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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Sep 26. 2019

[하루 20분 24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다양한 기쁨. 

며칠 전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하였다. 자연은 마치 우리 인간들이 알아서는 안될 거대한 비밀을 저 짙은 안갯속에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어느 곳이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개의 짙음이 절정에 이르렀는지 점점 옅어지고 눈 앞이 환해졌다.  


계절이 바뀔 때면 두어 번 심하게 감기몸살을 앓는다. 겨울에서 봄으로,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여름 내내 이 땅에 쏟아붓는 태양의 열기에 지쳤는지 어김없이 한차례 장염과 동반한 몸살을 앓는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싶으면 그 아픔 속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느낌을 맛보게 되니 어쩌면 나에게는 한 계절을 보내고 다른 시간의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통과의례(通過儀禮, passage rite)가 아닌가 싶다. 


몸도 맘도 힘들 때 '웃는다'는 것 정말 어렵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 다른 이들을 만나야 하고 상담을 해야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되었다.  문득 엊그제 휴대폰 요금 변경 때문에 고객상담센터 직원과 통화한 게 떠올랐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남자였다. 잠시 멈칫한 후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그의 답변을 기다렸다. 나의 몸상태가 별로였기 때문에 내 목소리가 사무적으로 들렸을 텐데 그는 끝까지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답을 주었다. 


그와 통화하는 내내 모니터 앞 작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또 나는 웃고 있구나 생각되었다. 세상에는 웃을 일이 참 많다는 것을 한번 더 깨닫게 되는 날이었다.  


오늘은 가을 아침 햇살이 참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무실 앞 작은 산의 나뭇잎 색깔도 조금씩 변해감을 느끼고 있다. 열심히 웃는 하루가 되기를 기대하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에게 조용히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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