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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Sep 30. 2019

[하루 20분 25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선물 같은 웃음.

지난주 토요일은 엄마의 기일이었다. 늘 이맘때만 되면 우울한 기분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로 바뀐 지 벌써 6년이 지나가고 있다. 남편과 나는 시간에 맞춰 여든이 넘으신 둘째 이모를 모시고 엄마가 계신 납골당으로 향했다. 이모들도 연세가 칠순을 다 넘긴 까닭에 매년 모시지 못하다 둘째 이모가 올해는 꼭 참석하겠다고 말씀하셔 모시게 되었다.


둘째 이모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차속에서 엄마가 돌아가실 때의 나이가 궁금하셨는지 나에게 물으셨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 나이가 몇이셨지?>

<여든세 살이셨죠.>

<그랬구나. 이모가 엄마보다 3년을 더 살았구나.>

<이모!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건강만 생각하세요.>


이모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드시나 보다. 나는 분위기를 바꾸려 뒤를 돌아보았다.

<이모! 오랜만에 차 타고 밖에 나오니 좋으시죠? 건강하셔야 이렇게 조카들하고 언니 기일에도 오실 수 있으니 건강관리 잘하세요. 아셨죠?>

<그래. 좋구나. 이렇게 조카사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리 언니도 만나러 가니.>


대화는 중단되고 우리는 창밖을 쳐다봤다. 조금 있으면 저 산의 나뭇잎도 붉은색, 주황색, 갈색 등으로 새단장을 하겠다 싶었다.


납골당에 도착하자 큰오빠네, 작은언니네. 작은 오빠네 가족들도 도착하였다. 함께 엄마가 계신 곳으로 올라갔다. 내가 슬플 때도 내가 기쁠 때도 늘 웃으며 맞아 주시는 사진 속의 엄마 얼굴이 내 기분이 그랬는지는 몰라도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고 계셨다. 아마 오랜만에 여동생도 만나고 가족들이 다 모여서 즐거우셨는지도 모르겠다.


한참 동안이나 엄마 곁에서 머물다 우리는 납골당을 나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얘기꽃을 피우며 웃고 떠드느라 시끌벅적했다. 조카들까지 할머니 기일에 참석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조카들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우리에게는 우리만이 아는 주제가 있고 서로에게 통하는 느낌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있지. 엄마가 우리 가슴속에 하나하나 소중하게 쌓아 남겨주신 이 감정들을.'


오랜만에 만나도 변함없이 서로를 생각하는 이 맘이 앞으로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른다 해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둠 속에서 하나 둘 켜지는 불들을 바라보며 또 하나의 웃음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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