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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이 하얀 눈을 먹은 날

by 한성범

눈이 예쁘게 내립니다. 겨울바람도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치유라는 단어가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런 날은 모자를 벗어야겠지요. 하늘로 얼굴을 돌렸습니다. 눈발이 흩날릴 때 나의 눈을 깜박거려보았습니다. 나의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먹었어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네요. 이제 잿빛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유치원 아이처럼 두 팔도 활짝 벌렸어요. 이제 흩날리는 눈발이 입으로 들어갑니다. 어떤 맛일까요? 아이스커피입니다. 아! 이것이 행복입니다. 치유입니다.


치유란 무엇일까요? 사전에서 찾아보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마음이 평온해진 상태이지요. 불안, 긴장, 두려움이라는 파도가 사라져 버린 상태가 평온이고 평화입니다. 그런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돕는 도구가 치유입니다. 당신은 어떤 치유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까?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서 최적화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몸에는 생존을 위한 강력한 화재경보기가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경보가 울립니다.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를 생각만 해도 경보가 울립니다. 내 자동차를 추월하는 자동차가 있으면 경보가 울립니다. 출근하는 아침 눈이 내려도 경보가 울립니다. 우리는 화재경보기가 잘 울리도록 설계된 존재입니다.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입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우리 몸에서는 전류의 속도가 증가합니다. 그것이 긴장, 불안, 두려움, 화 등으로 나타나지요. 우리는 화재경보기를 다스릴 수 있는 치유 도구 하나는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울려되는 경보기를 멈출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괜찮다고, 아무런 일이 없다고 경보기에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주변에 흔하게 널려있습니다. 하늘을 올려보아도, 땅을 내려다보아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물이 치유의 도구입니다. 하늘, 바람, 별, 꽃, 눈, 비 모두가 치유의 도구입니다. 다만 그것을 마음이 만나야 합니다. 흩날리는 눈이 나의 작은 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나의 작은 눈이 그것의 맛을 느껴야 합니다. 그것이 평화이고 치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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