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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좋아한다는 캣그라스(귀리)를 심었다. 일주일 사이에 실내에서 햇빛도 흙도 없이 물에 적신 휴지만으로 이렇게나 컸다. 가지고 있던 씨앗을 모조리 털어 넣은지라 씨앗을 좀 과하게 뿌린 건 사실이나 발아하지 못하고, 발아했지만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씨앗들이 꽤 된다. 초반에는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해. 자리를 잘못 잡았구나. 하고 위치도 빈 자리로로 옮겨놔 봤지만 낙오된 씨앗은 낙오된다. 더 이상 뿌리내릴 자리가 없나 보다.
똑같은 씨앗인데 왜 어떤 씨앗은 먼저 뿌리를 내리고 위로 쑥쑥 자라고 왜 어떤 씨앗은 뿌리조차 못 내리고 고사하는지. 단지 위치 선정의 문제일지 아래로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초반에 살짝 덮어놓은 한 장의 휴지를 바닥이라 믿고 위로 뻗은 잘못인지. 괜히 짠하다.
시작은 똑같았는데 결과는 다른 인간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 같다. 아니면 시작이 똑같았다 생각했는데 같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방향을 잘못 잡은 씨앗 탓인 건지 남들보다 조금 늦게 발아한 탓에 뿌리내릴 땅을 빼앗긴 건지. 결국 씨앗을 좁은 공간에 많이 뿌린 내 잘못이겠지. 날마다 눈에 띄게 자라나는 새싹이 기특하고 이쁘지만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들이 측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