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달걀처럼 부화하게 하라.

by 한성범

“초등학교 시절 가장 기억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물찾기’라고 대답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보물 찾기는 대개 소풍날 실시되는데, 선생님은 아이들 몰래 나뭇가지, 바위틈 등에 보물을 숨겨놓습니다. 보물이라고 해보아야 돌돌 말아진 쪽지입니다. 그 쪽지에는 보통 공책, 연필, 지우개 등 아이들이 소풍날 받을 선물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요? 우리들의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보물 찾기를 좋아합니다. 특별한 선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물 찾기를 좋아합니다. 보물 찾기에 아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호기심 때문입니다. 호기심은 식욕, 성욕처럼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문명은 호기심이라는 본성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지요. 이러한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아이가 배우고 싶어 안달이 나도록 만들 수 있겠지요.


① 책에 보물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가 함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책 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행동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어떻게 행동으로 보일 수 있을까요? 아래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 보세요.


성범 : 슬기 어머님 반갑습니다. 슬기가 책을 너무 좋아해서 행복하시겠어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으신가요?

엄마 : 그런 건 없어요. 단지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는 했어요.

성범 : 행동으로 보여주다니요? 어떻게 했나요?

엄마 : 아마 100일 정도 되었을 무렵이에요. 아이가 잠을 자길래 책을 읽었죠. 너무 재밌어서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어요. 한참 책을 읽다가 아이를 바라보니 신기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 눈빛이 지금도 기억나요.

성범 : 단지 그것뿐인가요?

엄마 : 그때 갑자기 질문이 생겼어요. 엄마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면 이 아이도 책을 좋아하지 않을까?

성범 :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엄마 : 책을 읽으면서 호호 웃기도 하고, 책 읽는 순간에 아이가 다가오면 일부러 밀치기도 했어요.

성범 : 아! 그랬군요.

위의 사례는 실제 우리 학교 학부모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책 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듯 행동했더니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답니다. 당연한 결과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호호 웃는 엄마를 보면서 ‘책 속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겠지요. 엄마처럼 자신도 보물을 찾고 싶었을 것입니다. 보물을 찾으려면 관찰을 잘해야 하듯이, 책 속의 보물을 찾기 위하여 글밥을 자세히 읽었겠지요. 그러다 보면 책 속에서 지혜라는 보물을 만나 행복해지고, 그 행복감을 다시 만나고 싶어 책을 펼치겠지요. 즉 독서의 성공 회로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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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감동한 줄 찾기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가 독후감입니다. 책의 줄거리와 느낌을 적는 독후감은 어른도 힘든 일입니다. 힘들지 않고 독후감을 쓰는 방법은 없을까요?


․ 우리 민족을 간악한 왜놈들의 손아귀에서 구해 주십시오. 잔 다르크가 프랑스를 구한 것처럼 (유관순/엄혜숙)

․ 우리는 둘 뿐이지만 셋보다도 넷보다도 더 크게 사랑해요. (우리는 엄마와 딸/정호선이)

․ 왜냐하면 내가 널 만들었기 때문이지. 너는 내게 무척 소중하단다. (너는 특별하단다/맥스루카도)

․ 힘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 안 그래? (고민 들어주는 선물 가게/임태희)

․ 그냥 다를 뿐이야. 달라도 우린 친구야. (달라도 친구/허은미)

․ 난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그냥 좋아. (우리 엄마가 좋은 10가지 이유/최재숙)

․ 슬픔도 언젠가는 작아진단다.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난 날/민지영)


위 내용은 우리 학교 2학년 아이들이 책에서 찾은 ‘감동한 줄’입니다. ‘감동한 줄’은 책을 읽고 나의 감정을 뒤흔든 단 하나의 문장을 찾아보는 일입니다. ‘감동한 줄’의 시작은 ‘가르칠 수 있는 용기(파커 J. 파머)’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 책을 읽다 보면 중간 부분에 ‘가르침은 자신의 영혼에 거울을 들이대는 행위’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가르침에 대해 정의할 수 있는 최고의 문장이었습니다.


