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뭐하고 노세요?

by 이내화

잠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 당시 당신이 가장 재미있게 놀던 놀이는 무엇이었는가?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술래잡기, 다방구, 공기놀이, 구슬치기, 자치기, 딱지치기, 축구, 농구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이 된 요즘엔 무슨 놀이를 하는가? 딱히 떠오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번호엔 놀이에 대한 화두를 잡아보았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간단한 넌 센스 퀴즈문제를 3개 내보겠다. 1)빼기의 반대말은? 2)놀이의 반대말은? 3)논술의 반대말은? 언뜻 보기엔 쉬운 문제 같지만 함정이 있으니까 동료들과 함께 풀어 보기 바란다. 답은 이 글 말미에 소개하겠다.

필자는 <주말 104일의 혁명>이란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데는 남다른 배경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주5일제 근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때였다. 물론 전격적으로 실시를 하는 게 아니어서 몇몇 대기업들이 솔선해서 주5일제 근무라는 체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그 무렵 강의장에서 만난 대기업 간부사원과 식사를 하던 중 이런 물을 한 적이 있다. “김 차장님은 주말엔 뭘 하세요?” 그러자 그는 “주말에요. 세차를 하지요?” 라고 답했다. 너무 충격적인 대답에 필자는 “아니 왜요?” 라고 되물었다. 그는 “애들은 학교에 가고.... 뭐 딱히 할 일도 없어서요.” 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놀 줄 모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이른바 <주말 사용설명서>격인 그 책을 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왜 놀 줄 모를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노는 것에 대한 죄의식(?) 같은 게 있지 않나 싶다. 더욱이 성인이 되면 일을 해야지 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서 있어 놀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이 성인들에게만 국한 되는 게 아니다. 도심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나 공원 놀이터엔 놀이터의 주인공이 그 자리를 떠난 지 오래다. 아이들이 다들 학원에 가기 때문이다. 도대체 성인이건 청소년이건 놀지 않는 세상이다. 이름 하여 놀이부재 현상이다.

돌이켜 보면 필자는 몸은 호리호리 했지만 청소년 시절 농구와 핸드볼을 무척 잘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부모님 눈치를 따돌리면서 농구장에서 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농구장에 가장 신나게 한 놀이는 <자유투 던지기>와 <3점 슛 던지기> 게임이었다.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고 틈만 나면 아침저녁으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던 생각이 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편을 짜서 정식 게임을 할 때면 이기려고 온갖 악(?)을 쓰면서 코트를 누비곤 했다. 아마 공부를 그렇게 했더라면 박사 학위 서 너 개는 능히 땄을 것이다. 왜 어렸을 적엔 놀이에 정신을 팔았을까? 놀이가 주는 해방감, 해방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성인이 된 필자도 다른 사람처럼 놀이와 담을 쌓은 지 수십년이 됐다. 가끔 공원 농구코트에서 농구 시합을 하는 것을 보면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맘만 앞서지 이내 나서지 못하는 형국이다. 아마도 <성인≠놀이> 우리네 사회에 만연된 불문율(?) 탓이 아닐까 한다.

이쯤해서 놀지 못하는 당신을 위한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소개하겠다. 최근 발간된 수튜어트 브라운이의 <플레이, 즐거움의 반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다음 문항을 읽고 하나씩 점검해보아라.

@평소 잘 웃지 않는 편이다. @자주 한 숨을 쉰다. @특별한 취미 생활이 없다. @주말에도 딱히 할 일이 없다. @‘재미없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놀면 뒤처지는 것 같고 죄책감이 든다. @가끔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머리는 좋은데 창의적이지 못하다. @일을 진행할 때는 늘 하던 대로 한다. @농담이나 유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친구와 동료와 공유하는 정보가 없다. @애인, 부부 사이지만 설렘이 없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구구절절이 꼭 당신 이야기가 아닌가?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플레이, 즐거움의 반전>의 저자는 당신이 즐겁지 않는 것은 바로 놀이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힘들고 지친 일상에서 ‘놀이’를 찾아야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안노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한 순대국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남성 6명이 순대국에 반주를 곁들이면서 연신 떠들어 대는(?) 것이었다, 곰곰이 들어보니 골프장에 갔다 와서 뒤풀이 겸 무용담을 나누는 것이었다. 이들은 한 시간 넘게 골프이야기만 했다. 아마 우리나라 남성들에겐 골프가 놀이의 전부인 듯하다. 여기저기서 나이 좀 들었다면 골프 이야기다. 우리네 성인들의 놀이의 편협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하는 놀이는 무엇인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등산, 테니스 아니면 낚시 등에서 벗어나지 않은 게다.

그러면 놀 거리가 없는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할까? 주말을 ‘일요일’로 만들지 말고 ‘휴(休)요일’로 바꾸라고 주문하고 싶다. 여기서 ‘휴(休)요일’ 이란 ‘놀이를 하는 날’을 말한다. 도대체 ‘휴(休)요일’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 큰 고민이 아닐 것이다. 이런 당신을 위한 처방을 하나 내겠다. 바로 “주말엔 <도시락>을 싸라!” 이다. 여기서 도시락이란 흔히 우리가 먹는 도시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락(挑始樂)>을 의미한다. 도시락(挑始樂)이라 이것은 무슨 말인가?

첫째, 도전(挑戰)이다.

