 의지한 채 서로를 바라보며 마지막 날까지 웃는 날만 있으면 좋겠다. 남 부러울 게 없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 새드 엔딩(sad ending)


사람 사는 세상에서 좋은 일만 일어나는 그런 일은 없는 거 같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사자성어가 왜 있겠는가! 미래를 대비하며 살라는 충고가 아니겠는가!


며칠 전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다른 가정처럼 우리 집에는 아이들 웃음소리도 아이들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남편과 나의 늦은 결혼 때문에. 그래서 우리를 아는 사람들은 '아직도 신혼?' 하고 묻는다. 그렇게 물을 만도 한 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여 걸리는 거리를 군말 없이 달려와주는 남편 덕분이다.


엄마랑 살 때는 '남자만 있으면 좋겠다.' 남자가 옆에 생기니 '결혼만 하면 되지.'였지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 법 이제는 '아이 한 명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이다.


외할머니댁에 가면 집안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때문에 동네 어른들이 '사람 사는 것 같이 산다'라고 부러워한다는 말을 전해 듣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핵가족화되어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사는 가족이 그리 많지 않은 거 같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 때문에 따로 생활하기 시작하면 집에는 그들의 부모님만 남아 생활하게 된다. 우리 아파트에도 노부부만 사는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오늘 같은 주말이면 아파트 한편에 구청에서 설치해놓은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뿐이다.


속 썩이는 자식들 때문에 머리카락이 쉰다는 말을 들으면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되지만 돌아가신 노인의 주검(照檢)이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이웃에게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볼 때면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으며 우울해진다. 그러면서 오늘을 내일을 더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먼저 버킷 리스트(bucket list)부터 작성하고.

마지막 순간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질 내 과거에 '안녕. 행복했어'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준비 스타트(start).

사랑하고

웃으며

고마웠어.

행복하게 정말 잘 살았다. 나의 인생이여 'See you again'


픽사 베이 - 행복한 봄




부모의 사랑은 내려갈 뿐이고 올라오는 법이 없다.
즉 사랑이란 내리사랑이므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을 능가한다.
– C.A. 엘베 시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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