내가 느낀 전율을 아이들도 맛보게 할 수 없을까? 그래! 아이들 독후감 쓰는 방법을 바꾸어 보자. 내용을 요약하고 느낌을 적는 것도 좋지만, 책을 좋아하려면 감동이 더 중요하지. 선생님들께 저의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들도 대찬성입니다. 매달 1회씩 감동 한 줄을 찾아서 전시회를 열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1장 주어 가장 마음에 드는 감동한 줄에 투표를 해보자는 의견도 더해졌습니다. 가장 스티커를 많이 받은 감동 한 줄은 현수막으로 제작해서 정문과 후문에 게시하였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감동 한 줄을 찾기 위해서는 책을 정독해야 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으면서 내 감정을 들여다보아야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책의 문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자신의 감정도 치유할 수 있습니다. “현수막 내용이 너무 좋아요” 교문에 걸린 감동한 줄 내용이 너무 좋다는 지역 주민들의 응원은 감동한 줄의 또 다른 행복이었습니다. 우리 가정에서도 감동 한 줄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1. 일주일 동안 가족 구성원 모두가 책을 읽고 감동 한 줄을 찾는다.

2. 토요일 날 저녁 시간에 감동한 줄 발표회를 갖는다.

3. 도서명, 저자, 감동한 줄 순으로 발표한다.

4. 발표회를 마치면 스티커 투표를 하여 이번 주 우리 가족 ‘감동한 줄’을 선정한다.

5. 스티커를 가장 많이 받은 감동 한 줄을 예쁘게 디자인하여 일주일 동안 식탁에 전시한다.


③ 책도 달걀처럼 부화하게 만들어라.


얼마 전 선생님 한 분과 독서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오랜 기간 독서 방법을 연구해 오신 선생님입니다. 지금은 1학년 담임으로 주로 그림책을 이용한 독서 방법을 고민하고 계십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용한 독서 방법은 없을까요?” 이런 질문을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대답을 하셨을까요? 정말 쉽고 간단했습니다. 선생님의 호기심 활용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1. 책꽂이 두 개를 준비한다.

2. 책꽂이에 그림책을 각각 올려놓는다.

3. 첫 번째 책꽂이 그림책을 월요일에 읽어준다.

4. 두 번째 책꽂이 그림책은 다음 주 월요일에 읽어준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출 효과’를 선택하셨습니다. 노출 효과는 상대방과 만남을 거듭할수록 호감이 증가하는 현상입니다. 선생님은 다음 주에 읽어줄 그림책을 1주일 동안 책꽂이에 전시하셨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선생님을 달달 볶는답니다. 전시된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그 모습이 대충 상상이 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호기심이 최고조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셨습니다.


호기심이 증가하면 상상력이 발휘됩니다. 표지를 보면서 주인공을 상상합니다. 제목을 보면서 내용을 상상합니다. 지은이의 얼굴 모습을 상상합니다. 아이들은 호기심 상상 덩어리입니다. 1주일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책을 읽어주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의 숨이 멈추었을까요? 교실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아이들의 눈동자는 별이 되어 선생님을 바라봅니다. 선생님이 책을 드는 순간 교실에 함성이 울려 퍼집니다. 참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1.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간다.

2. 그림책 2권을 고른다.

3. 1권은 그날 읽어준다.

4. 나머지 1권은 1주일 후 읽어준다.

5. 일주일 동안 특별한 장소에 전시한다.

(책은 보이면서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공간)


아이들의 배움 도파민이 춤을 추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자극해야 합니다. 위의 사례처럼 엄마가 책 속에 보물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거나 책에서 감동한 줄 찾기는 호기심 충족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더 불어 성취감도 높일 수 있지요. 책도 달걀처럼 부화하게 만들어서 읽게 한다면 배움 도파민은 더 열심히 춤을 추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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