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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Nov 16. 2020

외로움에 대하여

필연적인 감정

외로웠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자연스레 외로움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다른 것들로 채우려고 이것저것 하자니 만사가 다 귀찮았다.
 
 그날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망원동 골목골목을 한가로이 걷고 있었다. 초록 초록하고 외관만 보아도 “나 꽃집이오.” 하고 외치는 곳이 눈에 띄었다. 가게 밖에는 많은 식물들이 저마다의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작은 화분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종류의 허브들도 있었는데, 그중에서 ‘바질’이 눈에 띄었다.
 
 ‘반려 식물이라고도 한다던데, 이참에 하나 키워봐?’라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가격은 더할 나위 없이 충동구매하기 좋은 단돈 삼천 원이었다.
 
 ‘이거다.’
 
 꽃집 사장님은 바질에 대해 아주 기르기 쉬운 식물이며 잘만 키운다면 사람 무릎 높이까지도 자란다고, 햇빛과 물을 잘 주라고 말해주었다.
 
 바질의 둥글넓적한 잎 모양새도 예쁘고 귀여웠다. 그렇게 그날은 혼자가 아닌, 바질과 함께하는 귀갓길이었다.
 
 바질을 방 안에 두고 싶었다. 얼굴도 자주 보아야 더 예쁘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방 안에는 햇빛이 충분히 들지 않았다. 나에게 햇빛이 밥인데, 누군가 밥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퍽 슬플 것 같았다. 그래서 해가 드는 베란다로 옮겨주었다. 흙이 말랐을 때 물도 종종 주었다. 그러나 창을 닫고 커튼을 칠수록 바질은 이내 내 머릿속에서 잊혀 갔다. 그렇게 하루하루 갈수록 시들해진 바질은 결국 죽고 말았다.
 
 

외로움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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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인간은 날 때부터 외로움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외롭습니다. 그래서 읽고 씁니다.

외로운 건 싫으니,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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