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거꾸로 생각하기
일반적으로 미국사회는 ‘신용(CREDIT)’없이는 여러모로 불편하다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미국 유학생들, 이민간 사람들은 신용을 쌓기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발급부터 은행계좌를 만들어 자동차를 할부로 사고, 장사를 하기 위해 시설재를 리스로 구입할 경우에 신용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 우리의 모습도 비슷합니다.미국에서는 3개의 개인신용평가회사가 FICO시스템을 이용해 신용점수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해방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용을 쌓을 시간도 없었고, 그럴 기회도 없었습니다. 은행은 거의 전당포 수준으로 담보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관행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여기에 <보증>이라는 족쇄를 채무자의 지인들에게 채워 채무자 한사람이 돈을 못 갚으면 그 집안,처가집안 과 친구 지인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얘기를 어렸을 적에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용이라는 말보다는 부동산담보, 연대보증이라는 단어가 더 빨리 머리에 떠오릅니다. 이것을 정부에서 금융회사를 통해 해결하고자, 보증보험회사와 신용보증기금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최근까지는 연대보증인을 요구했으니 얼마나 신용사회의 도래가 어려운 지 알겠습니다. 그 만큼 금융회사에서 평가할 실력이 안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 평가를 할만한 신용평가 인프라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따져 들어가면 우리도 신용의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티비에서 보았거나 역사에서 보듯이 큰 ‘상단(商團)’을 이끄는 사람들의 큰 덕목은 ‘믿음’이고, 신용이 없으면 이 업계에서 장사를 할 수 없을 정도 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에 발간되어 100만부 이상 팔린 고 최인호작가님의 <상도>에서 그 모습을 상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2000년은 1998년 외환위기가 있은지 얼마안되고 사람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던 시기로 생각됩니다. 그 시점에서 돈을 버는 도(道)와 신용, 돈을 버는 목적 등에 대해 소설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신용은 사회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 두가지로 읽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상사에게 신용(CREDIT)이 있어.’ 와 ‘은행원이 고객님의 신용으로는 얼마까지 대출이 가능하십니다’의 두가지 입니다. 전자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와 믿음을 말하는 포괄적인 의미이고, 후자는 경제적 의미로서의 신용입니다. 이렇듯 경제생활의 신용이, 넓게 보면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은행권 대출을 받기위해, 카드를 받기 위해 최소한 신용등급이 6등급이상은 되어야하기에 대출금연체를 하지않거나, 카드 대금을 적정하게 사용하거나, 휴대폰 사용요금을 제 때 내고, 자기의 소득에 맞는 적당한 대출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외부 신용평가회사가 평가해주는 신용등급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라기 보다, 근본적으로는 각자의 <경제 체력>을 탄탄하게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다보면 신용등급은 덤으로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설 명절 되시고, 건강과 경제체력이 탄탄해지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유환호(
hwanh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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