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Re: Born! 03화

안주하면 남의 안주가 된다

by 이내화

세상 사람들을 ‘변화’ 키워드로 보면 대개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선지선각자다. 이들은 변화라는 트렌드를 미리 읽고 미리 뛰는 사람들이다, 흔히 말하면 앞서가는 이들이다. 앞서 가자면 물론 위험도 따르지만 이들은 도전의식이 강해 일상적인 것들을 싫어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좌우지간 짱구(?)를 굴려 미래를 읽고 이를 준비해간다. 그래서 늘 바쁘고 항상 열정적이다. 이들의 성공 자산은 도전과 새로움이다. 둘째, 후지후각자다. 남들이 뛰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계산을 한 끝에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이들이다. 쉽게 말해 안전지향 주의자들이다. 이들은 큰 성공을 낚을 수는 없지만 뛰는 만큼 인생에서 나름대로 과실을 거두는 이들이다. 셋째, 부지부각자다. 세상의 변화는 담을 쌓고 사는 이들도 판을 읽어내는 아니면 맥을 잡지 못하는 이들로 인생은 주어지는 대로 사는 이들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답답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들은 행복하다. 왜냐면 그냥 사는 이들이다.


필자도 한 때는 ‘부지부각자형’ 으로 산 적이 있었다. 모 그룹 홍보실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다. 나름대로 직장 생활을 별 탈 없이 한 탓에 인생에서 변화라는 걸 직시하지 못했고 또한 그 본질을 잘 몰랐다. 더군다나 변화의 파고가 얼마나 큰 가를 잘 몰랐던 때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다 하자면 너무 길고 그중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홍보 책임자로 근무를 하고 있을 즈음 최고 경영자가 바뀌었다. 이 간단한 사건이 필자의 생애에서 변화의 쓴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새로 부임한 사장은 업무보고를 받은 후 필자가 일하고 있는 홍보부서를 통폐합을 하라는 오더를 내렸다. 그야말로 하루 사이 갑자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고, 필자는 그룹 홍보실의 한 곳에 사무집기를 갖고 자리를 해야 했다. 물론 보직이 없는 관리자 신세가 된 것이다. 이를 조직 내 백수라고도 한다. 최소한의 자리를 연명하는 그야말로 낭떠러지에 가는 줄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나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필자가 직장생활을 엉망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약 19년간 근무할 동안 특진도 했고, 사장상, 장관상로 받을 만큼 모범을 보이면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변화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IMF 파고가 더욱 더 거세지면서 소위 명퇴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불고 있었다. 이런 시류를 틈타서 당시 시중에 아주 잘나가는 베스트셀러가 있었다. 그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는 책자였다.

그런데 바로 필자에게도 이런 치즈 증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변화’라는 자가 필자의 치즈를 가져 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필자는 정말 안일하게 직장생활을 했던 것 같다. 공채로 입사했으니까 큰 탈이 없는 한 중역은 되겠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자신을 추스르는 데 너무 게을렀던 것 같다.

가령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컵을 하나 들고 딱 그만큼 회사에서 물을 떠오는 그런 일상을 보냈다. 왜냐하면 ‘회사라는 아주 큰 우물’ 이 항상 마르지 않고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19년 동안 그 우물에는 항상 물이 가득했다. 가뭄이 들 때도 이 우물을 여전히 마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제 누군가가 와서 이 우물을 콘크리트로 메워버렸다는 것이다. 우물이 마를 것만 생각했지 누구 이걸 원초적으로 메울 거라는 건 생각조차 못했다. 이런 점을 보면 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치즈를 누군가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 치즈가 값이 많이 나가는 좋은 치즈라면 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개 성공하는 이들과 실패하는 이들은 우물가에 올 때도 그 자세가 다르다고 한다. 직장인들은 대개 필자처럼 자신의 성공 크기에 맞는 작은 컵을 들고 와 물만 먹고 그 컵에 물을 담아 간다고 한다. 물론 더 많이 떠가도 되는데 “이 우물이 어디 가겠어!” 하는 생각 때문에 물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다음에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나 전문직으로 성공한 이들은 인생이란 우물가에 가능하다면 큰 수통을 갖고 와 자신의 능력만큼 떠간다고 한다. 이들은 큰 부자는 안 되지만 욕심을 내어 많이 퍼 갈려고 한다. 끝으로 재벌 같은 큰 부자들 즉 하늘이 내린다는 부자들은 은 수통 같은 건 가져오지 않는다. 이들은 아예 다른 생각을 하는데 그 우물부터 자신의 집까지 아예 송수관을 묻어 있는 물을 송두리째 다 가져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필자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왜 컵만 갖고 우물가에 오는 것일까? 그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상의 판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안이한 생각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바로 부지부각자형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삶이 영원하고 또 자신의 성공인생이란 우물이 항상 그곳에 있을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걸 필자는 ‘보통사람들의 비애’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비애 증후군’에 빠져 있다면 당신 인생에 <적색경보> 를 보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증후군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우선 이전보다 남보다 부지런을 더 떨어야 한다. 인생을 만만하게 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삶이란 살다보면 길이 하나둘씩 보이는데 이를 위해서라고 더욱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쥐에는 <가장 비싼 쥐와 가장 멋진 쥐>가 있다. 가장 비싼 쥐는 어떤 쥐일까? 이 쥐는 나이가 80으로 몸값만 6조5천억 원이 넘고 매년 5조원에 달하는 돈을 버는 쥐이다. 어떤 쥐일까? 바로 <미키 마우스>이다. 가장 멋진 쥐는 어떤 쥐일까? 앞서 언급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는 책에 나오는 주인공 쥐이다. 이 쥐는 선지선각자처럼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부단히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쥐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쥐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다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비싼 쥐는 아니더라도 가장 멋진 쥐가 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당신의 치즈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변하지 않으면 정말로 당신의 치즈를 가져간다는 것을 명심할 때다.

안주하면 언젠가 남의 안주가 되고 만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2화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