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튤립 꽃밭을 만들어 보자.

by 한성범

학교 화단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학교 3, 4학년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화단에 작은 구덩이를 파기 시작합니다. 화단에 무언가를 심으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아! 오늘은 튤립을 심는 날입니다. 아이들 곁에는 튤립 알뿌리가 바구니 가득 들어 있습니다. 튤립 알뿌리는 작은 양파처럼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알뿌리를 하나씩 선생님께 건네받았습니다. “껍질을 벗겨야 싹이 잘 튼단다.”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양파 껍질 벗기듯이 알뿌리 껍질을 벗겨냅니다.

튤립 알뿌리의 껍질을 벗겨내면 하얀색 속살이 드러납니다. 이제 튤립 뿌리를 땅속에 넣을 차례입니다. 작은 구덩이에 알뿌리를 조심스럽게 넣고, 적당히 흙으로 덮어줍니다.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는 엄마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제 튤립 주인의 이름을 새겨 넣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표를 조심히 꺼내 듭니다. 자신이 심었던 튤립의 위치를 찾아서 이름표를 꽂습니다. 그 이름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심은 튤립이 흙 속에 잠들어 있어요.” “함부로 파헤치거나 소란스럽게 하지 마세요.”

“튤립을 심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니?”라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를 닮아서 씩씩했으면 좋겠어요.”, “빨리 새싹을 보고 싶어요.”,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자신이 심은 튤립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튤립을 심은 흙을 몇 번이고 정성스럽게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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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감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감성을 쉽게 표현하면 ‘고운 감정’입니다. 이것은 하천 모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천에는 모래와 자갈이 뒤섞여 있습니다. 여기에서 모래가 감성이라면, 자갈은 감정입니다. 자갈이 다듬어지면 모래가 되듯이, 거친 감정이 다듬어지면 부드러운 감정, 즉 감성이 됩니다.

감성 통로는 오감입니다. 오감의 문이 열리면서 감성 새싹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오감 문은 한가지 감각에 의존하기보다는 협연이 이루어졌을 때 더욱 잘 열립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비슷합니다.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별히 우리가 가진 감성은 식물에 잘 열리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꽃을 심고, 가꾸고, 향기를 매일 맡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정에 가족 수만큼 예쁜 화분을 준비하면 어떨까요? 여기에 튤립이나 수선화의 알뿌리를 심어보세요.

가족회의를 통하여 거실에 꽃밭을 만들자고 제안을 해보세요. 다만 아이 화분은 아이가 관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보세요. 아이가 물을 주고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튤립 화분에 들려주도록 하세요. 가끔 손 편지도 써서 튤립 화분에 읽어주도록 하세요. 그렇게 겨울을 이기고 봄이 되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나고 꽃이 피겠지요. 어쩌면 감성에서 최고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배움 도파민이 활짝 꽃을 피울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하굣길에 튤립밭을 살펴보는 아이가 보입니다. 쪼그리고 앉아서 튤립밭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 아이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꽃은 내년 봄에 핀다는 것을. 하지만 이 아이 마음에는 예쁜 튤립꽃이 이미 피었습니다. 새싹이 보이고, 꽃잎이 보이고, 향기가 전해져 올 것입니다. 튤립 감성의 물결이 마음 호수에서 출렁이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집에서도 가족 꽃밭을 만들어보세요. 11월은 튤립, 수선화를 심기에 적당한 시기입니다. 가족 수만큼 화분을 준비하여 튤립, 또는 수선화 뿌리를 심어보세요. 화분을 거실, 또는 베란다에 두고 각자 관리하게 하세요. 매일 물도 주고, 사랑의 대화도 속삭이게 하세요. 아이 가슴에서 튤립꽃이 활짝 웃고 있을 것입니다. 내년 봄, 어느날 튤립꽃이 피었을 때, 아이의 배움 도파민도 예쁜 미소를 짓겠지요. 가슴에서 성취감이라는 도파민이 주렁주렁 열릴 것입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1. 가족회의를 실시한다.

2. 튤립 뿌리 또는 수선화 뿌리와 화분을 준비한다.

3. 화분에 튤립 뿌리, 수선화를 심고, 이름표를 만든다.

4. 자기 화분은 자기가 관리한다.

5. 아이 화분에 물을 주는 등 부모가 도움을 주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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