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좋아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있었다. 바로 이숙영 아나운서다. 그녀는 이대 영문과를 나와 KBS 아나운서로 출발, 1994년부터 프리랜서로 KBS에서 <FM대행진>을 10년 넘게 진행했다. 이후 SBS로 옮겨 <이숙영의 파워FM>도 10여 년 동안 맡았다. 이렇게 20년 넘게 아침 라디오방송의 여왕 자리를 지켰다. 게다가 책 10여 권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이처럼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메모 습관 때문이다.
< 나는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끼는 날, 나만의 행복 레시피인 '메모'를 사용한다. 쓰는 행위를 통해 내가 한 일을 보는 것이다. 나는 오늘 설거지를 했다, 커피를 내렸다, 양말을 빨래통에 던졌다,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인터넷으로 장을 보았다….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적다 보면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 날조차 결과적으로 내가 많은 일을 해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메모가 그 하루에 대한 자기평가를 바꿔 놓는 것이다. '와, 그래도 제법 많은 일을 했네?' '내가 안 했으면 다 펑크가 났을 일들인걸.' 내친김에 조금 더 오버해준다. '참 잘했다.' '나는 소중해.'> (조선일보 발췌)
오소희 작가의 글이다. 그녀의 지극한 메모 사랑이 묻어난다. 필자도 메모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메모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한다.
가능한 <반드시> 기록을 해보자.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은 가방 안에 늘 책을 넣고 다닌다. 이동하는 차 안, 약속 시간 전에 틈틈이 책을 읽는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사무실, 거실, 화장실 등 곳곳에 책을 두고 틈틈이 읽는다. 이석연 변호사는 책을 읽을 때 ‘건너뛰고 겹쳐 읽고 다시 보는’ 것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들 그들 대부분은 독서 중에 떠오른 생각을 반드시 메모한다.
다음엔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자. 즉 <자기화> 해보자. 메모의 달인 사카토켄지는 ‘뇌를 움직이는 메모’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뇌는 몸과 같이 에너지를 아끼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바로 망각하게 된다. 그럴 때 기억을 살려 다시 꺼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메모다.” 망각을 이길 수 이겨낼 수 있는 건 메모의 습관뿐이다.
<순간순간> 을 놓치지 않고 잡으면 금상첨화다. 아이디어는 때를 가리지 않고 떠오른다.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나중에 정리해야지 하고 미루다 보면 금세 잊어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망각 속도는 빨라진다. 또는 다르게 기억한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며 수긍해 버리면 우리 뇌는 기능을 상실한다. 그럴수록 메모하는 습관이 절실하다. 가능하다면 메모 안테나를 세워놓고 순간을 잡아야 한다.
다음은 박성규 목사의 글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세일즈맨이었던 로버트 윌킨스는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1951년 북한군 포로가 돼 수용소 생활을 했습니다. 포로수용소 생활은 모두에게 잃어버린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역경을 기회로 삼았습니다. 대다수 포로는 수용소에서 음식과 여자 이야기로 소일했습니다. 가끔 석방 후 생활 계획이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면 어떤 차를 사겠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자동차 세일즈맨이었던 윌킨스는 내일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습니다. 포로들의 이름과 주소를 하나하나 수첩에 적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려 3272명의 신상을 기록했습니다. 휴전이 되고 고향으로 돌아와 복직한 윌킨스는 포로수용소 생활을 함께한 전우들을 일일이 찾아갔습니다. 특별할인 혜택을 주며 자동차 구입을 권유해 500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습니다. 역경 속에서도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준비해 기회를 만든 것입니다. 기회 활용의 명수였던 것입니다. >
필자는 메모는 <셀프 코치>라고 생각한다. 지속적 메모는 생각을 정리해 준다. 자주 쓰는 단어는 본인이 관심 있는 것이거나 좋아하는 것이다. 메모는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한다. 축척되면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된다. 결정 장애의 괴로움을 벗어날 수도 있다. 메모 습관은 삶을 정리해준다. 나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자아를 만들어 준다.
<처음부터 메모를 습관화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메모는 하면 할수록 필요성과 중요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저절로 습관화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습관화되기 전에는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습관화되고 몸에 배면 그만큼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기억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다고 하지 않던가.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메모광이라는 점을 인식할 때, 이들에게 메모는 삶의 결정적인 동반자가 되었다. 손이 부지런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나는 메모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메모의 기술 2 발췌)
메모는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실천은 다소(?) 어렵다. 흔히 “나중에 메모하지 뭐”, “다시 생각 날 텐데”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디어는 예고 없이 떠 올랐다가 스쳐간다. 메모하지 않은 영감과 정보는 영원히 잊혀져버린다. 두뇌도 용량이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그 많은 정보를 모두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첩에 일단 적어두면 뇌용량에 여유가 생긴다. 즉 메모는 두뇌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좋은 방법이다.
오늘부터 <반드시 + 자기화 + 순간순간> 이 메모 습관 세 박자를 밟아보자. 당신도 메모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인생은 <헬프>가 아니라 <셀프>다.
무엇인가 <메모(Memo)>하는 삶엔 <미모(Mimo)>가 싹트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