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거닐다.

친구 같은 휴식처.

by 금다요

창밖에서 새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을 열었다. 산 중턱까지 드리운 안개와 살갗에 닿으면 금방이라도 얼어버릴 거 같은 차가운 바람이 설깬 잠을 사라지게 했다. 창문을 반쯤 닫았다. 침대 옆 보온병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북카페는 조용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과 커피 향이 가득했다. 나는 보온병에 남은 밤새 식어버린 커피를 버리고 새로 내린 커피를 담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주인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게스트 하우스를 나와 산책로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귓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음악에 맞춰 휘파람을 불며 정상을 향해 움직였다.


이슬에 젖은 나뭇잎에 겉옷이 스칠 때마다 이슬의 물기가 젖은 피부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20여분쯤 산책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자 안개가 옅어지며 산 정상에 있는 정자의 지붕 끝이 나뭇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나뭇잎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relax-4292062__480.jpg pixabay - 휴식. 좋은 장소.


남편과 나는 이른 시간의 산행을 좋아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오늘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대화가 필요할 때는 이른 시간의 산행이 최고라는 것을. 굳이 서로가 큰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안개가 자욱했다. 그들만의 밤을 서로 간직한 채 우리가 산길을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들려주는 아름다운 전설은 신비롭게 느껴졌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와

맑게 울려 퍼지는 새들의 지저귐.

우리의 발소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길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람쥐들의 대범한 반란은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잠깐 동안 땀을 식힐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젠 일상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한결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곳이 있어 돌아설 여유도 누리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