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장소를 꿈꾸며 (by 가지도시락팀 일동)
기후 위기 시대가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4년, 우리나라에서는 1907년 10월부터 시작된 117년간의 근대적인 기상 관측 이래 최장 열대야 기록과 11월 적설량 기록이 경신되었다. 이러한 기후 이상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구촌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터전도 덩달아 위협받고 있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어떤 사람들은 기존의 터전에서 더 이상 예전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은 도시를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기후 재난으로 인하여 인구이동이 발생했을 때, 도시는 무엇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우리는 현재까지 환경 이주에 대해 섬이 잠겨 국가를 떠나는 극적인 이주만을 그려왔다. 하지만 환경 이주는 터전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파괴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 이주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환경 이주는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거주지를 비자발적 혹은 자발적으로 떠나는 개인과 단체의 이동을 의미한다. 환경 이주는 크게 즉각적 이주와 점진적 이주로 나뉜다. 즉각적 이주는 지진, 해일, 화산폭발 등과 같은 자연재해에 의해 유발된 이주로, 당장 이주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 대한 이주를 이른다. 이에 반해 점진적 이주는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이주로, 해수면 상승이나 해양 산성화 등과 같이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이주를 가리킨다.
많은 사회적 현상이 그렇듯 이주라는 개념에는 환경, 정치, 사회, 문화, 역사, 경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 일례로 이주의 가능성은 개인의 경제 능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빈곤한 사람들은 원거리를 이주할 여력이 없기에, 보통 사회의 빈곤 계층은 이주가 요구되는 상황에도 다른 계층에 비해 이주할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또, 이주의 가능성은 연령층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청년층에 비해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살아온 노년층은 이주의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주를 고려할 때 인간의 ‘저항성’과 ‘회복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건물 건설 및 지하수 과다 사용과 같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반침하가 해수면 상승을 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의 대응 능력 부족을 환경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덮으려는 사건도 왕왕 발생하곤 하므로 인간이 재난을 불러들이는 점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2022년 한 해 전 세계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이주민의 수는 총 3260명이었고 이는 전체 난민의 53%였다. 환경 이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예산의 제약이다. 특히, 저소득국에서는 이주 비용이 이주를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모로코, 나이지리아와 같은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나은 국가에서는 유럽, 미국과 같은 먼 고소득국으로 이주하여 환경 위기에 대응이 가능하지만, 소말리아와 같은 최빈국에서는 이주가 발생하더라도 자국 내의 이동 혹은 또 다른 아프리카의 저소득국으로의 이주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는 국제이주에 높은 경비가 요구되기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지역으로의 이주가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자국에서 높은 수입을 얻는 경우, 환경변화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타국으로 이주할 유인이 떨어지는 저지력이 발생하게 되고 대응 능력의 수준이 높으므로 환경 이주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따라서 저소득국도 아닌 고소득국도 아닌 중-저소득국에서 환경 이주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 몽골
몽골의 유목민들은 사막화, 한파, 그리고 강수량과 강수 패턴 변화로 인해 전통 생활 방식을 이어나가기 힘들어졌다. 평균 기온이 세계 평균의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면서 22년 한 해에만 강, 개울, 호수, 샘이 360여 개나 말라버렸고, 기존에 초원이었던 곳은 사막으로 바뀌었으며, 그로 인해 모래 폭풍의 발생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하 4~50도가 열흘 이상 유지되는 혹독한 한파가 2년 연속 찾아올 정도로 잦아지면서 가축의 폐사 위험도가 증가했다. 또한, 집중호우로 연간 강수량이 하룻밤에 내리는가 하면 전체적인 강수량 자체는 줄어 물 부족이 발생하고 사막화가 가속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 문제들로 인해 많은 유목민이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로 이주한다. 몽골의 수도이자 제1의 도시인 울란바토르는 사회주의 국가 시절 60만 명을 기준으로 설계되었던 도시로 현재는 150만여 명, 전체 몽골 인구의 절반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60만 명을 기준으로 세워진 도시에 150만 명이 거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도시 인구의 절반은 도시 인근에 세워진 ‘게르촌’에서 거주한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도시로 이주한 유목민이거나, 도시에서 생활할 돈이 없는 도시 빈민이다. 상하수도 시설은커녕 우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르촌에서 사람들은 쓰레기장을 뒤져서 얻은 폐품을 파는 방법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 울란바토르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이다. 평균 기온이 영하 6도이며, 겨울에는 영하 30도를 훌쩍 넘는 추위가 엄습해 온다. 이런 상황에서 게르촌의 사람들은 임금의 60%를 땔감에 사용하게 되며, 그마저도 원탄과 폐플라스틱, 폐타이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땔감으로 발생한 초미세먼지와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지형 구조로 인해 추운 날일수록 울란바토르의 공기 질은 끔찍해진다. 몽골 정부는 게르촌 사람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식수와 급수차, 제대로 된 땔감을 제공해 주고, 원탄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조치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빗물 배수 문제도 말썽이다. 원래 몽골은 건조하고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이기에 빗물 배수 시설 또한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가 내리면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도로가 침수되고, 인도까지 넘친다. 전반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빈민촌의 위생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인구의 과잉 밀집 때문에 울란바토르의 도심 속으로 들어갈수록 원래 소요 시간의 3~4배가 걸리는 정도의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 자가용으로 인해 공기 질이 더욱 저하되는 것은 덤이다.
