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철주야 스터디를 마무리하며 by 불철주야(불교철학과 환경) 팀원 일동
1. 왜 하필 '불교'인가: 철학이자 세계관으로서의 불교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경제 중심의 사고만을 하고 있다. 성장은 무한할 것이라고 믿으며, 소비는 복된 것이고, 우리의 욕망은 반드시 충족될 것이라 믿는다. 21세기 들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현대인들의 철학은 다른 것이 아닌 경제와 성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우리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희생할 준비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과거에 비해 단선적으로 진보한 무언가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철학으로는 환경을 보호할 수 없을 뿐더러, 행복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린 화이트(Lyne White)는 "환경문제의 원인은 '서구적 세계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익히 들어 보았을 "탈성장주의" 담론 역시, 닫힌계인 지구 속에서 무한 성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귀촌을 향한 갈망이나, 성장을 핑계 삼아 우리를 무한경쟁 속에 몰아넣는 세태에 지쳐 우울감에 빠져가는 젊은 세대를 보면 현재의 사상이 행복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는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그 기원을 이제는 찾기조차 어려운 맹목적인 성장주의가 아니라, 환경과 인간의 공생을 도모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사고체계가 요구되는 것이다.
불철주야(불교철학과 환경 스터디)는 그 답을 불교에서 찾고자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불교는 종교 아닌가? 환경이 종교와 무슨 관련이 있나?" 우리의 스터디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마다 듣게 되는 질문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의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불교는 하나의 신앙 또는 전통 종교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터디를 시작하기 전에 내부에서도 불교의 "종교"로서의 정체성으로 인해 우리의 의도가 곡해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하나의 철학이자 세계관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일례로 불교의 기초 사상 중 하나인 연기법에는 '제법무아'라는 가르침이 있는데, "홀로 존재하는 단독자는 없으며 모든 존재는 연관되어 변화"함을 의미한다. 제법무아는 나와 환경이 모두 순환과 윤회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기존의 서구적 세계관에서는 정복의 대상으로 여겼던 환경을 존중하려는 사상으로 이어진다. 한편, 불교는 '고집멸도'라는 가르침을 통해 우리의 고통을 만물에 대한 집착의 소멸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안녕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제 불교가 어떻게 환경 그리고 인류의 행복과 공생하는 철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여러 저서들을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2. 불교는 환경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기계에 의한 천연 자원 개발이 부의 취득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인간의 태도와 가치관은 점점 더 물질주의로 기울게 되었다. 인간의 감각 기능이 인간 자신을 가차 없이 지배하게 되었고 인간은 끝없이 탐욕을 부리는 자신의 열정의 노예가 되었다. 이처럼 인간은 감각적 즐거움과 취득 본능의 힘에 자기를 내맡김으로써 인간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기에 이르렀다. 종국적으로 인간에게 남겨진 것은 한편으로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악화요,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 불가능한 천연자원의 급속한 고갈과 환경의 오염이다.
오늘날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인류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어떤 해결책이든 모두 기본 원인들을 풀어 나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거기에는 우리의 가치관, 우선순위 그리고 선택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인류는 자신의 가치 체계부터 반드시 재평가해야 한다. 불교는 자발적 고행과 자의적 방일 두 가지 극단 모두를 삼가는, 단순하면서 온건한 중도의 생활 방식을 제시한다.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의 충당, 욕구의 최소화, 검약과 지족은 불교의 주요 특징들이다.
전체 인류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을 그만두려면 개개인이 단순하고도 절도 있는 생활 방식을 채택해 나가는 길밖에 없다. 인간은 자연을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는 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 수 있다. 사람도 자기의 삶의 터전인 자연계를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자연속의 삶에서 행복과 성취를 얻어낼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불교 세계관에서 인간은 세계 속에서 윤회하는 유정적 공동체의 일부로, 자연 위에 군림하는 관리자가 아닌 모두의 이웃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인간으로 존재할 때 누리는 더 큰 자유나 이해능력은 그저 일시적인 특성이며 다른 존재를 착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베푸는 삶의 기반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종교관은 우리가 다른 존재를 고의로 해치는 것은 그들도 연약한 존재이며 행복에 대한 열망을 지닌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불교에서는 인간 마음의 부정적인 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수양의 실천을 강조하며 이는 인간과 동식물 및 대지와의 관계에서 조화로운 협력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연 환경은 하나의 인격이 집착에서 벗어나서 기쁨, 활력, 완전한 깨달음과 같은 자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끝없는 변화와 무상함에 대한 가르침을 제공할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서구 산업 사회의 가치관이 유입되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행복과 복지는 우리의 물질적 욕구와 감각적 욕망의 만족에 있다는 의식이 팽배하게 되었으나, 불교적 관점은 이런 갈망이야말로 고통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자연에 대한 지배나 수동적인 복종이 아닌 협조를 강조하는 불교 세계관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렇게 개인의 평안과 전지구적 환경 문제를 연결하는 관점은 요즘 주목받고 있는 명상에도 반영될 수 있다. 베트남 출신의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였던 틱낫한 스님은 명상을 자신의 평안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자연을 위해, 지구를 위해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명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자연이 단지 주변 환경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임을, 모든 존재는 어울려 존재함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고통과 세상의 고통을 변화시키기 위해 수련을 하려는 마음을 보리심이라고 한다. 보리심은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또한 틱낫한 스님은 깨달음은 지구의 고통에 눈을 뜨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환경 파괴와 불평등, 인종차별, 불공정함은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우리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고 착취하는 방식과 지구에 해악을 미치고 착취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명상 과정에서 깊이 고찰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에 절망하지 않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역시 명상을 통해 얻은 사랑과 이해, 내면 깊은 곳의 평화가 있을 때 가능하다.
3. 결론
경제 성장 중심의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는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는 동시에 진정한 행복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무한한 성장을 믿고 소비를 축복으로 여기는 사고는 결국 생태적 위기와 개인의 불행을 모두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철학과 세계관이 절실히 필요하다.
불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서, 전지구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화되는 지금 철학이자 세계관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불교의 연기법은 모든 존재가 상호 의존하며 변한다는 깨달음을 제공하고, 이는 환경을 존중하고 조화롭게 공생하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 불교의 ‘고집멸도’ 교리는 집착의 소멸이 개인의 고통 해소와 안녕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역시 물질적 가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방식과 잘 어울린다. 불교적 세계관은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에서 지배자가 아닌 이웃으로 존재하며, 서
로의 행복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음의 평안을 찾는 방법으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명상 역시 개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 환경을 위한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명상을 통해 자연과 우리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불교적 사유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생태적 문제와 개인적 불행을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불교 철학은 환경과 인간의 공생을 도모하며, 물질적 소비가 아닌 정신적 평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가치관을 전환할 수 있다. 이는 진정한 행복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24년 1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불철주야'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참고 문헌
유정길, "불교적 사유로 인식한 생태적 세계관과 생명윤리"
클라스 샌델, <생태 위기>, 1장 불교는 자연을 어떻게 보는가?
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
피터 하비, <불교 윤리학 입문>, 4장 자연 세계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