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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Aug 17. 2024

탈성장 돌봄 사회로의 출발

탈성장과 돌봄(포케) 스터디를 마치며 (by 조민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우리와 상호작용하며, 변하고 있다. 나와, 나의 가족, 나의 친구 한 명 한 명 마다 체감하는 정도는 달라도, 기후 위기가 찾아왔다는 사실만은 모두가 알고 있다. 가뭄과 폭우, 더위와 추위, 미세먼지, 전염병까지. 직접 만들어낸 기후 위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침투하고 있다. 몸으로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수동적인 외면으로 인해, 기후 위기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공정책과 실천은 여전히 부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사고, 폭염을 피하기 위해 매해 냉방 강도를 높이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실질적인 위험에 맞서 행동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 모두는 기후 감정을 느껴야 한다. 국가와 기업을 탓하며 무기력해질 수도 있지만, 여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기 위해 기후위기에 대한 지식과 함께 스스로의 감정이 이동하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코 페미니즘은 기후 위기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땅, 물, 다양한 생명체 종들에 대하여 우리는 애도할 줄 알아야 하며 인간 또한 모두 똑 같은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적 연대가 형성되면 정치적 변화의 가능성 또한 생겨날 것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는 무한한 성장을 요구하지만 환경은 무한 공급이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인간을 기반으로 둔 자본 증식의 욕망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으로 기후 위기의 핵심적인 원인인 자본주의의 무한한 성장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탈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화폐가치에 따라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생산 영역과 재생산 영역을 구분하며 여성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탈성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성에게 집중되어 왔던 돌봄 노동이나, 여성이 담당해왔던 출산과 양육이 사회 재생산 과정에서 아주 필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사실이 결국은 자본주의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돌봄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되며 최종적으로 우리는 탈성장 돌봄 사회라는 것을 궁극적으로 구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핵심적으로 우리는 자본주의를 지지해왔던 임금노동의 역할을 희미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기본소득에 돌봄의 가치를 결합시킴으로써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인지해야 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비가치화한 것을 자본적인 교환가치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가사 돌봄 노동이 교환 가치 자체를 뛰어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생산을 위한 재생산 노동이 아니라 모두의 존재를 유지하고 살리는 일, 모두를 위한, 모두가 해야 할 필수 노동이라는 것을 사회가 인식하고 합의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임금화’도 아니고 ‘기본소득’이라는 이름도 아닌 ‘보편적 돌봄 소득’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사회에 심고, 돌봄이라는 것을 모두의 일로 삼을 수 있다면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이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 불타버린 산림을 보면 사람들은 종종 (나 또한) ‘인간만 다 죽으면 돼’ 라며 절대 이뤄지지 않을 비관적인 해결책을 내놓고 잠시 안타까워하고 금세 까먹는다. 이렇게 비관적인 말투가 오히려 한없이 가벼운 느낌을 줄 수 있다니. 이런 말들 뒤에선 실제로 수없이 많은 비인간들이 사라졌고, 죽어가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와 자본주의는 불공평하게 열악한 환경 속의 인간의 목숨을 먼저 앗아간다. 


체제를 바꾸기 위한 계획은 당연히 완벽하지 않고 어떠한 변수가 나타날 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불완전해 보이는 계획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수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세상을 직면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이 글은 2024년 1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포케'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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