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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환경피해 67조”... 첫 전시 생태계 파괴 조사>라는 기사를 봤다. 전쟁으로 인해 건물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것뿐 아니라 생태계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되었다. ‘환경운동가들이 반전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이런 이유일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씨알인들도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전환점’ 팀이 만들어졌다.
전환점이라는 이름은 ‘전쟁’과 ‘환경’의 어두 글자 조합이다. 지금도 계속해서 진행 중인 전쟁과 그로 인한 환경파괴·인권 문제 등이 해결되기를, 전환점을 맞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쟁’은 우리와 굉장히 동떨어진, 먼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쟁과 생태의 관련성은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6·25 전쟁으로 인해 국토가 황폐해진 이후, 산림녹화 산업과 국토 복원 사업 등을 통해 한반도 생태 복원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보통 ‘전쟁과 환경의 관계’라고 한다면 전쟁으로 인해 땅을 비롯한 자연 생태계가 황폐해지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이 모두 파괴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사람들의 삶에 오랜 기간 상흔을 남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또한 무력, 폭력의 논리로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의 관계를 맺는 행위이기에 인류가 공유하는 가치관·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 이후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이 드는지, 또 생물들을 비롯한 환경이 입은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까지 생각해 본다면 전쟁과 환경의 연결고리는 정말 깊고 넓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팀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전쟁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했다. 첫째, 전쟁이 환경에 미친 영향. 둘째, 군부대와 환경 문제. 셋째, 전쟁 이후 환경 복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넷째, 환경과 평화의 관계. 각각의 내용을 짧게 소개해 보겠다.
전쟁은 삼림과 습지, 목초지 등의 보호구역을 파괴한다. 독성 연기, 오염된 강, 토양 중독, 전쟁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는 전쟁이 자연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 전쟁 중 산업 시설 파괴는 사람들이 살아갈 삶의 기반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오염 물질을 누출시키거나 핵발전소 안전을 위협하는 등 더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쟁이 환경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6·25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을 검토했다. 우선 ‘유럽의 녹색 심장’이라고 불리던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해 자연과 생태계 자원에 큰 피해를 보았다. 환경 피해액은 약 514억 달러(6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이라크 전쟁에서의 유정 파괴, 하수처리 시설 파괴로 인한 물 오염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삶을 위협했다. 6·25 전쟁의 경우, 전쟁 중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게 되면서 사람들이 굶주린 나머지 주변의 야생동물을 잡아먹었고 이에 따라 멸종 위기에 놓이는 새가 생겨났다.
전쟁 중 화학무기의 사용은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장기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준다. 베트남전 때 살포한 고엽제로 인해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며 이는 토양 복원사업으로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고 한다. 환경운동가들은 걸프전 참전군인에게 나타나는 각종 질병과 기형아의 출산이 전쟁 중 사용된 열화우라늄탄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폭발 시 방출되는 방사능이 토양과 지표수를 오염시키고 군인들의 몸속으로 흡입되었다는 것이다. 전쟁 이후 버려진 화학무기들이 바다 깊은 곳에 쌓여 독극물을 내뿜는 것도 큰 문제다. 이에 1997년에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통해 화학물질이 전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보유, 이전 및 사용의 완전하고도 효과적인 금지와 그 폐기를 달성하고자 했다. 미국은 최근, 이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비축하던 화학무기를 완전히 폐기했다고 발표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처럼 전쟁 과정에서의 지나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다양한 합의를 해왔다. 20세기 들어 전쟁으로부터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국제법상 처음으로 강조한 것은 1907년 헤이그협정이다. 필요성, 비례성, 차별성,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전쟁 수행의 필요에 따라 적의 재산을 파괴하거나 압류하는 행위가 절대적으로 요구되지 않는 한, 재산 파괴나 압류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1949년 제네바협정에서는 “자연환경에 대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고 심각한 손상”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통해 지나친 환경파괴가 전쟁 범죄(에코 사이드(ecoside): 의도적으로 자연환경 또는 생태계를 광범위하거나 장기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임을 명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국제법들이 구속력 없는 문서상의 조항에 그쳐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
전쟁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군부대 및 군사·방위 분야와 환경 문제의 관련성도 검토해 볼 만하다. 군용기, 전투차량 등 주요 무기와 장치는 다량의 화석연료로 기동하고 무게로 인해 연비가 매우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는 군사·방위 분야는 관련 산업 등을 포함한다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6%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측되나 기후변화 대책에서 이 분야는 빠져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안보상의 문제로 군사 분야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안보 경쟁이 심해질수록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환경 보전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돈이 과도하게 군비에 지출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미군 기지 주둔으로 인한 환경 오염이 주요한 문제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개편 과정에서 환경 정화 문제, 추가 무기 배치에 대한 주민 안전 영향평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종종 발생하는 기지 기름유출사고나 미군이 떠난 지역의 발암 위해도가 높은 상황 등에 대해 미군의 적절한 조사와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조치가 필요하다.