당신에게 마땅한 놀이가 없다면 새로운 놀이로 눈을 돌려야 한다. 평소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이면 좋다. 가령 승마가 맘에 꽂혔다면 그것을 하면 되고, 스킨스쿠버에 마음에 가면 그것을 하면 되고, 철인 3종 경기가 맘에 들면 그것을 하면 된다. 그러니까 당신 마음속에 한번쯤 자리를 잡았던 것이라면 우선 도전을 해보아라. 그렇다고 놀이가 몸으로 움직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최근 좀 색다른 놀이를 하고 있다. 바로 텃밭 가꾸기다. 단독에 사는 터라 놀고 있던 주차장자리에 텃밭을 만들었다. 우선 삽으로 땅을 갈아서 엎은 뒤 상추, 고추, 가지, 쑥갓 모종을 사다가 심고 매일 이들과 자연놀이를 한다. 이중 상추는 쑥쑥 자라서 매일 식단에 오른다. 내친 김에 지난주엔 배추와 무씨를 파종했는데 이제 막 싹이 움트고 있다. 50평생 처음 해본 작은 도전이지만 여간 행복한 게 아니다. 매일 물도 주고 잡초 뽑는 그 재미가 솔솔 하다. 만약 텃밭이 없으면 아파트 베란다가 실내 텃밭이다. 세상에 할 일도 많지만 할 놀이도 많다. 말하자면 “무한 도전!” 이다.

둘째, 시작(始作)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무엇인가 생각을 했으면 행동으로 옮겨 보아라. 물론 새로운 것을 도모하는 데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한번 생각해보자. 수년전 아니 수십 년 전 당신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처음 운전석에 앉았던 때를 생각해보아라. 연애 초기에 지금 배우자를 당신의 파트너로 만들려고 할 때를 생각해보아라. 초등학교 1학년 처음 등교했던 때를 생각해보아라. 당신이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를 생각해보아라. 두려움이 앞서 마음이 두근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도 결국 별거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단 시작을 해라. 정말 별거 아니다.

셋째, 락(樂) & 락(樂)이다,

분명한 것은 락(Lock) & 락(Lock)이 아니다. 락(樂) & 락(樂)이다. 밀폐 용기로는 한 점 틈도 없는 Lock & Lock이 최고지만 인생은 다르다. 인생에는 틈 즉 여유가 있어야 한다. 삶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한 주일 내내 일로 밀폐된 당신의 삶에 틈을 만들고 그곳에 공기를 넣어 세상과 소통을 해야 한다. 그 대상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자연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놀이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놀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무엇일 하든지 그것이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멋진 놀이라도 당신에게 있어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그만 두어야 한다. 즉 락(Lock)이 아니라 락(樂)이다. 락(樂)을 주는 놀이를 하면 된다.

인생을 살아가는 로드 맵은 크게 3가지 휴영이 있다. <계단 형>, <에스컬레이터 형>, <엘리베이터 형> 이다. 이 세 가지 중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 형>이 가장 좋다. 가장 빠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차피 올라간 즉 정상에 오른 인생은 다시 내려오기 마련이다. 가장 빨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형>은 가장 빠르게 내려오기 때문이다. 세상을 되돌아 겨를도 없이 멋진 풍광을 되씹어 볼 여유도 없이 내려온다. 이에 반해 에 <계단 형>은 오를 때는 너무 느리고 힘도 들지만 내려 올 땐 오히려 느림이 주는 반전효과를 볼 수 있다. 내려오는 인생에서 삶을 반추할 수 있는 틈을 찾을 수 있다. 인생에서 틈을 내서 노는 게 어떻게 보면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느리고 더딘 것 같아 보이지만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특권을 갖는 셈이다. 느리다고 해서 결코 느린 것이 아니다.

앞서 간단한 넌 센스 퀴즈문제 정답을 소개하겠다. 1)빼기의 반대말은? ‘더하기’가 아니라 ‘넣기’다. 곰곰이 생각해보아라. 빼기라는 것에 익숙해진 셈이다. 2)놀이의 반대말은? ‘일’이 아니라 우울함(depression)이다. 앞서 소개한 책의 저자가 하는 말이다. 3)논술의 반대말은? 횡설수설이다. 이 문제를 낸 것은 세상이 꼭 당신 생각대로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게 생각한 것처럼 된다면 큰 탈이 없지만 그게 그렇게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외출할 때 메이크업을 한다. 왜 그럴까? 잘 가꾸어(?) 남들에 예쁘게 보이려는 점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서 하는 놀이라서 그렇지 않나 싶다. 메이크업을 하는 시간에 대개 여성은 완전 몰입을 한다. 인생도 매한가지다. 멋진 인생을 얻으려면 인생도 가꾸어야 한다. 즉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 당신의 주말을 이름 그대로 ‘일요일’인가? 아니면 ‘休(휴)요일’ 인가? 당신의 주말을 메이크업해라. 주말에 “뭐 먹을 게 없어?” 라고 말 대신 “뭐 놀 게 없어” 라고 코드를 바꾸어 보자. 화장을 한 듯 안 한듯하게 정성을 들여 메이크업한 얼굴을 우아하고, 예쁘기 마련이다.

그러자면 주말엔 멋진 ‘인생 도시락(挑始樂)’ 을 싸들고 나서보자. 도시락 반찬은 당신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채우면 된다. 계란말이도 좋고, 콩자반도 좋고, 소시지 볶음도 좋고, 장조림도 좋다. 당신이 좋아하는 반찬처럼 ‘인생 도시락(挑始樂)’에 당신의 놀이로 가득 채워가라. 바로 당신이 호모 루덴스 즉 놀이인간이다.

“이번 주말엔 뭐하고 놀 작정인가?” 주말 버전 업! 인생 도시락을 들어라! 놀지 못하는 인생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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