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인은 절약 앱을 좋아할까?

by NAH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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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인은 절약 앱을 좋아할까?





2024년 8월, 한국의 중고거래 앱 사용자는 2,125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중고거래 앱을 설치한 셈이다. 당근마켓의 누적 가입자는 4,30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0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40%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중고거래 앱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중고거래만이 아니다. 공동구매, 쿠폰 앱, 캐시백 앱, 가격비교 앱. 한국인의 스마트폰에는 '절약'을 위한 앱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2021년 한국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4조 원이었으며, 2025년에는 4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커머스 시장은 2014년 5조 5,000억 원에서 2025년 전 세계적으로 6조 2,300억 달러(약 8,30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왜 한국인은 절약에 이토록 열심일까? 왜 '1+1', '무료배송', '공동구매'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이것은 단순한 소비 패턴이 아니다. 이것은 수백 년간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득한 생존 전략이며, 상호부조의 전통이 현대적으로 변주된 결과다.




척박한 땅에서 배운 아끼는 습관


한국은 농사짓기 좋은 땅이 아니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전체 경지면적은 151만 2,000헥타르(1,512천ha)로, 국토 면적 999만 헥타르의 15.6%에 불과하다. 산림이 62.6%를 차지하는 한국에서 실제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6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경지 중에서도 논은 76만 4,000헥타르, 밭은 74만 8,000헥타르로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그러나 문제는 면적이 아니라 '질'이었다. 한국의 농경지는 대부분 산지와 인접해 있으며, 평야 지대는 서남부 해안가에 국한된다. 조선시대에는 이마저도 수리시설이 부족해 가뭄과 홍수에 취약했다. 한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1.5헥타르로, 미국 농가의 평균 경지면적(약 180헥타르)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이다.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언제나 '부족함'과의 싸움이었다. 수확량은 적었고, 저장할 수 있는 양도 한정적이었다. 겨울은 길었고, 다음 해 농사를 위해서는 씨앗과 식량을 철저히 아껴야 했다. '아끼다', '절약하다'는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다.


이러한 생존 전략은 한국인의 DNA에 각인되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강조했던 '검약(儉約)', 서민들이 실천했던 '알뜰살뜰한 살림'. 이것은 유교적 이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지혜였다. 쌀 한 톨, 무 한 뿌리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옷은 기워 입고, 신발은 여러 번 수선해 신었다.


2024년 한국인이 중고거래 앱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쓸 만한데 버리기 아깝다", "누군가는 필요할 거야",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이 심리는 500년 전 조선 농민이 농기구 하나를 아껴 쓰던 마음과 본질적으로 같다. 환경이 바뀌고 물질이 풍요로워졌어도, 한국인은 여전히 '아끼는 습관'을 유지한다.


당근마켓에서 거래되는 물건을 보라. 중고 스마트폰, 중고 가전제품, 아이들이 입다 만 옷, 한두 번 쓴 캠핑 장비, 심지어 택배 상자와 에코백까지. 이것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다. 이것은 "아직 쓸 수 있는 것을 버리지 않는다"는 한국인의 오래된 신념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구현된 것이다.




품앗이에서 공동구매까지


한국인의 절약 문화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그 핵심에는 '품앗이'라는 전통이 있다.


품앗이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한국 특유의 상호부조 시스템이다. 이웃 간에 노동력을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오늘은 우리 집 일을 도와주면, 내일은 내가 너희 집 일을 도와주겠다"는 약속이 기본이다. 두레가 마을 단위의 집단적 공동노동이었다면, 품앗이는 개인 간의 자발적인 협력 관계였다. 함경도에서는 '품들이', 평안도에서는 '품바꿈'이라고 불렸다.


품앗이의 핵심은 '등가교환'이다. 내가 하루 일해주면, 너도 하루 일해준다. 돈이 오가지 않지만, 노동의 가치는 정확히 계산된다. 이것은 화폐가 부족했던 농경사회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혜였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큰 일을 여럿이 함께 나눠서 하면, 모두가 이익을 본다.


18세기부터는 품앗이가 '부조(扶助)' 문화로 확장되었다. 흉사(凶事)와 길사(吉事)에 돈이나 물품을 주고받는 관습이 정착된 것이다. 현대 한국인들이 결혼식, 장례식에 부조금을 내는 것은 바로 이 전통의 연장선이다. "지금 내가 도와주면, 나중에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다"는 상호부조의 논리가 작동한다.