군대에서도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일본 등은 군부대 운영에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하거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환경을 고려한 안보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부터는 군사 안보, 경제 안보를 넘어 환경파괴행위를 군이 방어해야 할 안보 요소로 보고 잘 유지·관리해야 한다는 ‘환경안보’의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을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전쟁이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주는 만큼, 전쟁 이후 환경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6·25전쟁 이후 황폐해진 땅에 나무를 심었던 한반도 산림녹화 및 국토 복원 사업은 산림녹화 성공 사례로 국외에도 전수하고 있는 대표적인 환경 복구 사례다. 1973년~87년까지 약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나무를 대체할 다양한 대체 연료를 개발해 벌채를 막았으며 농촌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푸르른 숲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편 6·25 전쟁 때 땅속에 묻힌 수많은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는데,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 중인 DMZ 지역에는 아직 약 3천 발 정도의 지뢰가 남아 있다고 한다. 폭우 등으로 인해 유실 지뢰가 떠내려와 주변 지역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가 사망하는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군 단독으로는 이를 제거하는 데 약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어 북한 및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역시 지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총리는 전쟁으로 인해 생긴 25만㎢ 규모의 지뢰 지대 때문에 큰 피해가 있다며 한국에 지뢰 제거를 위한 도움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적개발원조(ODA)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들이 전후 경제 복구를 위해 남유럽, 아시아 등 해방국 및 일본, 독일 등 점령지역에 대한 경제지원을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전쟁 후 환경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도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인데, 환경 분야에서의 복구는 경제적 유인이 부족해 예산이 배정되지 않거나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최근 ‘환경’을 키워드로 한 ODA 사업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전후 환경 복구의 활성화를 위해 이와 같은 노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한편 환경과 평화는 본질적인 지점에서 가치를 공유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평화, 인권, 생존 문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쟁은 ‘폭력’과 ‘파괴’이며, 국가 간, 민족 간 경쟁주의로 인해 나타나는 비극이다. 따라서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폭력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직접적 폭력뿐 아니라, 지구환경의 변화와 그로 인해 야기된 일상적 폭력까지 폭력의 범위를 확대해 본다면 평화 개념을 좀 더 넓게 사유할 수 있다. 환경학자이자 평화학자인 토다 키요시는 <환경학과 평화학>, <환경정의를 위하여> 등의 책을 통해 환경파괴를 ‘영향력이 긴 구조적 폭력’이라고 명시했다. 폭력이 사회구조에 내재화된 모습으로는 가부장제, 인종주의, 계급 차별, 제국주의, 불공정 무역 등이 있는데, 인간의 인간에 대한 폭력뿐 아니라 인간의 자연에 대한 폭력 역시 중요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화와 급진적인 근대화로 인한 성장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불평등과 환경파괴와 같은 지구적 문제들을 낳았고 이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생태 평화운동을 주창한 함석헌에 따르면, 평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우리의 삶과 생존을 위해 충족되어야 할 필요이며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세계가 서로 타자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한살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가 간 경쟁의 논리를 넘어 세계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철저히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쟁 후 환경 복구 사업은 평화를 회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에코피스-요르단강과 같은 분쟁 지역에서 보호구역의 파괴를 막고,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인접 국가 간 생태계 보전’이라는 공통 원칙에 합의하고 협력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 역시 이와 같은 전략을 통해 협력 프로세스를 끌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린데탕트(한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와 외교안보적 긴장을 생태·환경 분야 협력을 통해 완화하고, 신뢰를 형성하며 평화공존을 구현하는 것)를 통해 북한의 수질 오염, 석탄 연소시설의 낙후로 인한 대기 오염, 산림의 부재로 인한 홍수 등의 환경 문제 해결에 협력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처럼 환경보호와 평화 유지라는 두 목표는 상호 영향을 미치기에, 둘을 함께 추구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터디를 통해 전쟁과 환경의 다양한 연결고리들을 알 수 있었고, 환경운동과 반전운동이 맞닿을 수밖에 없는 관계임을 깨달았다. 평화가 무너지면 환경이 파괴되고, 환경 문제로 인해 부족해진 자원은 새로운 분쟁을 낳는다. 결국 환경과 평화는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함께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시도 속에서 평화를 위한 담론을 끌어낼 수도 있고, 인류 공동의 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전환점 팀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이 글은 2023년 1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전환점'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김성진, <“우크라 전쟁 환경피해 67조”... 첫 전시 생태계 파괴 조사>, 연합뉴스, 2023. 2. 21., https://www.yna.co.kr/view/AKR20230221097700009
김소연, <군사·방위분야 ‘탈탄소 구멍’... 기밀성 등 관리 어려워>, 한겨레, 2022. 3. 21.,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035650.html
김자민, <美 “더는 독가스 없다” ... 화학무기 완전 폐기 완료>, TV조선, 2023. 7. 8.,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7/08/2023070890018.html
임동욱, <전후복구 중 태어난 ODA.. 빈곤퇴치 전도사로>, 머니투데이, 2009. 12. 3.,
https://news.mt.co.kr/mtview.php?no=2009120211084861090&outlink=1&ref=https%3A%2F%2Fsearch.naver.com
조성흠, <[키이우 인터뷰] 우크라총리 “세계최대 지뢰지대 생겼다…지뢰제거 韓도움 기대”>, 연합뉴스, 2023. 1. 8., https://www.yna.co.kr/view/AKR20230107037300108?input=1195m
CWC 화학무기금지협약 홈페이지(cwc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