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 Jan 10. 2022

[펌] 너무 좋아서 공유합니다.

새해 결심

<새해 결심>

                                  류시화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말하지 말 것


'논 숨 콸리스 에람 -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 이 말을 수첩 앞장에 적어 놓을 것


물을 더 많이 마실 것


길이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잊고 여행할 것


자서전은 직접 써내려 갈 것, 다른 사람이나 운명이 대신 쓰게 하지 말고


가슴이 원하는 것이면 할 것


바깥으로 넓어지고 안으로 깊어질 것


신발에 들어간 돌을 다 털어 내지 말 것, 그 불편함이 나의 존재감을 증명해 줄 것이므로


두 꽃 중에서 폭풍우를 이겨 낸 꽃을 선택하고, 두 거짓말 사이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거짓말을 선택할 것


많은 해답을 가진 사람을 멀리 할 것, 그 대신 상처 입은 치유자와 걸어갈 것


자신은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기억할 것


나뭇가지를 신뢰하는 대신 자신의 날개를 신뢰할 것


음정이 약간 어긋난다고 해서 내 노래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음을 자신에게 말해 줄 것


거친 바람에 저항하며 날갯짓하는 쇠기러기 보면서 세상의 무엇에 맞서며 나는 살아가고 있나 생각할 것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더 많은 불행한 사람이 있고, 치유된 상처가 있으면 더 많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있음을 잊지 말 것


계획대로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계획에 없던 일들을 더 많이 준비해 달라고 기도할 것


하루에 한 번은 회전하는 세계의 중심이 되어 한 송이 꽃처럼 고요히 앉아 있을 것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든 밤마다 함께 보내는 연인을 둘 것, 그 연인이 시든 책이든 음악이든


올해의 마지막이 그다지 나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을 것


사진 2장은 제가 직접 찍은 올해의 첫 일출입니다.


출처 : 류시화 시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415339421904483/posts/4338437649594621/?d=n
매거진의 이전글 꽃의 유한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