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민선7기 시정목표의 하나로 광주다움의 회복을 내세웠다. 광주다움의 회복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좋은 일자리는 풍요로운 광주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볼 때 광주다움은 정의로운 광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이 거대한 블랙홀로 변해 모두가 서울을 따라하려는 때에, 광주의 모든 행정과 도시디자인, 건축물을 시설할 때 ‘광주다움’의 색채를 띠게 하려는 취지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광주다운 도시 만들기’의 일환으로 ‘광주다운 도시공간 조성계획’을 통해 아름다운 고품격의 디자인도시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광주다움’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했을 때 ‘광주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하면 ‘그건 전혀 광주답지 않아’라는 말을 듣게 될까? ‘광주답게’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광주다움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한 두 사람이 지정하거나 선포한다고 하여 규정될 일이 아니다.
광주다움은 크게 무형의 가치와 유형의 이미지로 구분할 수 있다. 광주다움은 광주정신을 바탕으로 광주의 이미지를 새롭게 형상화하는 것이다. 광주정신은 역사 속에서 광주시민의 가슴 속에 축적해온 핵심역량이며 지향하여야 할 가치이다. 모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광주정신이란 무엇인가? 다른 지역과 달리 광주는 ‘광주정신’이 비교적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광주시민 스스로 ‘의향’, ‘예향’이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광주정신은 이미 브랜드다. 광주정신이나 광주다움을 찾기 위해서 전문기관의 연구나 시민의 의견수렴을 새롭게 한다고 해도 ‘의향’, ‘예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단단한 뿌리가 있다. 따라서 광주정신, 광주다움은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의 문제이다. 광주정신을 시민의 행동 속에서, 거리의 풍경 속에서 ‘광주다움’으로 구현하는 것이 과제이다.
의향은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 속에서 민주, 인권, 평화라는 보편적 이념과 결합하면서 광주정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정착해왔다.
예향은 의향보다 역사적 뿌리가 더 깊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은 농경사회에서 풍요로운 경제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을 꽃피우며 예향의 전통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는 백제 유민들의 망국한에서부터 조선시대, 근현대사에 이르는 한(恨)의 정서가 녹아들어있기도 하다.
의향과 예향은 광주정신의 요체이며 자부심의 근거이다. 의향 광주의 상징물은 도청사와 분수대이고, 예향 광주의 상징물은 아시아문화의 전당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의향은 민주도시, 인권도시, 민주화운동의 성지 등 정의로운 광주를 나타내고 예향은 아트도시, 문화중심도시, 멋과 맛의 도시 등 아름다운 광주를 나타낸다.
이것들은 상호배타적인 것일까? 의향과 예향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광주정신을 좁게 정의하지 말고 크게 접근해야 한다. 광주정신을 정치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매우 편협된 시각이다. 광주정신은 의향과 예향 즉 정의로움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것이다.
예향은 좁은 의미의 문화이고 의향은 넓은 의미의 문화에 속한다. 좁은 의미의 문화는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영화와 같은 예술 분야지만 넓은 의미의 문화란 자연을 변화시켜 인간의 삶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예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체육, 과학기술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더 나은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힘쓰는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삶의 양식이다. 정치문화, 교육문화, 산업문화, 체육문화라는 개념이 그것을 나타낸다. 백범 김구 선생은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라고 말했다. 의(義)를 배양(cultivating)하는 것, 역시 문화라고 설파하였다.
문화는 인간다운 삶, 즉 인간의 존엄과 품격을 위한 행위나 삶의 양식이다. 문화(文化)란 문맹(文盲)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의미이다. 문화는 어둠과 반대로 밝음이다. 따라서 의향과 예향은 인간의 존엄과 품격을 빛나게 밝혀주는 문화로 합일한다. 진정한 광주다움은 어둠을 걷어내는 의로움으로 인간의 존엄을 밝히고, 멋스러움을 추구하는 아름다움으로 인간의 품격을 빛나게 한다.
광주를 광주답게 광주정신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 지역의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공유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광주를 광주답게’ 만들기 위한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의향과 예향, 둘의 뿌리는 하나다. 그것은 바로 빛(光)이다. 지명은 그 땅이 가진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꿰뚫어 핵심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지명은 땅의 운명이다. 광주(光州)의 지명은 빛고을이다. 광주시민 모두가 지향하여야 할 가치는 다시 지명이 생겨난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초심을 잃지 않고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Back to the basic!
