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디지털 네이티브가 알아야 할 우리 DNA

by NAHDAN

Chapter 1.2


디지털 네이티브가 알아야 할 우리 DNA





"야, 너 어제 그 틱톡 봤어? 진짜 대박이었는데?"

"응, 나도 봤어. 근데 왜 한국 영상들이 이렇게 재미있지?"

"몰라, 그냥 뭔가 다르긴 해. 외국 거랑 비교하면 확실히 임팩트가 있어."


이런 대화, 여러분도 해본 적 있지 않나? 왜 한국 콘텐츠들은 '뭔가 다를까?' 이것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 콘텐츠에는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들이 있다.




첫 번째 특성 : 압축의 미학


한국 콘텐츠를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는 것이다.

K-팝 뮤직비디오를 보자. 3-4분 안에 드라마 한 편 분량의 스토리를 담는다. 의상, 헤어스타일, 안무, 배경까지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고, 한 장면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K-드라마도 마찬가지다. 16부작 안에 출생의 비밀, 사랑, 복수, 성장, 화해까지 모든 것을 담아낸다. 미국 드라마처럼 몇 시즌에 걸쳐 늘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한국 광고도 그렇다. 15초 CF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뽀로로"나 "치킨은 역시 후라이드" 같은 카피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좁은 공간에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에 익숙하다. 국토가 좁다 보니 자연스럽게 '압축의 미학'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특성 : 빠른 업데이트


한국 콘텐츠의 또 다른 특징은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K-팝만 봐도 그렇다. 1세대 아이돌에서 4세대 아이돌까지, 각 세대마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심지어 같은 그룹 내에서도 앨범마다 전혀 다른 컨셉을 시도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한국 게임들은 업데이트가 엄청나게 빠르다. 사용자들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이벤트, 새로운 시스템이 계속 추가된다.


심지어 한국 앱들도 업데이트가 빠르다. 카카오톡, 네이버, 쿠팡 같은 앱들을 보면 거의 매주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거나 개선된다.


이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위기 상황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조금만 늦으면 생존이 위험했기 때문에 '빨리빨리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세 번째 특성 : 쌍방향 소통


한국 콘텐츠의 가장 독특한 점은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다.


K-팝 아이돌들을 보자. 그들은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V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팬카페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팬들의 반응을 즉시 확인한다. 서구 팝스타들처럼 신비주의 전략을 쓰지 않는다.


웹툰도 그렇다. 작가들이 댓글을 읽고 스토리에 반영하기도 한다. 독자들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유튜버들은 말할 것도 없다. 구독자들과의 소통이 콘텐츠의 핵심이다. 댓글을 읽어주고, 구독자들의 요청을 반영한 영상을 만든다.


이것 역시 한국의 문화적 DNA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민(民)'이 문화 창조의 주체였다. 지배층이 일방적으로 문화를 만들어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직접 참여해서 문화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이런 특성들이 언제부터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류를 '최근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말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가 보는 K-컬처의 특성들은 수천 년 전부터 한국 문화에 내재되어 있던 것들이다. 다만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그 특성들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이 갖춰진 것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압축의 미학은 조선시대 시조나 한시에서도 발견된다. 3행 45자 안에 우주의 진리를 담으려 했던 것이 바로 시조다.


빠른 업데이트는 임진왜란 때 조선군의 게릴라 전술에서도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즉석에서 전술을 바꾸는 것이 조선군의 특기였다.


쌍방향 소통은 판소리의 '추임새'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관객이 "얼쑤!", "좋다!" 하며 소리꾼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바로 쌍방향 소통이다.


결국 K-컬처는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5,000년간 쌓여온 문화적 DNA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형태로 발현된 것이다. 여러분이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속에는 조선시대,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된 한국인의 지혜와 창조력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 DNA는 어디서 왔을까?


바로 산(山), 전(戰), 민(民)에서 왔다. 산(山)이 압축의 미학을 만들었다. 좁은 땅에서 살다 보니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 효과를 내는 법을 터득했다.


전(戰)이 빠른 업데이트 능력을 키웠다. 끊임없는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다. 민(民)이 쌍방향 소통 문화를 만들었다. 백성이 문화의 주체가 되는 전통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형 문화가 발달했다.


이제 이 세 요소가 어떻게 작용해서 오늘날의 K-컬처를 만들어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여러분의 스마트폰 속에 숨어있는 오천 년 한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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