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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Sep 20. 2019

[하루 20분 23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그냥 웃게 되네요.

나의 최애 시간은 남편의 차를 타고 라디오를 청취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다가 여유를 찾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생각 없이 웃게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목요일 밤이었다.  지하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고마운 남편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였다. 마침 MBC 표준 FM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가 방송되고 있었다. 창밖은 깜깜해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늘의 별을 따다 지상에 하나 둘 박아놓은 듯 불빛만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버님 병원에 다녀오셨어요?>라고 묻자 남편은 <다녀왔지. 그런데 발가락 하나가 또 궤사가 진행 중이라 맘이 놓이질 않아.>라고 답했다. 


안쓰러워하는 그 시린 맘을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 때였다. 스페셜 게스트로 양혜승이란 가수가 초대되었다. 양혜승? 난 개그우먼인 줄 알았는데 가수였었구나 생각했다. 안영미와 최욱의 센 입담 덕분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남편과 함께 큰소리로 신나게 웃었다. 


요즘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해 계셔 맘 편하게 웃는 게 쉽지 않았는데 '웃음'이라는 큰 선물을 매일매일 안겨주니 얼마나 고마운 프로인가. 나의 도전 주제에 맞게 아무 생각 없이 20분은 거뜬하게 웃을 수 있어 어느 순간 애청자가 되어 있었다.  


23일째 도전기를 올리려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를 검색해보니 조만간 최 욱씨가 이 프로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어떤 진행자가 안영미 씨와 '웃음'을 안겨줄지 기대가 된다. 


웃음 소리는 정말 예쁘다. 특히 애기가  '까르르 까르르' 웃을 때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소리가 함께 들려오는 거처럼 행복의 절정을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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