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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l 10. 2019

[하루 20분 8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즐거운 나의 집.

요즘 나는 매일매일 늘어나는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밤늦게까지 사무실의 불을 켜고 있다.

세종시의 치안 안정을 위해 세종 지방경찰청이 신설되면서 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담당했던 업무는 경찰서에서 하던 업무라 처리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문제는 양이 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처리기한이 정해져 있고 정확도가 최우선이기에 그렇지 않아도 소심한 성격이 시간이 흐를수록 예민해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 있었다.


어젯밤 퇴근길이었다. 남편 차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으로 '브런치'를 검색하고 있었다. 몇 미터쯤 진행했을 때였다. 남편은 아침에 내린 커피가 들어있는 텀블러를 들고 식은 커피를 들이켰다. 순간 말없이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내 모습에 섭섭한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30도 이상인 이 여름에 자기도 하루 종일 일하랴 시아버지 병원 일을 보러 다니랴 힘겨울 텐데 '참 나도 무심하구나.' 싶었다. 미안한 마음에 핸드폰을 무릎에 놓았다. 어두운 창 밖으로 수많은 가정의 불빛들이 보였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별들이 불빛이 되어 집집마다 밝히고 있는 듯 보였다.


저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을까!

하루 종일 몇 번이나 웃으며 행복해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현관에 들어서자

'그래. 이곳이 즐거운 우리 집'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비와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밥을 매 끼니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우리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행복한 우리 집에 왔구나. 생각이 들자 눈물이 핑 돌았다. 힘겨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거처럼 '집'은 나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렇게 감동적인 이유는 퇴근 전 작은 미안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퇴근 전, 하루 종일 일에 파묻혀 서로가 얼굴 보고 대화하기도 힘든 내가 안쓰러워 위로의 말을 건넨 직원에게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는 하지 마세요.'라고 답한 것이었다. 그 직원의 얼굴은 안 봤지만 분명히 무안함에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카톡으로 무안함을 풀어줬지만 맘 한구석은 미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 또한 나의 집이고 나의 가족 인대 내 가족의 맘이 다쳤을까 걱정되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하루 20분 나는 한다]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도전한 이후로는 웃을 일이 없나 찾고 있었다. 여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중에도 티-타임을 갖는 중에도 서로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소재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웃어서 즐겁고 즐거워서 행복한 우리 집과 직장을 위해 거울 속의 나를 쳐다보고 있다. 요 며칠 내 얼굴에서 사라진 나의 미소. 오늘은 실종신고를 해야겠다. 즐거운 나의 집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미소를 찾기 위해 다시 한번 '미소 찾기 얼굴 근육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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