2) 페루
페루에서는 엘니뇨의 영향을 받는 시기이면 해안 지역 북부에서는 홍수가, 남부에서는 가뭄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자연재해의 규모는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몸집을 불리고 있다. 안데스산맥에서는 빙하가 빠르게 녹음과 동시에 12월부터 시작되는 장마 기간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이전부터 산사태에 취약했던 지역의 피해가 더욱 커졌다.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도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 기후가 나타난다. (여기에 불법 채굴, 산림 벌목, 원주민 탄압과 같은 문제도 더해진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페루에서는 내부적으로만 약 70만 명이 이주하였다. 이렇게 발생한 기후 재난 이주민 중 다수를 페루의 수도 ‘리마’가 흡수하는데, 현재 이 도시는 빠르게 증가하는 도시 인구로 인해 인프라 부담이 가중된 상태이다. 리마는 사막성 건조 기후가 나타나는 도시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주민 1인당 녹지 면적이 가장 적은 라틴 아메리카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리마의 도시 빈민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높은 곳에 있는 언덕 지역에 모여서 살아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마는 수자원이 부족한 도시인데, 이 구역에 수도를 연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수도시설조차 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빈민들의 담수 접근성이 더욱더 낮아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재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하지 않으려는 기후 이재민들이 생겨난다. 조사에 따르면 이재민들은 집을 잃었음에도 전반적으로 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의향이 적은데 이는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엘니뇨와 장마와 같은 기후 이상 현상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보기에 이재민들이 이주하면서 그들이 버린 곳을 기후가 정상화된 시기에 타인이 차지할 것이라 여기는 심리, 그리고 기후 이주민을 위한 제대로 된 터전 마련이 부족하다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2017년의 홍수로 인해 발생한 이주민들이 제대로 된 권리 보장을 받지 못하고 4년 동안 도시에서 텐트 생활을 하게 된 사례가 있다.
3)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에서는 매년 약 50만 명이 해안과 농촌 지역에서 수도인 다카로 이주한다. 이주 위원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는 1,000만 명이 넘는 기후 난민이 있으며 매일 약 2,000명이 다카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2050년까지 방글라데시 시민 7명 중 1명이 기후 변화로 인해 이주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대규모 이주의 한 가지 큰 이유는 해안 홍수가 발생하여 토양이 염수화되어 논이 파괴되고 작물이 자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농촌에서 다카로 이주한 사람 중 약 70%는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는데 이는 계급 하락 문제로도 연결된다. 경제력에 타격을 입고 연고가 없는 도시로 온 사람들이 슬럼가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여느 슬럼가가 그렇듯이 다카의 슬럼가도 사람이 거주하기에 위험한 요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먼저, 물리적 취약성으로는 깨끗한 식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빈민가에서 나오는 폐기물 등으로 인해 하수가 정기적으로 막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불법 가스관 및 단락 회로를 사용하면서 시달리게 되는 화재 위험도 포함된다. 여기에 가정적 취약성도 존재한다. 다카는 2.7평에 4인 가구가 거주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으며, 질병에 취약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빈민가가 확대되면서 점차 물가로 내려오면 또 다른 2차 침수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방글라데시 또한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국제기후변화개발센터 소장 Huq는 이주민들이 일자리를 위해 다카로 몰려들고, 다카의 과밀화를 완화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이주민들에게 다른 곳으로 가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uq는 이주 친화적 도시를 건설하는 데는 두 가지 핵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각 도시가 기후 회복성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것과 이주자들이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다카 및 치타공이 아닌 다른 소도시로의 이주(Mongla의 사례) 또한 대도시의 과밀화와 빈민 전락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일 수 있지만 여전히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므로 앞으로의 대응 능력의 강화를 지켜보아야 한다.
