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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Aug 07. 2018

자식 그 이름 두자

학교를 한 바퀴 돌다 보면 한 여름의 더위에 모든 것이 지쳐 보이지만 교정 이곳저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중에서 수국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름 이상 계속되는 열대야의 힘듦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좁쌀처럼 작은 잎이었는데 어느새 흰색의 둥그런 꽃봉오리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리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과 함께 커가는 수국은 그 꽃의 색깔이 흰색, 분홍색, 하늘색 등으로 여러 가지입니다. 수국의 꽃 색깔은 수국이 심어진 흙의 성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수국의 꽃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수국이 심어진 흙에 알루미늄 성분이 많아 산성인 경우 알루미늄 이온과 산성이 결합하여 수국 꽃은 푸른색을 띠게 됩니다. 반면 흙에 알루미늄이 적어 염기성인 경우 알루미늄 이온과 안토시아닌이 결합하기 어려워 수국 색깔은 붉은색의 꽃을 핀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에는 희색 수국이 피고 있는데, 흰색 수국은 처음부터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없는 품종으로 흰색의 꽃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수국 꽃 색깔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국이 본래 가지고 있던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은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모의 유전자입니다. 수국이 심어진 흙은 가정이라는 환경입니다. 더 넓게 해석을 하면 학교, 사회라는 환경도 포함될 것입니다. 부모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이 만들어가는 가정환경이라는 흙을 만나서 분홍색의 꽃이 되기도 하고 파란색의 꽃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색의 꽃 모양이 될 건지의 결정권은 수국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흙을 만나 꽃의 색깔이 달라지듯 부모가 만들어가는 가정환경이라는 흙의 성질에 의해 결정됩니다. 가정이라는 환경의 흙이 우리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아름다운 꽃으로 이 세상에서 자랄 것이고, 요즘 무더위처럼 아이들의 건강과 미소, 마음의 성장을 돕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예쁜 꽃이 피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학교에 오신 어느 학부모님들과 자식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에게 자식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어떤 학부모님이 아이는 ‘나의 두 번째 인생’이라는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님은 ‘힘들어도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 두 분의 이야기를 섞어보니 자식의 정의에 대하여 참 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두 번째 인생이라는 의미는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보다 자식 교육이 훨씬 어렵다는 의미였습니다. 보통 결혼을 제2의 인생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년이 되면서부터 세상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것이 아이들 교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은 새로운 나 즉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학부모의 말씀 ‘힘들어도 버티게 해주는 존재’라는 이야기처럼, 아무리 힘든 일을 만나도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는 부모가 되고자 하는 노력에서 점점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수국의 꽃 색깔에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엄마의 유전자 50%, 아빠의 유전자 50%를 합해서 세상에 태어난 우리 아이, 나와 남편이 만드는 가정환경이라는 흙에 의해서 아이들의 꽃 색깔은 달라집니다. 아이들을 믿어주고,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가정에서는 세상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꽃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 가정환경은 아이와의 삶은 나의 두 번째 인생의 출발이라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가 더 아름다운 부모로 성장해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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