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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May 01. 2019

꿈속의 연인

1. 공항으로 가는 길

뉴욕은 일우에게 있어 꿈의 도시였다. 윤 회장이 유치원 졸업 선물로 사다 준 레고의 자유여신상에 반해 뉴욕까지 그를 날아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박사과정을 마치는 데로 윤 회장 옆에서 경영 실무를 돕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하그룹 계열사인 J 패션 경력직원 채용 시험장에 나타나 아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일우는 수석 합격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그가 원했던 미국 지사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 주변 고층 빌딩 사이로 조금은 허름하고 지은 지 오래되어 보이는 빌딩 7층에 J 패션 미국지사가 있었다.


그가 그렇게 맨해튼에서 생활한 지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사에서의 마지막 업무를 마치고 펜트 하우스(penthouse)로 돌아왔다. 미국에 도착한 첫날, 펜트 하우스(penthouse)란 말에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 그것도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해외 지사였기에 그가 생활할 공간에 대하여 궁금했었다. 속으로는 영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에서 M&A 회사를 운영하는 백만장자 리처드 기어가 묵었던 고급 호텔의 펜트하우스(penthouse) 같은 그런 곳은 아닐까 기대했지만 문을 열고 안으로 한 발 들여놓는 순간 환상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   픽사 베이 - 침실, 내부 등  -


 전임자 중 누군가 가족과 떨어져 머나먼 타국 땅에서 홀로 생활하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말이었나 싶었다.  우리나라의 원룸 형으로 평수보다 넓어 공간 활용도는 높아 보였다. 그러나 뉴욕의 상징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센트럴 파크 외에도 다양한 인종과 패션, 그리고 맘만 먹으면 각종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밤 또한 상점과 간판의 조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들로 가득한 도시의 야경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게 그를 자극했다. 


 오후가 되면서 가늘게 내리던 비는 강한 바람까지 몰고 와 도시의 빌딩 숲을 적시고 있었다. 도로 옆 어린 가로수들은 강한 바람에 견디다 못해 뿌리까지 뽑혀 도로 위를 뒹굴고 있었다. 빗물이 흐르는 유리창에는 그의 손에서 찍힌 가느다란 선들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유리창의 차가움이 피부 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이 곳에서의 모든 게 오늘로써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창가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블루투스를 귀에 꽂고 창 밖을 바라보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였다.    


<이 곳에서 제가 처리해야 할 업무는 모두 마쳤습니다. 금요일 새벽입니다. 공항에는 안 나오셔도 돼요. 짐이라고 여행용 트렁크 하나뿐인데 미리 보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그는 귀에 꽂았던 블루투스를 손에 든 채 그동안 지냈던 공간을 둘러봤다. 5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소품 하나 바뀐 거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다음 사람은 이런 펜트 하우스(penthouse)에서의 생활이 무료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예고도 없이 날아든 한 장의 공문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project)를 인계하느라 많이 지쳐 있었다. 아침에 입었던 옷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두 손으로 깍지를 쥔 채 머리를 바치고 낮은 천장의 샹들리에를 쳐다봤다. 최면에 걸린 거처럼 눈꺼풀이 아래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잠들었었나!'


그는 일어나 앉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미국에 와서는 단 한 번도 꿈이란 걸 모르고 생활했는데 이상한 날이었다. 꿈이 너무 생생해 현실처럼 느껴졌다. 꿈속에서 만난 그 여자는 자연스럽게 그의 무릎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무슨 꿈이 이래! 이 여자가 왜?'


 그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머리를 가로저으며 알 수 없는 꿈에 대하여 생각을 접었다. 반쯤 풀린 넥타이를 풀며 반바지로 갈아입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자 기분 좋게 데워진 물이 그의 머리 위에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뜨거운 열기로 뿌옇게 가리어진 거울을 수건으로 닦았다. 바디클렌저 병을 들고 손에 덜어 거품을 내자 시원한 바디 향이 코 끝을 간지럽혔다.


 거울에 비친 그는 184cm 장신에 작은 눈이지만 얇은 쌍꺼풀이 있고 긴 속눈썹에 감춰진 눈동자 색이 다크 브라운색을 띠고 있었다. 하얀 피부에 작은 얼굴 때문인지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어리게 보였다. 그는 샤워기를 들고 몸에 묻어 있는 거품을 씻어냈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준비해 놓은 후드티와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는 빅팩을 메려다 책상 앞으로 걸어가 스탠드(stand) 등을 켰다. 포스트잇 한 장을 뽑아 간단하게 몇 자 적었다.


 '미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더불어 지사 근무 또한 축하드립니다. 먼저 이곳을 다녀간 윤일우입니다. 제 연락처가 필요할지 몰라 남깁니다.'


잘 보이도록 책상 바닥에 붙여놓고 스탠드(stand) 등을 껐다.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빅팩을 메고 펜트하우스(penthouse)를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번 그동안 자신이 이 곳을 오고 가며 무수한 발자국을 남긴 길이며 빌딩들을 쳐다봤다. 강하게 불던 바람도 퍼붓듯 내리던 비도 그쳐 있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기온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는 서둘러 거리로 나왔다. 정차한 택시에서 노부부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차를 향해 뛰어가 택시 뒷좌석에 빅팩을 내려놓고 옆에 앉았다.   


<존 F 케네디 공항으로 가 주세요!>






contents


2. 바람이 분다.

3. 그녀에게 닿다.

4. 꽃샘추위

5. 일우의 약속 

6. end가 아닌 ing


* 로맨스 소설입니다. 앞으로 목차 순에 의해 올릴까 합니다. 소제목은 흐름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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