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프리랜서로 전향 후, '내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서 집중한다는 것은, 다양한 루틴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을 찾아냈다. 바로 '남들이 자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4시간을 집중하는 플랜을 세워서 생활했었다. 하지만 4시간이 6시간이 되고, 중간중간 쉬고 딴짓을 하다 보면 8시간으로 늘어나서 아침 해가 뜨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밤을 꼴딱 새우는 올빼미가 되어있었고, 보통의 체력을 가진 몸은 점점 축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글을 본격적으로 쓰고자 마음을 먹고,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의구심에 잠이 안 오는 날이었다. 1시에 선잠이 들어 어렴풋이 4시에 다시 잠에서 깼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부엌에 나왔다가 그 기분을 느꼈다. 묘하게 느껴지는 그 기운, 그건 바로 '남들이 다 자는 시간', 즉 내가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었다.
새벽 4시. 다시 자러 침대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책상에 앉아서 오랜만에 집중해서 글을 써내었다.
난 친구와 사는 집에서 아침 식사 당번을 맡고 있다. 그래서 보통 8시쯤 아침 식사를 하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할 일을 하다 보면 금방 8시가 되었다. 그럼 평소 하는 것처럼 부엌에서 뭐든 요리를 해내어 아침 밥상을 차렸고,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아침밥을 먹고 나면, 이상하게 맥이 탁 빠지는 게 아닌가. 당시엔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었다. 그냥 아침밥을 먹어서 졸린 줄로만 생각했고, 졸음을 이기기 위해 커피를 진하게 내려서 뚱뚱한 잔에 가득 담아 다시 책상에 앉았다. 많은 양의 커피를 마셔도 눈이 감기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원인도 모른 채 꾸벅꾸벅 졸다가 남은 오전 시간을 허무하게 날려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가 피곤했는지 알람 소리를 못 들은 것이다. 나는 책상에 있다가 시간을 잊었고, 늦잠을 잔 친구는 옷만 겨우 입고 후다닥 출근을 했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오후 12시가 될 때까지 오전 시간을 꽉 채워서 할 일을 해낸 것이다.
요리를 하고 밥상을 차리던 습관이, 한창 집중하던 흐름을 깨트렸던 거구나...!
그래서 우리는 몇 년간 이어진 생활 습관을 바꾸기로 큰 결정을 내렸다.
아침 '밥'을 버리기로!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 오전 8시쯤 배가 고프면 두유에 단백질 파우더를 타서 휘리릭 한 잔 마셔버린다. 배가 좀 더 고픈 날이면 요거트에 그때그때 집에 있는 과일을 넣어먹거나, 귀리 우유를 큰 컵 가득 따라서 마신다. 그럼 오후 12시까지 다시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만의 루틴 찾기는 매일이 안갯속을 걸어가는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났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요, 출퇴근 기록이 찍히는 것도 아니기에. 하지만 이렇게 한 개씩 바꿔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가있지 않을까? 오늘도 글을 쓰며 스스로를 도닥여본다.
- 파랑 -
아침을 가볍게 먹으니 바로 앉아도 졸리지 않고 집중력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더라고요.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앞자리가 '8'로 바뀌었어요. '50일 챌린지'가 끝나자마자 다시 또 '50일 챌린지'를 막 시작했을 때에는, '내가 미쳤지! 왜 그랬을까?' 란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어느새 30일을 또 넘겼습니다. 이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