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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Feb 22. 2022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고

환경 동아리에 들어오고 나서, '환경'이나 '지구'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만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하지만 분별없이 책을 많이 사는 것은 자원과 에너지 낭비임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내 나름의 까다로운 선별 과정을 통과한 책들 중 하나가 바로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였다. 타일러가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줄은 몰랐지만 방송에서 봤을 때 합리적인 사고관을 가진 사람 같았고, FSC 인증을 받고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는 등 출판 방식까지 신경 썼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일단은 유명인이 이런 책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웠고, 책을 다 읽고 나니 누구나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미 리뷰가 정말 많은 베스트셀러지만) 이렇게 추천하는 글을 쓰게 됐다.


책의 제목인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말은 잔잔하게 자극적이다(?). 더 자극적으로 말하려면 "하나뿐인 지구가 멸망하고 있다"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쓰지 않은 것은 아마 "지구가 아파요"라든지 "종말" 같은, 동정심이나 두려움을 자극해서 호소하려는 단어 선택이 오히려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타일러는 책에서 계속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기후위기 때문에 죽는 것은 북극곰이나 펭귄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들임을 보여준다.


냉정한 시선과 함께 필요한 것이 바로 시스템적 사고다. 한 가지 문제점에 집중하다 보면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문제의 배경과 원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사고하지 않아 문제를 키운 사례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늑대 소탕 사건이 있다. 늑대가 관광객들에게 위협적이고, 인기가 많은 엘크(말코손바닥사슴)를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늑대 사냥을 했는데, 포식자가 없어진 엘크 개체 수가 급증해 초지가 초토화됐고, 빗물에 흙이 유실되어 강물이 오염되고 결과적으로 인근 자연이 황폐화되었다. (지금은 다시 늑대를 풀어놓아 원래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슷하게 포식자를 사냥했다가 생태계가 파괴되어 결과를 인간이 돌려받은 사례로 중국의 참새 소탕 사건도 소개되어 있다.


늑대, 참새 사례와 비슷한 상황을 다시 겪게 된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최선의 선택은 생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전부 이익과 손해를 따진 계산의 결과라면, 왜인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우리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없다면 기후위기와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를 막아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타일러는 어릴 적 눈밭에서 동물들과 마주한 즐거운 추억들이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나도 시골에 잠시 살았는데, 길가에서 고라니나 원앙, 개울가의 올챙이를 봤던 순간의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이런 경험들이 환경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 그 깨달음이 "더 많이 갖고 더 잘 살려고 하는 욕심"으로 가득한 세상을 비집고 틈을 만들 때 비로소 환경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것이다.



더 많이 갖고 더 잘 살려고 한 욕심 …
그 원인, 그 욕심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1부 '모두가 파산을 앞두고 있습니다'와 2부 '모든 시작과 끝인 이곳에서'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이성적으로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면, 2부는 다소 감성적으로 타일러의 경험을 돌아보며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성과 감성은 둘 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반대 개념이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참 어렵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에서도 비슷한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보편적인 환경 의식을 효과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성과 감성 중 무엇이 자극되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씨알은 환경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많이 안다고 더 설득적인 건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안다. 그래서 토론을 했을 때도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만들어야 한다”와 “이성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멸종 위기 동물들을 보면서 인간도 멸종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내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동력도 두려움이다. 환경 의식을 확대하는 것도 감성과 감정의 동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쌓인 쓰레기를 보며, 문득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얼마나 많을지 떠올려보았다. 분명 많은 만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많으리라. 다양한 정보를 접할 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느낄 수 있다.”
- 오


나는 이성적으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좀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아리에서 다양한 토론과 세미나를 하면서 환경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기후위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자연을 경외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감정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타일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역시 감성과 이성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감성적인 사람이나 아주 이성적인 사람 (MBTI로 말하자면 극 F나 극 T), 그 사이 어떤 사람이라도 읽었을 때 쉽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환경, 기후위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베일리 Bailey

사람을 위해 환경을 공부하고 있는 공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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