2024년 한국의 공동구매 문화는 바로 이 품앗이 정신의 현대적 변주다. 쿠팡, 티몬, 위메프로 대표되는 소셜커머스는 2010년 500억 원 시장에서 2014년 5조 5,000억 원 시장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소셜커머스의 핵심은 '공동구매를 통한 가격 할인'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이것은 조선시대 품앗이가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면 빨리 끝낼 수 있다"는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인플루언서 커머스도 같은 맥락이다. 2023년 기준, 한국 소비자 중 71.4%가 제품 구매 시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는다. 약 3,300만 명이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상품을 구매한다. 인플루언서는 현대판 '품앗이 주선자'다. "내가 먼저 써봤으니, 좋은 것 같으면 여러분도 함께 사세요. 함께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어요." 이 논리는 조선시대 마을 어르신이 "우리 마을 사람들끼리 힘을 모으면 큰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하던 것과 본질이 같다.


SNS를 통한 상품 구매도 급증했다. 2025년 조사에 따르면, SNS 이용자 10명 중 3명이 광고를 보고 상품을 구매하며, 19~29세는 44%로 가장 높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개인 간의 추천과 공유를 통해 소비가 이루어지는 구조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정보를 나누고, 함께 선택하고, 함께 구매한다. 품앗이가 노동력을 공유했다면, 공동구매는 구매력을 공유한다.




배달비 무료를 위한 최소주문금액의 과학


2025년 한국 배달 앱 시장은 21조 원 규모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요기요는 '요기패스X' 멤버십을 통해 최소 주문금액 없이 무료배달을 제공한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배달비는 평균 3,933원 이상이며, 최소 주문금액은 평균 1만 4,000원 수준이다.

한국인은 이 '배달비 무료'와 '최소주문금액'이라는 두 개의 숫자 사이에서 정교한 계산을 한다. "치킨을 시키고 싶은데, 2만 원이 안 되네. 그럼 콜라를 추가할까? 아니면 감자튀김을 더 시킬까?" 이 순간, 한국인의 머릿속에서는 복잡한 수학이 진행된다.


[최소주문금액 - 현재 장바구니 금액 = 추가 주문 필요 금액]


이 계산식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혜택을 최대화한다'는 한국인의 오래된 철학이 담겨 있다. 배달비 3,000원을 아끼기 위해 5,000원어치를 더 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어차피 나중에 먹을 콜라를 2,000원에 추가한다면, 배달비를 절약하면서도 필요한 것을 산 셈이 된다. 이것은 '합리적 소비'의 극치다.


배달 앱 업체들도 이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2025년 '한그릇 무료배달' 서비스를 신설해 최소 주문금액 제한을 없앰으로써 1인 가구를 공략했다. 쿠팡이츠 역시 '하나만 담아도 무료배달' 정책을 정식 도입했다. 그러나 이 '무료배달'의 비용은 결국 점주가 부담한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은 점주가 건당 2,900원의 배달비를 내는 구조다.


소비자들은 이 구조를 알면서도 '무료배달'이라는 단어에 반응한다. 오픈서베이 통계에 따르면, 배달 앱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사항(복수응답)으로 '무료배달 여부'(70.3%)와 '프로모션 할인'(54.5%)이 압도적이었다. 10명 중 3명은 작년 대비 배달서비스 이용이 감소했으며, 그 중 80% 이상은 배달비 부담 때문이었다.


이 현상은 단순히 '한국인이 짠돌이라서'가 아니다. 이것은 척박한 땅에서 수백 년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했던 민족의 생존 전략이 디지털 시대에 재현된 것이다. 조선시대 농민이 씨앗 한 줌을 아껴 최대한의 수확을 얻으려 했던 것처럼, 2025년 한국인은 배달비 3,000원을 아껴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 한다.



생각해보기 : 쿠팡 로켓배송의 성공과 조선시대 보부상


2025년 2분기, 쿠팡의 매출은 11조 9,763억 원(85억 2,400만 달러)을 기록했다. 2024년 연간 매출은 41조 2,901억 원으로, 한국 유통업계 최초로 40조 원을 돌파했다. 쿠팡의 성공 비결은 단 하나, '로켓배송'이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심지어 당일 도착하는 배송 시스템. 현재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24.4%로 업계 1위이며, 일부 조사에서는 39.7%까지 추정된다.