빛은 온 누리에 고르게 평등하다. 따라서 빛고을 광주의 정신은 소수의 권력 ‘독점’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유하며 평화를 향유함으로써 발휘된다. 빛은 모이면 모일수록 밝고 환해진다.
광주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품격을 유지하며 살도록 문화의 빛을 밝혀주는 빛고을이다. 광주는 문화의 빛이다. 혹자는 먹고사는 게 급한 게 무슨 문화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21세기는 문화가 정치와 경제를 이끌어가는 시대이다. 민주주의의 생활문화화, 문화의 민주화, 경제산업의 문화화, 문화의 경제산업화가 광주의 나아갈 길이다.
광주다움과 광주정신은 창조적 희망의 빛으로 성장동력이 되어야 한다. 광주정신은 결코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자칫 정치과잉으로 치우치게 되면 지역발전의 장애물이나 발목잡기가 될 수도 있다. 5‧18정신이 성역을 넘어 신성불가침, 불통과 경직, 어둠, 무거움, 엄숙함 등 일부 부정적 측면을 극복해야 한다. 그렇게 된 원인이 지나치게 정치 과잉에서 비롯된 것 때문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만 함몰되고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5‧18은 광주의 젊은이들에게 살아 숨 쉬는 정서적 기억이 아니라 단순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5‧18정신, 광주정신이 세대를 넘어 제대로 계승되지 않을 것이다. 어둠은 결코 광주다움이 아니다. 빛의 도시로서 광주다움은 밝음이다.
광주를 더 광주답게 하려면 일상적 삶속에서 광주정신이 구현되어야 한다. 광주정신은 인간의 존엄과 품격에 기반한 공동체 가치를 훼손하고 각자도생의 삶이 추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광역시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처럼 특별자치행정을 펼쳐나가야 한다. 민주주의2.0을 통해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운영하는 민주도시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광주는 매우 짧지만 시민이 직접 운영하는 민주도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80년 5월 도청 앞 분수대에 둘러앉아 수만의 시민들이 함께 공동체의 미래를 토론하며 만들어갔다. 할 일을 배분하고 소명의식을 가지고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으며 각자가 서로의 할 일을 찾아서 했다. 의사결정의 기준은 공동체에 얼마나 필요한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였다.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체감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돌보며 도시는 안전했으며 평화가 숨 쉬었다.
이것을 제대로 다시 한 번 멋지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자치시가 될 필요가 있다. 광주다운 도시공동체 문화를 창출하여 빛처럼 널리 전파해야 한다. 5월의 영령들도 후세들이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그 날의 상처로 괴로워하길 원치 않을 것이다. 영령들이 꿈에도 그리던 밝은 그 날이 실현되기를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광주다움의 중요한 과제는 광주정신의 시민적 공유이다. 광주다움은 광주시민에게서 느껴지는 생생한 정서이며 거리의 풍경에서 스며나오는 모습이다. 삶 속에서 느껴지도록 자긍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광주의 정체성 확립은 차별화된 브랜드 개성으로 광주다움을 구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브랜드개성을 광주다운 모습과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주다움으로 문화의 빛을 통해 광주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광주의 매력을 창출해야 한다.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여기는 광주, 지금 내가 광주에 살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야 한다. 단순히 랜드마크뿐만 아니라 거리의 풍경 속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길을 걸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져야 한다. 도심을 흐르는 강물에서도, 거리의 간판과 건물에서도, 공기 중에서도 밝은 빛의 숨결이 반짝반짝 느껴져야 광주답다. 문화의 빛이 펼쳐지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평화(平和)로운 세상이다.
광주다움이 단순히 선언적 의미나 추상적 수사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통해서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광주의 빛의 밝기는? 민주주의 문화화 지수는? 경제산업의 문화화 지수는? 시민생활의 문화지수는? 풀뿌리 시민활동 지수는?
마지막으로 광주가 항상 잊지 않고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광주가 사람들로부터 받아야 할 최고의 찬사는 무엇일까? “역시 광주는 다르구나. 시민의 주인의식이 살아 있어 삶이 아름답게 빛나네”다. 광주다움을 통해 광주시민은 무언가 다르다는 평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광주의 모든 활동이 ‘문화의 빛’이라는 하나의 방향타에 맞추어 일관성 있게 정렬되어야 한다. 문화의 빛으로 인류의 평화가 실현된다.
인간의 존엄하면 떠오르는 도시.
문화의 빛으로 기억되는 이름 -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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