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명대사의 일부분이다. 남자와 여자가 동네 골목을 거닐면서 나누는 대화다. 남자: 동훈(이선균), 여자: 지안(이지은)
여자: 건축사로 소문나면 여기저기서 다 봐달라고 할텐데.
남자: 건축사 아니고 구조 기술사 여태 무슨 기사 인줄도 모르고
여자: 비슷한 거 아닌가?
남자: 달라! 건축사는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구조기술사는 그 디자인대로 건물이 나오려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안전한가 계산하고 또 계산하고 하는 사람이고 말 그대로 구조를 짜는 사람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Kg를 견디게 설계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 층이라도 푸드 코트는 사람들이 앉는 데랑 무거운 주방기구를 놓은 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하고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계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여자: 인생의 내력이 뭔데요.
남자: 몰라
여자: 나보고 내력이 쎄 보인다면서요.
남자: 내 친구 중에 정말 똑똑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큰 인물 하나 나오는가 싶었는데 근데 그놈이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있다가 뜽금 없이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 버렸어. 그 때 게네 부모님도 않아 누우시고 정말 동네 전체가 충격이었는데 게가 떠나면서 한 말이 있어 아무것도 갖지 않는 인간이 되보겠다고 다들 평생을 뭘 가져보겠다고 고생고생 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고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인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고 >
이 드라마가 세간에 한 때 유명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 대사중에서 아주 소중한 코드를 하나 잡아냈다. 바로 <내력>과 <외력>이다. 굳이 말한다면 <내력>은 내 실력 또는 콘텐츠고 <외력>은 자신을 둘러싼 여건이나 환경이 아닐까 한다. 건물이 지탱하려면 <내력>과 <외력>이 맞아야 한다. 어느 쪽으로든지 힘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그 건물은 바로 기울어 지거나 아니면 쓰러질 것이다. 사업이란 것도 이와 매한가지라고 본다. 아무리 내가 사업을 잘해도 즉 <내력>이 강해도 예기치 않는 외적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즉 <외력>이 너무 강하면 잘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은 아주 어렵고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언젠가 외식업 대가 백종원씨가 TV 프로그램에 나와 한 분식점을 운영하는 여성을 컨설팅해주는 것을 봤다. 그 가게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매출이 늘지 않아 주인은 폐업을 결정한 채 근근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 가게 주인은 전업주부로 있다가 평소 음식 솜씨가 좋다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분식점에 뛰어 든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 이야기를 들은 백종원 씨가 이런 말을 했다. “음식점은 솜씨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주부가 음식 솜씨가 좋으면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줄 수 있다. 그런데 사업은 좀 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가게에 손님이 동시에 10명 정도 들아오면 그 건 솜씨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나>라는 인생이 건축물이라면 자신의 <내력>이 솜씨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즉 실력이 센 <외력>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내공이 어떤 외적 환경이 닥쳐도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이 점을 놓친다. 보통 사람이 변하는 속도는 기술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렇다보니 기술 발달로 <외력>은 세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외력>과 <내력> 차이가 더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대목에서 배우 유해진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다음은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의 “유해진을 아십니까?”라는 글 일부이다.
< 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유해진은 장동건·이정재·정우성·강동원과는 출발점이 달랐다. 그들은 데뷔할 때부터 정상을 밟은 스타였지만 유해진은 암벽을 타듯 이름 없는 단역부터 붙잡고 올라가야 했다. 조폭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면 한동안 조폭 배역만 들어왔다. 덤프1(영화 '블랙잭') 양아치1('주유소 습격사건') 어깨2('간첩 리철진') 넙치('신라의 달밤') 짭새('광복절 특사') 쌍칼('공공의 적')…. 대중은 유해진이 '왕의 남자'에서 육갑이, '타짜'에서 고광렬을 연기하면서부터 그를 알아보았다.(중략)
누가 잘되면 배가 아플 수 있는데 유해진은 정반대다. 제발 잘되길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이다.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수록 대중은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 보답 받기를 바란다. 인성과 노력, 연기력을 다 갖춘 유해진의 성공에는 영화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 같다.
육남매 중 막내인 그는 고교 때 청주 청년극장에서 극단 생활을 시작하며 인생의 항로를 정했다. 환영받지 못하는 꿈이었다. 친구들은 "거울은 안 보니?"라며 빈정댔다. 유해진은 대학 연극과 입시에 거듭 낙방하고 엉뚱하게 의상과에 진학했다가 군 복무 후 서울예대를 거쳐 오태석이 이끄는 극단 목화에 들어가 기초를 다졌다.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은 "배우란 레미콘을 등짐으로 진 사람"이라고 정의한다.(중략)
레미콘은 탱크 안에서 자갈과 모래, 물과 시멘트가 계속 돌아간다. 멈추면 굳어버린다. 배우도 그렇게 부글부글 끓는 상태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태석은 "배우에게 가장 나쁜 것은 오만"이라며 "늘 부족하다 생각하고 잘되고 있을 때 더 의심하라"고 가르친다.
유해진은 까다롭고 예민한 사람이다. 그러지 않고는 좋은 배우가 되기 어려운 것 같다. 각본에는 작가도 메우지 못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배우는 몇 가지 단서만 가지고 살아 있는 인물을 구축해야 한다. 유해진은 배신했던 두목을 찾아가는 배역의 행동이 납득되지 않아 며칠을 고민하다 두목과 같은 파마머리를 하고 나타났고('신라의 달밤'), 산적들에게 수영을 설명할 땐 "'음파~ 음파~' 이것만 기억하면 되는겨. 등신마냥 '파음~' 하면 뒤지는겨" 같은 핵폭탄급 애드리브를 지어냈다('해적: 바다로 간 산적').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윤석 선배가 '넌 애가 참 유니크(unique)해. 심지어 너는 출연료도 유니크해'라고 한 적이 있어요. 주연 배우들과 조연 배우들의 출연료가 다르잖아요. 저는 진짜 그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 있어요. 그런데 '유니크하다'는 그 말이 진짜 좋더라구요. 더 유니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유해진이 걸어온 길은 삶이 결코 행운이나 로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당신은 명배우 유해진에 대한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아마 세상에 거저 되는 일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런데 어떤 생태계에서 밀리지 않고 생존하려면 부단히 내공을 쌓을 수밖엔 없다. 그런데 대개 사람들은 <처지>나 <여건> 등을 내세운다. 이런 것을 내세운다고 인생의 <내력>이 강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내력> 자신이 스스로 키워가는 일이다. 마치 복부에 식스 팩을 만들어가듯이 말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인생은 <처지>아니라 <의지>다.
인생은 두 가지 싸움터이다. 바로 <내력> 그리고 <외력> 즉 당신의 승부처는 지금 하는 일고 탄탄한 내공 만들기 바로 <내력 쌓기>다.
바로 그곳을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