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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Sep 17. 2019

[하루 20분 21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내 삶의 로맨틱한 동지

오래전부터 나의 기상 시각은 새벽 5시였다. 두 번 정도 새벽 4시 40분에 맞춰 놓은 적이 있었지만 나의 알람 시각은 정확하게 새벽 5시였다. 새벽 4시 40분에 알람을 맞추었던 첫 번째는 새벽시간에 운전학원을 다녔기 때문이었다.


첫 시간에 수강을 하여야만 출근시간을 맞출 수 있었기에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까지 해야만 했다. 합격하면 중고 자동차라도 사야겠다 결심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치른 시험 도중 언덕에서 미끄러지며 급기야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불합격하고 한 달 정도 더 새벽시간에 학원을 다녀야만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꿈만 같은 시절이었다.


그 후 두 번째 시험날 운전학원 부원장님의 조언대로 청심환 한 알을 잘게 갈아 삼키고 운전대 앞에 앉은 덕분인지 아니면 토요일마다 특별교습을 받은 덕분인지 합격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어렵게 운전면허증은 손에 쥘 수 있었지만 My Car와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나의 면허증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내게 많은 기쁨과 웃음 그리고 기대감을 주기도 하였지만 지갑 속에 보물처럼 간직되어 있어 헛웃음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교차로에서 또는 횡단보도에서 마주치는 녹색 신호등을 보면 운전면허시험이 끝나고 합격을 알려주던 녹색 등이 떠올라 나를 웃음 짓게 한다. 나는 아직도 이 거리에서 주행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조금 전 울린 알람 소리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창 밖은 아직 깜깜했다.


다시 04시 40분으로 알람을 맞춘 이유는 청사 이전으로 인하여 충남 예산으로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06시 10분 출근버스를 놓치면 기차를 타든가 아님 시외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긴장의 나날이었다.


아! 이때는 정말 웃는 게 어려울 정도로 몸도 마음도 힘겨웠지만 말없이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남편 덕분에 1년 조금 넘게 출퇴근을 한 후 세종시로 발령받아 올 수 있었다.


처음 만난 날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의 길을 함께 달려주는 내 삶의 달콤한 동지, 때로는 의견이 맞지 않아 살짝 서로 맘 상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았으며 엑셀 또한 밟은 일 없이 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터널 입구에 하얀 안개가 가득 드리워져 있다. 가끔은 우리 앞에도 저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가 드리울지라도 지금처럼 서로를 믿고 말없이 웃으며 헤쳐나갈 것이라 믿는다. 하루 20분을 웃음으로 가득 차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20분 동안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도록 노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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