4) 인도네시아
앞의 세 사례와는 다르게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존의 도시에서 새로운 도시로의 이주가 발생한다.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는 매년 20cm씩 가라앉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침수 속도에 속한다. 즉 수도에서 침수의 문제가 점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카르타의 침수에는 해수면 상승과 같은 자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도시과밀화 및 지하수 과도 사용으로 인한 지반침체와 같은 정치, 경제적 요인도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르네오섬으로의 수도 이전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수도 이전 대응책에서는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일단, 지하수의 과도한 사용은 정부의 지하수 관리 과정에서 일어난 부패로 인한 문제였다. 그런데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결은 뒤로하고 그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가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짚지 않고 상황을 무마해 버리는 것과 같다.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가능성도 문제이다. 앞서 환경 이주의 양상에서 보았듯, 환경 이주는 결국 이주 비용의 문제와 큰 관련이 있다. 기존의 자카르타보다 더 나은 인프라를 가질 보르네오섬은 자카르타에서 먼 거리에 있기에 자카르타의 환경 이주 문제에서도 저소득층은 신도시 보르네오섬까지의 이주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그들은 안전한 보르네오섬까지 이주하지 못하고 자카르타 근교의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지역에 임시로 이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르네오섬의 2차 환경파괴 발생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보르네오섬은 큰 고대 열대우림을 지녔으며 지금까지도 소수 부족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신도시가 들어오게 된다면 울창한 열대우림의 파괴는 필연적이다. 이와 더불어 도시 이전의 특성상 배후도시의 근처부터 확장하는 것이 아니기에 도로를 포함한 각종 초기 인프라 마련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듦은 물론이고 도시들을 잇는 과정에서의 난개발 문제가 극심해질 수 있다.
1)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
콜롬비아에서는 현재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에게 법적 인정을 부여하는 법을 제정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난민이 된 개인에게 주택, 의료 서비스 및 교육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기후로 인해 난민이 된 사람들의 국가 등록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을 포함한 이주의 주요 원인 분석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메데인은 콜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 도시 기온 상승과 개인 소유 교통수단 폭증으로 인한 대기질 악화가 우려되면서 2016년 나무와 그늘로 둘러싸인 도로 및 거리를 통해 도시 녹지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그린 코리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도시 내부 기온이 2도 많게는 섭씨 5도까지 하락하는 결과를 냈으며 공원 중 두 곳인 누티바라와 볼라도르 힐에서만 연간 40톤의 CO2가 대기에서 제거되고 수년 동안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야생동물이 돌아오면서 생태계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린 코리더 프로젝트는 메데인에 온 난민들을 녹지관리사로 고용해 영구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페루 리마도 리마의 하층 칠론 강 하구 지역에 생태적 수변 공원을 조성하여 도시에 필요한 물 재생 및 녹지 공간을 확대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작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리마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수자원 수집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안개 포집을 통한 식수 확보이다. 이는 리마가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이기에 안개가 짙게 끼는 점을 활용한다. 20제곱미터 크기의 패널 한 개는 하루에 200리터의 물을 수집할 수 있다.
