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하루 20분 17일]을 올리려고 최애[最愛] '브런치(brunch)'에 입장을 하였다. 글쓰기를 클릭하고 제목을 입력하는 순간 '뚜벅뚜벅'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아마 17일이라는 날짜 때문이었다. 다른 작가들은 30일이란 긴 시간을 돌아 여정을 마치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텐데 오늘도 이 도전을 진행하고 있는 나 자신이 뚜벅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늦으면 어떤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게 '빨리빨리'라는 말이 내 몸에 배어 있었다. 질문도 빨리, 답변도 빨리. 행동도 빨리. 이렇게 생활해서 그런지 친지들로부터도 평생 월급봉투나 만지작 거리며 살겠다는 소리를 종종 들어야만 했다.
퇴직 후 나의 꿈은 나만의 작은 북카페를 여는 게 꿈이다. 좋은 이들이 찾아와 맘 놓고 밤새도록 잡담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카페다. 물론 카페를 열게 된다면 '돈'에 대한 욕심이 더 많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낯선 사람에게 닿는 법'을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일찍이 퇴직한 선배들을 보며 서서히 퇴직 후를 준비해야겠다는 맘이 굴뚝같다. 여자인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남자들은 퇴직 후의 진로에 대하여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겠는가 생각된다.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생각 없이 웃는다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에 이유가 생기고 변명이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지난주 주말에 찾아뵙지 못한 시아버님과 형님을 뵈러 갔었다. 아흔을 훌쩍 넘긴 데다 중환자실까지 다녀온 시아버님은 점점 더 아기처럼 변해가고 계셨다. 처음 인사드리러 갔을 때만 해도 멋진 사내대장부로 그 옛날에 헌병으로 군생활을 하신 것을 자랑하곤 하셨는데 마음이 무거워졌다. 평생 자식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노년을 보내고 계신 걸 볼 때마다 '나의 미래'가 여기 있구나 싶었다. 최근 들어 아버님을 뵈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를 생각하곤 한다. 아버님의 생각과 모습이 영화의 주인공 모습과 자꾸만 겹쳐져서.
8월 첫날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의 하나인 '처음' '첫'글자가 들어간 날이다. [하루 20분]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에 도전하기로 맘먹었던 그 시간을 기억하며 다시 도전 의식을 다져보려고 한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이 대지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듯 그 기세 등등한 저 태양의 일이라면 나도 나의 할 일인 이 [하루 20분]을 불을 먹은 듯 아침부터 내려쬐는 이 8월에 꼭 완성하리라 생각 있는 웃음을 지어본다. [하루 20분]의 도전이 어느 시간대에서는 분명히 나에게 의미 있는 웃음을 보내주리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