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월급쟁이 시절, '프리랜서로 전향하면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겠지?' 하는 핑크빛 환상에 젖어있었다. 일을 적게 하나 많이 하나 월급은 매달 똑같았고, 직장에 에너지를 탈탈 털리고 나면 사이드잡이나 부업은 엄두도 못 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돈을 더 벌고 싶으면 일을 더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반대로 말하면 '돈이 들쭉날쭉 들어오는 삶'이란 것을,
프리랜서가 되고서야 깨달았다.
프리랜서가 된 후, 월급쟁이 시절보다 수입은 분명 늘었는데, 수중에 남는 돈은 '더' 없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매달 들어오는 일정한 돈'의 무서움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어쩌다 한 번 들어오는 큰돈보다, 작은 돈이라도 일정하게 때 맞춰 들어오는 편이 관리하기에 훨씬 좋았다. 또한,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기에도 유리했다.
'아, 어떻게 쓰는 돈을 100원까지 기록을 해.. 생각만 해도 귀찮아!'
라고 생각하며 줄곧 외면해왔던, 앞으로도 외면하고 싶었던 '가계부'. 초등학생 때 세일러문이 그려진 용돈기입장에 '수입 : 용돈 3000원, 지출 : 컵볶이 500원'등을 기록했던 것 이후로, 만 서른에 가계부를 처음으로 써보았다.
2022년 10월 1일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으니, 이제 겨우 12일 남짓 쓴 셈이다. 채 2주도 되지 않는 시간. 지출은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그리고 뭔 놈의 '쿠팡'지출이 이리 많은지. 누가 보면 쿠팡의 대주주라도 되는 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열심히 집에서 해 먹는다고 했는데도, '배달'의 민족 그 자체였다. 요즘은 배달료도 더 올라서, BBQ 후라이드 콤보 한 마리에 24,000원, 치즈볼 5,000원, 거기에 배달료 5,000원까지 하면 끼니 외로 먹은 간식이었는데, 간식값이 34,000원이나 되는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해지와 삭제'의 축제를 열기로 했다. 쿠팡 멤버십을 해지했다. 넷플릭스도 해지했다. 배달의 민족을 삭제했다. 쿠팡 이츠도 삭제했다. '진짜 편리하다! 너무 좋다!'라는 편리함에 취해 '내가 내 돈 주고 산 편리함'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가계부를 쓰고 보니 내가 요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비의 요정. 이제 소비 요정이던 지난날의 나도 '구독 해지' 하려고 한다.
- 파랑 -
핸드폰 요금제도 알뜰폰 요금제로 바꿨습니다. 똑같은 조건인데(데이터 10기가, 통화 무제한) KT는 49,000원, 알뜰폰 요금제는 15,000원이더라고요... 맙소사!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