2) 도시에서 신도시로의 이주
도시에서 신도시로의 이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는 도시 스프롤 문제, 차량 의존도 심화와 대기오염과 같은 2차적 환경 문제 발생, 빈민가 확대, 공공 인프라 접근성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먼저 필요한 것은 고밀도 개발이다.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도시 스프롤과 같은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밀도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고밀도 개발에서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도보 및 자전거 친화적인 도로 시스템 마련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함과 더불어 자전거 등의 공유경제 솔루션을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이에 더불어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도 중요하다. 특히나 자본의 조달이 제한적인 개발도상국에서는 새로운 도시에서도 화석 연료 시스템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후회복력 있는 방식의 에너지 생산이 장려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인프라를 초기부터 구현해야 한다. 위험관리 시스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신도시는 개발 초기부터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개발도상국의 특성상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할 수도 있기에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고서도 최대한 모두에게 정보를 보급할 수 있는 형식의 위험관리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선례로는 ‘우샤히디’가 있다. 우샤히디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인터넷은 없을지라도 핸드폰 자체는 보급률이 높은 것에 주목해, 문자 메시지와의 연동을 통해 정보인프라를 보급하는 시스템이다. 우샤히디의 크라우드맵은 호주의 퀸즈랜드 홍수에 대한 자료수집을 위해 활용되기도 했으며, 도시환경의 정보 관찰, 데이터 구축, 그리고 이를 분석하는 것까지 가능한 시스템이기에 위험관리에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 부정의를 막기 위해 사전 복지 정책을 구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자들이 새로운 도시에 경제력을 보장받으며 녹아들 수 있게 일자리 창출 및 저소득층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도시과밀화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인해 일부 계층만 녹지 및 근린시설에 접근하게 되는 그린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제방 건설, 저수지, 배수 체계를 도시 내 혹은 근교에 적절히 배치하여 기후 변화에 회복력 있는 도시를 조성해야 하며 맹그로브 숲 등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NBS(자연기반해법)의 적용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컴팩트시티는 신도시주의 담론에서 등장한 것으로 일, 휴식, 여가의 장소들이 중고밀도의 대중교통 중심의 정착지에 연속적으로 배치되는 것을 말한다. 해당 방법을 사용하면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토지 점유를 줄여 도시 간 의존성에 의해 연결되는 무분별한 도시스프롤 현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과 파리의 ‘15분 도시’를 하나의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컴팩트시티의 특성은 3가지 면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환경적 지속 가능성으로 이는 대중교통 시스템의 효율성 최적화, 건축 환경의 밀도 집중을 통한 에너지, 자재, 물 및 제품의 운송 최소화, 녹지 손실 제한과 같은 문제를 다룬다. 두 번째는 사회적 지속 가능성으로 사회 커뮤니티의 결속 강화와 광장 마련을 통해 보다 많은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유도하고 커뮤니티 정신 및 문화적 활력을 통해 더 나은 삶의 질을 창출하며 지역 사회 간의 물리적 연결을 구축하고 장벽을 해소하여 공간적 분리를 치유할 수 있다는 점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은 경제적 지속 가능성으로 컴팩트시티로 인해 직장, 서비스 시설, 사회적 접촉 등 선택의 다양성 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스터디 초기에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의제를 폭넓게 다루는 방향으로 출발했던 우리 팀은 스터디 중반부터 그 궤적을 조금 달리하게 되었다. 스터디 중 도시 기후 변화 사례 및 현행 정책을 다루는 시간을 가지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의제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기후 난민의 이주에 관해 주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글은 본래의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 ‘기후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에 조금 더 초점을 두었지만, 마지막으로 ‘기후 난민의 보호와 수용’ 자체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단, 인도적인 차원에서 가지는 당위성이 우선이라는 점도 기억하자) 지속 가능성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이 삶의 터전으로 삼는 환경과 생태계 또는 공공으로 이용하는 자원 따위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적 또는 경제ㆍ사회적 특성이다. 울란바토르의 빈민가에서 공기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땔감을 사용하던 사례처럼 빈곤한 계층은 종종 환경 파괴적인 생계 활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계층은 소비력이 낮기에 경제적 불평등이 커질수록 전체적인 경제의 성장도 저해된다. 마지막으로 빈민 계층의 증가는 사회적 갈등과 범죄율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후 난민과 취약 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야말로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다.
미래에 필연적으로 다가올 더 큰 기후 재난을 앞두고 말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기후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고립된 취약 계층일수록 더욱 큰 재난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사람들을 차례차례 휩쓸어 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들이 모두 함께 손을 맞잡고 연대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를 향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이 글은 2024년 2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가지도시락'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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