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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이 Dec 28. 2023

난 00를 못해. 어제까진 못했지.
앞으로도 못할꺼야?


스스로 한계 짓고 인정해 버리는 핑계가 많습니다.


나는 기억력이 안 좋아

난 잠이 많아

난 컴퓨터는 잘 몰라

난 끈기가 없어

나는 길치야

방향감각이 없어

말을 잘 못해

나는 빨리 못해

나는 불량주부야

나는 게을러

나는 체력이 약해

나는 책임감이 부족해


= 이것은 실은 이런 마음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고(신경 쓰고) 싶지 않아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자는 게 너무 좋을 뿐이야

컴퓨터는 오빠 담당이니까 난 안 해도 돼. 그런 복잡한 것까지 알고 싶지 않아

끝까지 하는 건 힘들잖아

핸드폰 지도가 있으니까 내가 익히지 않아도 돼

동서남북 몰라도 잘 사는데?

말 대신 글로 하면 되지 뭐

천천히 하는 게 마음 편해

안 하면 티 나는 집안일, 음식 하는 거 마냥 귀찮아

인정하면 더 실컷 게으를 수 있지~

운동하기 싫어ㅜ

내가 다 책임지는 거 너무 부담스러워..





인정하면 편해서

한계를 정해놓으면 더 노력하지 않아도 돼

모든 걸 잘할 순 없으니까 몇 개는 모자라도 돼

그런 생각으로 한계 지어놓고 노력하지 않기로 선택한 치외법권의 영역들


당연히 모자라는 부분이 있고 발달이 느린 부분, 빠른 부분도 있고 골고루 균형 잡힌 사람이란 없는 거지만 한결같이 '난 이래'라고 한정 지어 버리고 노력과 성장의 문을 잠가버린 영역들.



자택근무를 주로 하다가 주 2일 정도 사무실 출근을 하기로 하고 새 컴퓨터와 모니터가 필요해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대표님을 대신해서 남편이 모니터와 컴퓨터를 알아보고 모델을 골라줬다.


정품윈도우도 깔려와서 초기설정과 세팅만 하면 되는 상태. 대표님은 정말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셨고 약간의 짜증과 귀차니즘을 밀어내고 남편에게 초기 세팅을 배운 후 (전에 몇 번 정도 윈도우도 혼자 깔아본 적이 있는데도 유독 컴퓨터 관련 일은 하기가 '싫다') 출근해서 인증키 넣고 초기 세팅, 카톡, 한글, 아크로뱃 정도만 깔아 두었다.


덕분에 듀얼 모니터 설정, 초기설정 세팅 등은 확실히 알게 됐다. 꽤 간단한데도 남편이 몇 번이나 가르쳐 주려 해도 귀를 막고 '난 몰라~~'를 시전 했었지.




사람이 달라지고자 하면 전엔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서도 계기를 찾게 된다. 너무 오래 잠가놓고 있던 영역이라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내가 스스로 나아지지 않겠다 선택한 영역들이 있었고 함부로 그 영역을 건드리면 '나도 다 잘할 순 없어! 나도 쉬고 싶어! 거기까진 하고 싶지 않아!' 하며 발악하곤 했다는 것을.


그 영역이 어쩔 수 없는 계기로 (나 아니면 당장 처리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열리고 당연히 조금만 배워도 깰 수 있는 영역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허무함. 어쩔 테야.


열쇠는 언제나 여기 있었다. 10년 넘게 내게 얘기했던 남편의 말속에. 핑계 삼던 내 말속에. 

바꿔봐야겠다 마음만 먹으면 되는데. 핑계 삼지 않으면 되는 거였구나. 변명하지 않으면 되는구나.


어떤 영역이든 배우면 일정 부분은 성장한다. 오랫동안 잠가뒀던 핑곗거리 중에서 하나씩 꺼내 바꿔봐야겠다. 그리고 전보다 잘하게 된 부분도 인정하고 못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우선,

난 잠이 많아 →이미 전보다 덜자고 있어

난 끈기가 없어 →몇 년 전부터 먼저 그만둔 일 없었어

말을 잘 못해 →조리 있게 말한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는데

나는 불량주부야 →욕심부리지 말고 반찬도 한 번에 1개씩만 하면 되지

나는 게을러 →그냥 느긋한 거야. 미루는 일도 없어. 이제 게으르지 않아

나는 체력이 약해 →실내 자전거부터 타자. 당장



진짜. 바뀐 부분들이 꽤 있었네. 그럼에도 한결같이 못한다고 생각했구나. 나를 잘 안다는 아집도 버려야겠다. 나는 계속 바뀌었는데 예전의 잣대로 나를 재단하지도 말아야겠다.



한계를 설정하지 말자. 부족한 건 위로, 잘하는 건 더 높게 끌어올리자. 나는 더 많이 달라지고 싶어. 그것만 생각하자. 하루하루 더 많이 확장하고 싶어. 사람이 달라지겠다는데 금기 영역이 어딨어.

어제까진 못했지.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못하고 싶진 않아. 



하나씩 풀다 보면 죽기 전엔 몇 개 안 남겠지 뭐

이 글에 자극받는 당신도 함께 해봅시다.

내 안의 금기를 깨뜨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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