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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다움으로 대구를 더 대구답게

대구 도시브랜드 ‘컬러풀 대구’에 대한 논란이 매우 뜨겁다. 3억5800만 원의 예산을 들여서 겨우 동그라미 색상 두 개 바꾸었다고 이런 것일까? 8조 원이 넘는 대구시 1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논쟁의 본질은 돈이 아니다. 더군다나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쓴 돈인데다가 그보다 몇 배 쓰고 실패한 지자체도 많은 것을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커다란 관심사로 대두될까?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라는 대구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5년 대구시 도시브랜드위원회는 2004년 만든 ‘컬러풀 대구’가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새로운 브랜드개발에 착수했다. ‘컬러풀 대구’가 브랜드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고 시민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실패작의 재탕이라고 하니 허무할 수밖에 없다. 대구의 정체성이 진짜 ‘컬러풀’이 맞는 거야? 도시브랜드가 꼭 필요한 거야? 그거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나? 수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인 필요성 여부부터 살펴보자. 도시도 경쟁시대에 들어서 있다. 도시브랜드는 도시마케팅의 출발점이자 방향타이며 시민들의 자긍심과 소속감을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다.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 인간은 삶에서 실패를 거듭하듯이 도시도 마찬가지다.


대구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섬유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섬유산업이 사양화되자 고부가가치를 위해 ‘패션의 도시-대구’라는 기치 아래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수천억원을 투입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유를 산업적 차원의 지원실패에서 찾기도 하지만 핵심은 마인드에서 찾아야 한다. 패션 관련 센터에서 30대 이상 대구지역 여성 722명 설문조사 결과 ‘최신 유행’을 선호하는 사람이 1.5%이고 ‘무난한’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39.2%였다. 패션의 도시가 숨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섬유도시 이후 국내 최대 안경생산지로서 안경도시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현재 대구경제의 주축은 자동차 자동변속기, 클러치, 제동장치, 램프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다. 전기차로 인해 위기에 처해 전기차 충전기를 비롯한 전기차 부품회사로 변신을 시도중이다. 또한 대구에는 대학도 많고, 대학병원도 많다. 저출산으로 인해 교육이나 의료산업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대구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정책사업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이름들을 내세운다. 뮤지컬 도시, 로봇산업메카도시, 육상메카도시, 미래형 자동차 선도도시, 메디시티, 물 산업 허브도시 등이 난립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주장을 하다보면 하나도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도대체 대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대구시민조차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한다. 앞으로 ○○산업이 뜨면 그 때 가서 또 ‘○○도시-대구’라고 할 것인가?


상품의 총가치는 기본가치와 부가가치의 합이다. 섬유, 안경, 물, 자동차, 뮤지컬 등은 제품이다. 브랜드가 아니다. 기본가치밖에 없는 제품에 브랜드의 의미가 부여될 때 고부가가치화가 이루어진다. 대구다움에서 브랜드의 상징적 의미를 찾아야 한다.


대구다움이란 무엇일까? 대구다움의 본질은 대구정신에 있다. 대구시민은 국채보상운동의 메카, 2·28 민주운동의 발상지이자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부라는 것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나라사랑 정신이 대구정신의 본질이다. 현재의 대구를 보고 보수적이라고들 한다. 과거에는 그 어느 곳보다 소위 진보적이기도 했다. 진보였을 때도, 보수였을 때도 대구시민의 심장에는 나라사랑하는 애국정신의 열기로 가득했다.

             

                                

대구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더위에 관한 것이다.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외부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날 정도로 대구의 더위는 유명하다. 대구 거리에 설치되었던 계란 프라이 조형물 등이 전국의 언론과 SNS에 큰 주목을 받으며 공감대를 얻기도 했다. 대구는 크고 넓은 벌판으로 분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옛 이름에 달구벌(達句伐), 달구화(達句火) 등이 있다. 불 화(火)라는 지명에서 보듯이 열(熱)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최초의 시민구단인 대구FC의 로고나 마스코트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이다. 서포터즈들은 대구FC를 상징하는 단어를 열(熱)과 혈(血)로 정하고 마크를 불새로 만들었다. 이미 삶 속에 들어와 있다.


지리적 환경 요소를 보거나 그것을 반영한 역사와 정신문화를 볼 때 공통점은 열기(熱氣)다. 대구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들의 근원을 보면 열기 하나로 통한다.


대구의 정체성 확립은 차별화된 브랜드 개성으로 대구다움을 구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브랜드개성을 대구다운 모습과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여기는 대구, 지금 내가 대구에 와 있구나’를 느끼게 해야 한다. 단순히 랜드마크뿐만 아니라 거리의 풍경 속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심을 흐르는 강물에서도, 거리의 간판과 건물에서도, 공기 중에서도 삶의 열기가 느껴져야 대구답다.


대구다움을 브랜드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기존의 문제점을 비판만 하거나 혹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기보다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통해 생산적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브랜드 정체성을 슬로건으로 표현하자면 ‘핫(HOT) 대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핫(HOT)은 ‘더운, 매운, 인기 있는, 매력 있는, 잘하는’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핫플레이스, 핫피플, 핫페스티벌 등으로 확장할 수 있으며 안경, 자동차, 뮤지컬, 물이라는 구슬을 보배로 만들기 위해 ‘핫’으로 꿰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왜 핫인가? ‘컬러풀 대구’를 그대로 쓰면 안 되는가? 어짜피 색상 두 개만 바뀌었어도 실물적용할 때 바꿀 것이 많이 생긴다. 그럴 바에는 대구다움을 공감할 수 있는 ‘핫 대구’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본 이유는 ‘핫’이라는 열기가 이미 시민들의 마음 속에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구는 절박하다. 이대로는 미래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 절실함을 담아 경제산업과 문화예술을 뜨겁게 달구어야 한다. 달구벌의 의미를 가슴 뜨거운 열기로 미래를 달구다라고 해석해 보자.

            


열기가 가득한 대구

                               

삶의 열기라는 하는 브랜드정체성을 찾아 ‘핫(HOT) 대구’라고 하면 브랜드가 완성된 것인가? 그렇게 바꾼다고 저절로 좋아지는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도시브랜드가 실패한 이유는 선언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자식을 키워본 부모들은 느끼겠지만, 옥동자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키우는 것이 훨씬 어렵다. 브랜드의 지속적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부문별로 계량화된 성과를 측정해서 피드업해야 한다. 대구시 삶의 열기는 지금 몇 도인가? 경제산업의 열기는? 문화예술의 열기는? 복지분야의 열기는? 이를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구가 항상 잊지 않고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대구시가 사람들로부터 받아야 할 최고의 찬사는 무엇일까? “대구는 역시 핫(HOT)해. 삶의 열기가 가득해”다. 이러한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도시의 모든 활동이 ‘열기(HOT)’라는 하나의 방향타에 맞추어 일관성 있게 정렬되어야 한다. 


삶의 열기가 가득한 도시. 

핫(HOT)으로 기억되는 이름 -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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