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풀어 제대로 된 이해를 돕다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이 효과는 커녕 자기비하 혹은 자책감을 높인다
자존감이 화두입니다. 쏟아져 나오는 자존감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자존감 강의영상이 유튜브에서 1백만 조회수를 넘어서기도 합니다. 또한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요.
왜 이렇게 자존감 열풍이 불어왔을까요? 장기 저성장시대가 구조화되면서 성취감을 얻기 어려워진 2030세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자기 자신을 주목한 탓도 작용했지요.
자신이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목표로 한 성과를 얻지 못하면 엄청 속상하고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면 무력감에 빠지고 우울증으로 이어지며 심지어 자살을 하기도 합니다. 뇌는 생명의 존속을 최우선하므로 빨리 방향전환하라고 자신도 모르게 낮은 자존감이라는 감정을 표출하게 되지요. 많은 사람들이 “네가 자존감이 낮아서 문제가 생긴 거야.”라고 말하며 자존감을 높이면 일도, 대인관계도 다 술술 풀리는 마법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자존감은 무엇이고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자존감을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존중하는 마음’ 또는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 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자존감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은 자존감과도 밀접하기는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하는 보편성에 가깝습니다. 또한 자존감을 자기애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욕구이론을 개발한 심리학자인 매슬로우가 말했듯이 자존감과 자기사랑은 차원이 다릅니다. 자존감은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이론에서 사랑보다 더 상위에 있습니다. 사랑보다 더 높은 단계가 있단 말인가라고 의구심이 들 수 있겠지요.
이미지출처: Pixabay
자존감이 뭔지 궁금하시겠지만 시중의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을 살펴보면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존감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 당연히 공급이 따르겠지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자존감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게 되면 어린 시절의 경험, 가족과의 관계, 직장생활 만족도 등 여러 가지를 묻고 스스로 답하게 합니다. ‘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고요. 또한 무기력한 자신을 깨버려야 한다며 달걀에 깨고 싶은 단점을 적은 뒤 깨도록 했다고도 합니다. 미션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목표달성의 성취감을 맛보게 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 입기와 메이크업 등 이미지변신 프로그램. 작은 생활습관 바꾸기. 매일 감사 일기 쓰기 프로그램 등을 수행하게 됩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핵심은 ‘나’를 찾는 것에 두고 있습니다.
회사는 각기 달라도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조언이 거의 똑같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주된 원인은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나만의 기준을 세워라. 남이 아닌 나에 집중해서 살아가라. 나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라고 제시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서 자존감이 높아졌을까요? 나는 누구인지, 나의 가치관이 뭔지, 내 삶의 목표가 뭔지 돌아보는 계기는 됩니다. 이를 통해 깨닫는 게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효과는 커녕 오히려 자기비하로 더악화될 소지도 많습니다. 나를 찾지 못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자신의 의지력을 탓하거나 단점까지 수용하고 사랑하라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병원이 병을 더 키운 셈이지요.
왜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까요? 자기 자신을 알고 충분히 존중하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을 아는 것과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별개라고 느껴질 정도로 직접적인 관련은 약합니다. 자존감은 혼자서 마음수련으로 높이는 게 아닙니다. 자존감 문제가 왜 생겼나 보세요. 나 혼자만 있었다면 생겼을까요? 그게 아니지요. 자존감은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높여야 합니다. 낮은 자존감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지 못한데다가 그마저도 거꾸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자존감이 떨어진 이유가 뭘까요? 자존감이 낮아서 성과가 낮은 것이 아니라 성과가 낮아서 자존감이 낮게 된 것입니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자존감은 높아집니다.
이렇게 되자 자존감 장사꾼들이라며 자존감 무용론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자존감은 감정이므로 의식적으로 추구할 대상이 아니라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감정은 욕망의 한 종류입니다. 마치 사랑처럼 말이지요. 따라서 자존감을 충족하려는 움직임은 나도 모르게 이루어집니다. 그래야 생명의 존속에 이로우니까요. 감정은 의식과의 소통을 통해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만 높이면 모든 게 풀린다는 자존감 만능론과 자존감은 결과일 뿐 손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무용론 중에서 뭐가 맞을까요? 둘 다 잘못됐습니다. 자존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확히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지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자존감의 정의는 뭘까요?
자존감self esteem은 자아존중감의 줄임말로 ‘나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가치 있는 존재이며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입니다. 가치가 있다는 것과 능력이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미지출처: Pixabay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나는 세상에 쓸모 없는 놈이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믿는 상태입니다.
자존감의 한 축은 일과 사회적 가치의 관계이고 다른 한 축은 일과 개인적 능력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높은 자존감 = 효익감 + 성취감
낮은 자존감 = 쓸모없음 + 무력감
효익감이란 사회적 가치, 공동체의 이익창출과 연관된 개념입니다. 존중감 esteem은 어원이 같은 estimate에서 보듯이 가치평가의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처럼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평가를 내포하고 있는 거지요. 즉 자존감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 문제해결의 열쇠가 있지요. 일과 대인관계가 풀려야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대인관계 등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풀어야 합니다.
성취감은 개인적 능력과 밀접한 개념입니다. 성취감은 개인의 역량으로 목표로 하는 성과를 창출했을 때 얻어집니다. 성취감을 느낄 때 자존감이 높아지지요. 자기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지요. 전세계적으로 청년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는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사회구조의 특성 때문에 기인한 바 큽니다. 그래서 자존감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자존감은 사랑보다는 존경(respect, admiration, honor)에 훨씬 가깝습니다. 자존감은 자아존경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기 스스로를 존경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이미지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