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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Mar 10. 2022

한 글자로 별 두 글자로 보석

 

“교문 현수막을 보았을까요?” 아이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아이들 표정을 보면서 ‘질문이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입학식 날, 교문 현수막을 볼 리가 없겠지요. 한 아이가 조용히 손을 듭니다. “한 글자로 별, 두 글자로 보석입니다.”     

어머나 세상에! 교문 현수막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해 봅니다. “그럼 별과 보석은 누구일까?” “별은 학생이고, 보석은 선생님입니다.” 가슴이 펄럭입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1학년 입학생 입에서 들었습니다. 난 별, 보석을 학생으로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1학년 입학식입니다. 코로나가 입학식 장소를 교실로 바꾸어주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섰습니다. ‘어서 와 1학년은 처음이지’라는 예쁜 현수막이 아이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천장과 벽의 풍선에는 봄바람이 들었나 봅니다. 살랑살랑 몸을 흔들어댑니다. 선생님의 사랑 향기가 겹겹이 숨 쉬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담임 선생님 소개를 했습니다. 아이들 이야기처럼 학생이 ‘별’이면 분명히 선생님은 ‘보석’입니다. 당연히 입학식 주인공도 학생과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소개는 3행시입니다. 선생님 이름으로 3행시를 만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이 많고 름다운 선생님이 누구일까? 이정아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에게 축하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입니다. 주제는 ‘한 글자로 별, 두 글자로 보석’입니다.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디에 가면 밝게 빛나는 별을 볼 수 있을까?”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바닷가, 풍력발전소, 공원, 산 등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밝은 별을 볼 수 없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모르겠지요. 아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자동차, 공장, 건물 등에서 나오는 먼지가 하늘로 날아간단다. 그 먼지가 별을 가리고 있지.”  


 “우리 사람들도 그렇단다. 누구나 처음에는 밝은 별이단다. 오늘 너희들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도 먼지가 쌓인단다. 다툼, 경쟁, 욕, 흉보기 등이 그런 먼지란다. 이것이 쌓이면 누구나 희미해진 별이 된단다.” 아이들이 이해할까요? 그래도 귀를 쫑긋 세웁니다.     


“마음 먼지를 닦는 방법이 있는데, 가르쳐줄까? 말까?”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릅니다. “빨리 알려주세요.” “그럼 잘 실천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모두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감사가 마음 먼지를 닦는 지우개라고 설명했습니다. 친구, 선생님, 부모님에게 감사하면 먼지가 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요. 언젠가 교실에 들어가서 자세히 설명해 주렵니다. ‘나’에게 감사하면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나를 사랑하게 합니다. ‘너’에게 감사하면 관계가 달라집니다. 나의 감사가 상대방 거울 뉴런에 나타납니다. 상대방도 나의 마음을 따라 합니다. 내가 먼저 감사했더니,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1학년 아이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봅니다. 정말 별이고 보석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먼지가 쌓이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야 배움, 성장이라는 날개를 달 수 있는데. 현실은 다르지요. 만나고 싶지 않지만, 주위에는 먼지가 많습니다. 그 먼지의 이름은 나쁜 정보입니다. 친구, SNS 등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해로운 정보를 이야기합니다.     


그 정보들은 불안, 긴장이라는 감정의 시동을 켭니다. 이것들은 두려움, 분노 등의 감정선을 팽팽하게 증폭시킵니다. 이 선이 날카로워지면 보호막이 높아집니다. 관계가 자라지 않고, 배움에서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엔진 작동을 멈추는 방법이 감사입니다.  

    

감사를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나에 대한 감사에서 시작해서, 친구, 선생님, 부모님을 향하겠습니다. 꽃, 나무, 별을 향한 감사하는 마음도 필요하겠지요. 감사 양이 늘어가면 아이가 달라집니다. 배움이 시작됩니다. 한 글자로 별, 두 글자로 보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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