한국인은 왜 로켓배송에 열광할까? 단순히 '빠르기 때문'일까? 아니다. 한국인은 '기다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것"보다 "내일 온다는 것이 확실한 것"을 선호한다. 이것은 한국인의 '계획적 소비' 습관과 연결된다.


흥미롭게도, 이 '빠르고 확실한 유통 시스템'은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다. 바로 '보부상(褓負商)'이다.

보부상은 조선시대 전국을 순회하며 물건을 파는 이동 상인이었다. 보상(褓商)은 붓, 먹, 종이, 금·은 장신구 등 가볍고 값비싼 물건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다녔고, 부상(負商)은 생선, 소금, 놋그릇, 나무로 만든 물건 등 무겁고 부피가 큰 물건을 지게에 지고 다녔다. 이들은 단순한 행상이 아니라, 조선 전역을 연결하는 유통 네트워크의 핵심이었다.


조선 후기, 장시(場市)는 5일마다 열렸다. 1일과 6일에 열리는 장, 2일과 7일에 열리는 장, 이렇게 5개의 장이 하나의 '시장권'을 형성했다. 보부상은 이 5개의 장을 순회하며 물건을 팔았다. 이것은 현대의 물류 허브(Hub) 시스템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쿠팡의 물류센터가 전국 곳곳에 분산되어 있고, 그 사이를 트럭이 연결하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는 5일장이 지역 거점이었고, 그 사이를 보부상이 연결했다.


보부상은 단순히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저쪽 고을에서는 이 물건이 잘 팔린다", "요즘 이런 물건이 인기다", "어느 지역에 흉작이 들어 곡물 값이 올랐다". 이 정보는 곧 시장 가격에 반영되었고, 물건의 흐름을 조절하는 데 활용되었다. 쿠팡이 빅데이터로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관리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보부상은 조직화되어 있었다. 보부상단은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으며, '사발통문'이라는 비밀 연락망을 통해 긴급 상황에 대응했다. 이들은 평화 시에는 장사를 했지만, 전쟁이나 민란이 발생하면 정보 전달자이자 물자 공급자로 변신했다. 조선 말기 동학농민운동, 독립운동 등에서 보부상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쿠팡 로켓배송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과 자본의 결과가 아니다. 이것은 한국인이 수백 년간 경험했던 '빠르고 확실한 유통 시스템'에 대한 문화적 기억과 맞아떨어진 결과다. 조선시대 농민이 5일장에서 보부상을 만나 필요한 물건을 샀던 것처럼, 2025년 한국인은 쿠팡 앱에서 로켓배송 상품을 주문한다. 매체는 바뀌었지만, '필요한 것을 빠르고 확실하게 구한다'는 욕구는 동일하다.


더 나아가, 쿠팡은 보부상처럼 '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동영상 스트리밍), 쿠팡이츠(음식 배달), 쿠팡페이(간편결제) 등은 단순한 물류를 넘어 생활 전반을 연결하는 서비스다. 보부상이 물건뿐 아니라 정보와 문화를 전달했던 것처럼, 쿠팡은 물건뿐 아니라 콘텐츠와 금융을 연결한다.


한국인이 절약 앱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이것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득한 '아끼는 습관', 품앗이와 부조 전통에서 비롯된 '공동체적 소비',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 사이에서 펼쳐지는 '합리적 계산', 그리고 조선시대 보부상으로부터 이어진 '빠르고 확실한 유통'에 대한 문화적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4년 당근마켓에서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4,300만 명, 공동구매로 할인을 받는 수천만 명, 배달비 무료를 위해 장바구니를 조정하는 2,700만 명, 로켓배송으로 내일 배송을 기다리는 수천만 명. 이들은 모두 500년 전 조선 농민이 씨앗 한 줌을 아끼고, 이웃과 품앗이를 하고, 5일장에서 보부상을 만나던 그 순간의 후예들이다.


이것이 '산전민'의 첫 번째 요소, '산'이 만든 또 하나의 유산이다. 산이 많고 평야가 적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언제나 '부족함'과의 싸움이었다. 그 부족함 속에서 한국인은 아끼는 법을 배웠고, 함께 나누는 법을 배웠으며, 효율적으로 유통하는 법을 배웠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그 지혜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절약 앱은 그저 스마트폰 속 아이콘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 년간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한국인의 생존 전략이 최신 기술로 구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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